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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서의 독립출판 도전기, 쓰다보면 책이 됩니다

첫 책 선물하니 눈시울 붉어진 쌍둥이 언니... 마음만 먹으면 누구나 저자가 될 수 있다

등록 2025.08.01 15:21수정 2025.08.01 15: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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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을 읽는 사람은 줄어드는데 글을 쓰는 사람은 늘어나는, 우리는 조금 이상한 시대에 살고 있다. 그러나 한기호 한국출판마케팅 연구소장은 이렇게 말한다. 지금은 "읽기의 소외가 아니라 읽기가 범람하는 시대"라고. 그의 말에 동의한다. 사실 우리는 텍스트의 홍수 시대에 살고 있다. 소셜 미디어에 올라오는 하루 치 글의 양은 스마트 기기가 등장하기 전 한 해 동안 쓰던 양보다 많다고 한다.

그러나 글이 담고 있는 결은 이전과 완전히 다르다. 짧고 단순하면서 자극적인 글에 본능적으로 반응하는 시대가 되었다. 그럼에도 '텍스트 힙(독서 행위가 멋진 행위로 인식되는 현상)'라는 신조어가 등장하는 것은 반가운 일이 아닐 수 없다. 시대의 흐름을 잘 반영한다면, 소통의 방식을 조금만 바꾼다면 책은 여전히 살아남을 수 있다는 좋은 징조이기 때문이다. 작가들, 출판인들의 시대 의식이 어떻게 바뀌느냐에 따라, 독자들의 취향을 어떻게 세밀하게 포착해 내느냐에 따라 책의 생명은 영원할 수 있다는 기대를 하게 된다.

마음만 먹으면 누구나 책을 낼 수 있는 시대가 되었다. 출판사 투고나 공모전 수상을 통한 등단이 아니더라도 독립출판이라는 형식이 이를 가능하게 한다. 우리나라에는 다양한 독립출판 플랫폼들이 있다. 분량과 형식이 충족되면 어렵지 않게 자신의 이름으로 된 책을 낼 수 있다. 나 역시 지난 7월 한 플랫폼을 통해 첫 책 서평집<사서의 책갈피 : 이 책, 읽어? 말어?>를 출간했다. 오래전부터 꿈꾸면서 준비했던 일이다. 차곡차곡 쌓아온 시간의 축적이자, 치열했던 순간의 기록이기에 첫 책이 주는 감동은 그 어떤 언어로도 표현할 수 없을 만큼 특별했다. 첫 책 출간의 과정과 소회를 갈무리하는 마음으로 그간의 기억들을 기록해본다.


책 사서의 책갈피
▲책 사서의 책갈피 김은미

퇴고 그리고 마감

한 권의 책을 마감하기까지 수없이 거친 퇴고 과정은 매우 지루하면서 때로는 복장이 터지는 시간이기도 했다. 끝없는 인내심을 필요로 했고, 지치지 않는 체력이 기본이었으며, 노안과 난시를 이겨낼 수 있을 정도의 집중력이 필수였다. 그 모든 것이 미달인 상태에서는 '버티는 것' 말고는 할 수 있는 게 없었다. 어떻게든 마감을 치고야 말겠다는 집념이 나를 지탱했다.

책을 낸다면 첫 책은 무조건 서평집으로 내야겠다고 생각하고 있었다. 오랫동안 읽고 쓰고 사유해온 삶의 흔적들은 블로그에 차곡차곡 쌓여 있었다. 그동안 기록한 글들의 합은 벽돌책 여러 권을 출간할 수 있을 정도의 분량이었다. 그러나 모든 글이 다 책이 되지 않는다는 사실을 깨닫게 되면서 수없이 좌절해야만 했다. 군더더기처럼 붙어 있는 문장을 제거하고 요약하니 남아있는 알맹이들은 얼마 되지 않았다. 그렇다고 완전히 버리고 포기하기는 아까워 심폐소생술을 끝없이 반복해야만 했다. 마치 응급실 의사가 된 기분이었다.

스스로 '마감'이라고 선언하기까지 끝없이 되풀이되는 지난한 퇴고 과정은, 포기하고 싶은 충동을 느끼게도 했다. 어제까지는 보이지 않던 오타가 오늘은 선명하게 보이고, 숨어있던 비문들이 갑자기 등장하고, 일관성 없는 형식들이 어디선가 자꾸 튀어나왔기 때문이다. 퇴고란 고도의 집중력과 몰입을 필요로 하는 강도 높은 정신 활동이며 시간과의 사투라는 것을 뼈저리게 느꼈다.

세상 밖으로 나온 책

고통스러운 시간을 치열하게 달려 통과한 뒤 마침내 내 이름이 박힌 책이 나왔다. 독립출판 형식이라 디자인, 편집, 장정의 완성도가 떨어지는 것은 사실이다. 어느 정도 포기하고 선택했지만 아쉬움이 남는 것은 어쩔 수 없다. 그러나 첫 책에 너무 많은 욕심을 담지 않기로 마음먹었기에 후회는 하지 않기로 한다.

