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챗GPT(자료사진)
AP=연합뉴스'
모든 교사가 AI로 생기부를 작성하고, 대학에서도 이를 모르지 않는 현실에서 스스로 되묻게 된다. 이럴 거면 굳이 생기부를 쓰느라 교사가 애면글면할 필요가 있을까. 개별적인 수업 활동만 기록하고 나머지는 대학이 심층 면접 등을 통해 알아서 판단하도록 하면 되지 않을까.
정작 우려되는 건, 생기부 작성을 AI에 더 많이 의존할수록 대입에서 내신 성적 등 계량화한 지표의 영향력이 더욱 커진다는 점이다. 동아리 활동이나 진로 탐색 활동 등의 비교과 활동마저 '마사지'가 횡행한다. AI는 교사의 생기부 작성 부담을 덜어줬지만, 동시에 생기부의 신뢰도를 추락시키는 부작용을 낳고 있다.
결국 생기부를 쓰는 교사들조차 믿을 수 있는 건, 교과별 등급과 백분위 석차라며 토로한다. 누구라도 내신 성적이 눈에 띄어야만 다음 장의 교과 세특에 눈이 가게 된다는 거다. 솔직해지자면, 지방대의 경우 정원조차 채우지 못하는 상황에서 교과 세특은 소수의 상위권 아이에게만 의미 있는 자료다.
생기부의 서술식 정성 평가는 AI가 도맡고, 정량 평가, 곧 지필시험만 남게 된 형국이다. 대학에선 정성 평가를 대폭 반영하겠다고 강조하지만, AI에 의해 '마사지'된 교과 세특, 비교과 활동 등은 변별 자료로써 신뢰를 담보하기 힘들다. 대학의 선발 자율성만 높여줄 뿐이다.
어느덧 지필시험의 문항조차 AI의 도움을 받아 출제하는 시대로 접어들었다. 성취 기준과 교육과정의 진도, 기출 문제 등을 제시하면, 새로운 내용의 지필시험을 완성해 준다. 교과서 안에서만 출제해야 하는 까닭에 지문과 삽화를 수정해야 하는 약간의 번거로움만 있을 뿐이다.
AI가 출제하고, AI가 채점하며, AI가 아이들의 학업 역량을 판단하고, AI가 그들의 생기부를 완성한다. AI로 수업 교재를 만들고, AI로 기안문과 보고서를 작성하며, AI로 가정통신문을 써서 학부모와 소통한다. 학교의 행정 업무가 AI의 손에 맡겨진 건 이미 오래전 일이다.
AI가 대체하기 가장 어려운 직업이 교사라고들 하지만, 요즘 학교의 실상을 모르고 하는 소리다. 온존한 학벌 구조와 대입에 목매단 공교육의 현실은 조금도 변하지 않았다. 교육과정에 따른 수업과 평가, 생기부 작성이 학기 단위로 반복되는 학사일정은 AI에 맞춤한 환경이다.
이러다 '교사 무용론'까지 등장할까 두렵다. 적어도 지금까지는 AI의 보편화로 기존의 교사 역할을 달라질 거라는 정도에 그치고 있다. 인지 교과는 AI가 담당하고, 교사에겐 돌봄 역할이 강조될 거라는 게 대체적인 예측이지만, 그마저 머지않아 AI의 몫이 되리라는 전망도 나온다.
초임 교사 시절 반 아이들과 함께 봤던 영화 <매트릭스> 속 허황한 현실이 채 30년도 안 돼 실제 현실로 나타나고 있다. AI에 길들어져 AI의 도움 없이는 아무것도 하지 못하는 '신인류' 아이들이 학교에서 무럭무럭 커가고 있다. 공교육이 AI에 장악될 날도 머지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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잠시 미뤄지고 있지만, 여전히 내 꿈은 두 발로 세계일주를 하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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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사조차 '믿을 건 등급뿐'... 생기부 불신 키우는 챗지피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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