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유나 씨가 테이블을 닦고 있다.
느린IN뉴스
이처럼 구조적 배려가 설계된 덕분에 유나씨는 무리하지 않고 자신에게 맞는 속도로 일터에 적응해 가고 있다. 이곳에서 다회용 컵 세척, 테이블 정리, 재료 보충 등 보조 업무를 맡고 있으며, 어르신들과 함께 일하는 것도 무척 편하다고 말했다. 또래 청년들과 일할 때는 눈에 보이지 않는 벽과 서로 말하지 않는 경쟁심 같은 것이 느껴져 불편할 때가 많았다. 그렇지만 노노카페에서는 어르신들이 먼저 말을 건네주고 칭찬도 아끼지 않아 힘이 난다는 것이다.
유나씨는 겉보기에 여느 성인 여성과 다를 바 없다. 그러나 어릴 때부터 학습 속도가 또래와 달라 친구들의 속도를 따라잡으려 '죽어라' 노력했다고 한다. 이런 노력으로 정규 교육과정을 무사히 마친 뒤, 대학도 졸업하고 취업도 했다. 이후 호텔 프런트, 카드사 고객센터, 스쿨버스 도우미 등을 전전했지만, 어떤 직장도 6개월을 넘기지 못했다. 일 처리 속도가 더딘 데다 눈치가 부족하다는 이유로 무수한 이직을 겪으면서 유나씨는 극심한 우울증까지 앓게 됐다. 우울증 치료를 위해 찾아간 정신건강센터에서 '경계선지능'이라는 진단을 받았고, 지금의 인턴십을 소개받아 지원하게 됐다.
한 달여간의 근무를 돌아보며, 유나 씨는 영수증 기계를 다루기 어려워하던 어르신을 도와 문제를 해결했던 순간이 무척 뿌듯했다고 떠올렸다. 반일제 근무여서 집안일을 돌볼 여력이 있는 것도 마음에 든다고 했다. 아쉬운 점이라면 근무 기간이 2개월밖에 되지 않는다는 것이다. 유나씨는 정규직, 비정규직을 떠나 노노카페 같은 일자리가 안정적으로 지속됐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오후 조에 근무하고 있는 남자 인턴의 어머니 역시 "집에만 있던 아들이 정해진 시간에 나가 무언가 작은 일이라도 하는 것 자체가 긍정적인 변화"라며 사업이 계속 이어지기를 희망했다.
"함께 일해보니, 이 친구들이 얼마나 성실한지 알겠더라고요"

▲ 시니어 바리스타 한정란 씨가 유나 씨에게 업무를 알려주고 있다.
느린IN뉴스
노노카페에서 시니어 바리스타로 일하는 한정란씨는 다큐멘터리나 사전 인식 교육를 통해 느린학습자에 대해 어느 정도 알고 있었다고 했다. 그러나 직접 함께 일하면서 느낀 점은 조금 달랐다.
한씨는 두 청년에게서 여느 젊은이들 못지않은 성실함과 가능성을 볼 수 있었다고 말했다. 유나씨는 사람을 기분 좋게 만드는 친화력을 가졌고, 남자 인턴은 부탁한 일을 즉각 수행해주는 순발력과 배려심으로 감동을 주기까지 했다고 한다. 한씨는 "선입견만 내려놓는다면, 느린학습자 청년들이 시니어와 함께 일하기에 적합한 동료가 될 수 있지 않을까"라는 생각도 든다고 했다.
청년 당사자와 시니어 바리스타의 이야기를 종합하면 '시니어와 느린 청년이 함께 일하는 구조'가 서로에게 긍정적인 자극을 주는 듯하다. 청년 입장에서는 다른 일터보다 속도에 덜 구애받고 눈치를 덜 봐도 되는 편안한 환경에서 일할 수 있어 편하다. 또 시니어들은 느린학습자 청년들의 순박함과 진심에서 전해지는 에너지를 받는다.
정지은 주무관은 이번 사업을 "화성시의 첫 도전"이라고 평가했다. 정규교육 과정을 마치고 사회로 나온 경계선지능 청년들에 대해서는 제도나 자료가 미흡하다보니 이번 인턴 사업이 커다란 도전이었다는 설명이다.
진행 과정에서 어려움도 있었지만, 실제 마주한 느린학습자 청년들이 가진 일에 대한 열정을 보면서 이들을 위한 취업 지원이 필요하다는 것을 절감했다고 한다. 이어 정 주무관은 "이번 시범사업이 잘 이뤄져야 장기간의 지속적인 일자리로도 이어질 수 있다"는 점을 강조했다. 시는 두 달간의 시범 사업 운영을 종합적으로 검토해 내년 사업에 적극 반영할 예정이다.
"쓸모없는 아이가 아니라, 특별한 아이라고 말해 주세요"
인터뷰 말미, 느린학습자를 양육하는 부모에게 전하고 싶은 말이 있는지 묻자 유나씨는 이렇게 답했다. "'너는 쓸모없는 아이야'라는 말 대신 '너는 특별한 아이야'라고 말해주었으면 좋겠어요"라고 말이다. 그리고 "사회에 숨어 있는 느린 청년들을 끄집어내 어엿한 일꾼으로 설 수 있도록 나라가 도와줬으면 좋겠다"고도 덧붙였다.

▲ 유나 씨와 시니어 바리스타 한정란 씨가 함께 일하고 있다.
느린IN뉴스
노노카페에서 함께 일하는 청년과 어르신, 그리고 이를 지원하는 관계자의 이야기는 느린학습자에 대한 이해와 지원이 얼마나 중요한지를 보여준다. 서로가 서로를 격려하는 현장, 배려가 아닌 진정한 동료로서의 관계가 형성되는 곳, 화성시 노노카페는 그런 작은 변화를 이끌어내고 있다.
이렇게 쓸모가 아닌 특별함을 볼 줄 아는 눈들이 사회 곳곳에 많아진다면 조금 느린 청년들의 미래가 어둡지만은 않을 것 같다. 앞으로 더 많은 느린 청년들에게 '함께해서 더 즐거운 일터'가 계속 만들어지길 바란다.
저작권자(c) 오마이뉴스(시민기자),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오탈자 신고
안녕하세요.
국내 최초, 유일한 느린학습자 전문 매체 느린인뉴스입니다.
공유하기
조금 느린 청년과 시니어가 함께 출근하는 '카페'
기사를 스크랩했습니다.
스크랩 페이지로 이동 하시겠습니까?
연도별 콘텐츠 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