첫 책을 내면 미국에 있는 나의 쌍둥이 언니에게 헌사 해야겠다고 생각했었다. 평생을 도서관 사서로 살아온, 나의 뜨거웠던 시간의 기록이기에 언니와 함께 하지 못한 삶의 공백과 시간을 기꺼이 건네주고 싶었기 때문이다. 그 다짐대로 나의 첫 책은 "나를 살게 하는 힘, 나의 반쪽 선미 언니에게"로 시작한다. 내 가슴속에 부유하는 생각, 감성, 깨달음, 바람 등이 담긴 첫 책은 그렇게 빼꼼 세상 밖으로 나왔다.

어려운 용어나 딱딱한 문장 없이 쉽게 읽히는 책을 내고 싶었다. 누군가의 마음에 살포시 안착되는 몽실몽실한 구름 같은. 읽다가 "피식" 하고 웃음 짓게 하는 B급 감성의 유쾌한 서평집을 내고 싶었다. 물론 초보 작가의 과한 욕심이라는 것을 잘 안다. 의도대로 독자들이 그렇게 읽어주실지 알 수 없다. 그렇기 때문에 책이 출간된 직후부터 '전지적 독자 시점'에서의 후기를 기다리며 설렘과 떨림의 감각이 공존하고 있다.

책이 출간되기 전 교열을 위해 가장 먼저 완독해 주신 지인은 "내용이 알차고 깔끔하고 정갈하다"라고 감동적인 후기를 남겨 주셨다. 책의 형태를 갖추어 출간된 후 첫 독자가 되어준 나의 쌍둥이 언니는"내 동생이 28년간 사서로서 쌓아온 내공이 여실히 느껴지는 책이었다. 글 속에 내가 아는 얘기들, 감정들, 사람들이 나올 땐 감정이입이 되어 눈시울이 붉어지기도 했다"라고 시공간을 초월한 따뜻한 후기를 전해주었다.

이제는 독서의 길목에서 내 책과 우연히 마주친 사람들의 객관적인 책 리뷰가 궁금해진다. 거창하게 독자들의 평가나 비평을 기대하고 책을 낸 것은 아니다. 그러나 작가 레베카 솔닛이 말했듯 책이라는 매체가 "누군가의 몸 안에서만 박동하는 심장"이라는 것을 미약하게나마 증명하고 싶은 욕심은 있다. 책 읽는 사람이 많아질수록 우리가 사는 세상이 좀 더 풍요로워지고, 안온해진다고 믿기 때문이다. 생각이 비틀거리지 않고 마음이 흐릿해지지 않도록 사람을 붙잡아 주는 책, 불신과 혐오의 시대에 단단한 믿을 구석인 책, 그 책의 효용과 가치를 설파 하는데 작은 힘이라도 보태고 싶었다.

저자 사인을 한다는 것

 쓰다보니 책이 됐다.
쓰다보니 책이 됐다. uns__nstudio on Unsplash

내 이름 세 글자가 박힌 책을 내고 나니, 저자 사인을 받겠다고 책을 들고 찾아오시는 분들이 종종 있다. 만년필 들기가 쑥스럽기는 하지만, 책과 함께 영원히 살아있을 문장이기에 신중하게 따뜻한 메시지를 적어드리려고 한다. 출간 소식에 자신도 책 한 권 쓰는 것이 꿈이라고 고백하시는 분들이 있다. 그럴 땐 "저도 썼는걸요. 무조건 쓰세요. 쓰다 보면 책이 됩니다"라고 말씀드리며 책의 첫 페이지 이렇게 적어 드린다.

"모든 시도는 따뜻할 수밖에."
"당신의 반짝이는 폭죽 타임은 지금부터."

가능성, 성공 여부를 떠나서 모든 시도는 가치 있기에 존중 받아야 한다고 생각한다. 만약 실패하더라도 실패 이력서 한 줄을 썼다고 생각하고 다시 나아가면 되니까 말이다. 책에 사인을 하면서 생각한다. '정성껏 꾹꾹 눌러 쓴 진심이 상대방에게 감사와 애정과 응원이라는 필터를 통과해 무사히 전달되었으면 좋겠다'라고.

아주 어설픈 책 한 권을 출간하기는 했지만 감히 어떤 바람을 가져본다. 읽는 사람, 쓰는 사람, 더불어 책을 펴내는 사람이 많아졌으면 좋겠다. 그리고 조금은 긴 글, 사유하게 하는 글, 깊은 여운을 남기는 글들이 역동하는 시대가 되었으면 좋겠다. 서점이 호황을 누렸으면 좋겠고, 도서관에 이용자가 차고 넘쳤으면 좋겠고, 스마트폰 대신 책을 바라보는 눈동자가 많아졌으면 좋겠다. 책을 통해 세상의 다양한 이야기들을 경험하고, 세상을 새로운 관점으로 바라보며 건강한 삶을 위한 기회들을 충분히 누릴 수 있었으면 좋겠다.

무엇보다도, 나 같은 사람도 책을 출간했으니 마음만 먹으면 누구나 다 저자가 될 수 있다고 말하고 싶다. 글쓰기 르네상스 시대, 자기만의 시선으로 세상을 편집하고 글쓰기를 통해 삶의 포트폴리오를 만들어 인생의 전환점을 맞이해 보면 좋을 것 같다. 나 역시 또 다른 새로운 기회들을 찾아 나서려고 한다. 조금은 무모할지라도, 도전의 아이콘이 한번 되어보는 것도 나쁘지 않을 것 같다.
#독립출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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