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이재명 대통령이 28일 용산 대통령실에서 정동영 통일부 장관에게 임명장 수여 후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연합뉴스
5선의 정동영 의원이 통일부 장관으로 취임했다. 2004년 제31대 통일부 장관을 역임한 이후 20년 만에 다시 통일부 장관으로 임명된 것이다. 이재명 정부의 첫 통일부 장관으로서 정동영 장관이 어떤 한반도, 어떤 남북관계를 설계할지에 대한 기대와 우려가 교차한다. 이 글에서는 정동영 장관이 이끄는 통일부의 새로운 남북관계 구상을 살펴보고, '국민주권의 대북정책'이 성공하기 위한 대안을 제안하고자 한다.
정동영 통일부 장관의 새로운 남북관계 구상
지난 7월 25일, 제44대 통일부 장관의 취임식이 개최되었다. 정동영 신임 장관은 "정책의 대전환을 통해 실종된 평화를 회복하고, 무너진 남북관계를 다시 세우겠다"는 비전을 제시했다. 그의 새로운 남북관계 구상을 좀 더 자세히 살펴보자.
정동영 장관은 남북관계의 새로운 구상으로 세 가지 목표를 제시했다. 첫 번째는 남북 간 평화 공존이다. 그는 지금은 평화의 시간이자 공존의 시간이라며, 상호 적대가 아닌 상호 공존을 위한 가장 현실적이고 실용적인 방안을 찾아가겠다고 밝혔다. 특히, 남북 간 끊어진 연락 채널을 신속히 복구하겠다는 점을 강조했다.
두 번째는 평화경제와 남북의 공동 성장이다. 정 장관은 평화가 경제를 안정시키고, 경제가 다시 평화를 확장하는 '평화경제 시대'를 열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를 위해 가능한 빠른 시일 내에 남북 간 경제협력을 재개하고, 한반도 AI 모델과 같은 첨단형 미래 협력 모델도 모색하겠다고 밝혔다.
마지막으로 '국민주권의 대북정책'을 제시했다. 통일부는 가장 시민 친화적이고, 가장 시민 참여적인 부처로 환골탈태해야 한다는 것이다. 정 장관은 주권자인 국민이 남북관계와 통일 문제에 대해 더 적극적으로 참여하고 의견을 개진할 수 있도록 사회적 대화 기구 출범과 국회와의 초당적 협력을 강조했다.
닫힌 '사회적 대화' 넘어선 실천으로 이어져야
정동영 장관이 취임사에서 제시한 새로운 남북관계 비전 중 가장 눈에 띄는 것은 국민주권의 대북정책이다. 필자 역시 이재명 정부가 대북·통일정책에서 정책 독점의 유혹에 빠지지 말아야 한다고 지적한 바 있다(관련 기사:
이재명 정부, '정책 독점'의 유혹에 빠지지 않으려면https://omn.kr/2e8jt).
정동영 신임 장관이 국민주권의 대북정책을 전면에 내세운 것은, 이재명 정부가 어떻게 탄생했고 그 주체가 국민이라는 점을 명확히 인식한 결과라는 점에서 환영할 만하다. 다만, 국민주권의 대북정책이 단지 사회적 대화 기구를 만들고 운영하는 데 그쳐서는 안 된다. 구체적인 실천으로 이어져야 한다.
이재명 정부의 사회적 대화는 문재인 정부 시절 추진되었던 사회적 대화와 그 결과물인 통일국민협약을 넘어서는 새로운 지평을 열어야 한다. 통일부가 주도하는 사회적 대화는 기존 협약의 틀을 넘어서, 한반도의 미래를 둘러싼 다양한 이슈를 새롭게 논의하고, 이를 구체적으로 실천으로 연결하는 선순환적 프로세스를 구축해야 한다. 이 과정에서 특히 미래 세대의 적극적인 참여와 역할 확대가 중요하다.
통일부 내 '허수아비 위원회' 재정비해야
좀 더 구체적으로 말하자면, 대북·통일정책에서 국민주권의 실현은 정책 수립과 집행 과정에서 구현되어야 한다. 통일부는 법률에 따라 각종 위원회를 운용하고 있다. 관련 위원회로는 남북관계발전위원회(남북관계발전법), 남북교류협력추진협의회(남북교류협력법), 평화경제특별구역위원회(평화경제특구법) 등이 있으며, 통일부 장관 산하의 위원회도 운영되고 있다.
안타까운 것은 이들 위원회가 국민주권의 대북정책을 제대로 구현하고 있는지 의문스럽다는 점이다. 다소 거칠게 질문해보자. 윤석열 정부가 '즉·강·끝'(즉시·강력히·끝까지) 원칙을 외치며 대북 강경정책으로 남북 대결이 극에 달했을 때, 남북관계발전위원회와 남북교류협력추진협의회는 도대체 무엇을 했단 말인가?
또한 윤석열 정부에서 통일부 장관 산하로 운영된 통일미래기획위원회는 전문가들이 제시했다고 믿기 어려운 '8·15 통일 독트린'을 만드는 데 2023년과 2024년에 걸쳐 25억 5천만 원의 예산을 투입했다. 그러나 그 내용을 보면 대부분 2024년 통일부 업무계획을 '복붙'(복사해 붙여넣기)한 것 아닌가 하는 의심을 지울 수 없다(관련 기사:
2년 동안 준비한 '통일 독트린', 매우 실망입니다 https://omn.kr/29tdl).
통일부는 이들 위원회가 국민주권의 대북정책을 구현하는 현장이 될 수 있도록 구성과 운영을 새롭게 재편할 필요가 있다. 물론 통일부 입장에서는 불편하고 힘든 일이 될 수 있다. 하지만 이재명 정부가 윤석열 정부의 정책 독점과 내란 세력의 계엄에 맞서 일어선 국민들의 의지로 탄생했다는 점을 잊지 말아야 한다. 이들 위원회가 정부의 정책 독점을 견제하고 국민주권을 실현하는 공간이 되기 위해서는 전문성과 현장 경험을 겸비한 시민사회의 참여를 대폭 확대해야 한다.
통일부는 또한 각종 정책 자문위원회의 구성과 운영 방식을 재고할 필요가 있다. 먼저, 실효적인 자문이 이뤄질 수 있도록 정책 반영 결과를 피드백하는 프로세스를 구축해야 한다. 또한 50대 남성 전문가인 필자 스스로도 고백하건대, 통일 분야의 각종 위원회와 학술회의 패널 구성은 지나치게 '50~60대', '남성', '전문가' 중심으로 편중되어 있다. 통일부는 산하의 각종 위원회와 자문위원회, 그리고 학술회의 패널 구성에서 미래 세대와 여성, 시민사회 활동가의 역할을 대폭 확대해야 한다.
정동영표 한반도 평화와 남북관계 복원을 기대하며
필자는 지난 3년간 윤석열 정부의 대북·통일정책에 누구보다 비판적인 입장을 견지해 왔다. 윤석열 정부는 극단적인 정책 독점으로 민주주의를 파괴하고 한반도 평화를 훼손했을 뿐만 아니라 남북관계를 국내 정치에 악용하기까지 했다.
정동영 장관은 새로운 통일부가 만들어갈 남북관계를 다음과 같이 정리했다.
"통일부는 국민이 주인인 민주적 남북관계, 남북이 공존하는 평화적 남북관계, 서로에게 이익이 되는 실용적 남북관계, 세계시민과 연대하는 보편적 남북관계를 열어갈 것입니다."
물론 현실은 녹녹지 않다. 북한은 돌아서 있고 우리 사회의 갈등은 여전히 현재 진행형이다. 하지만 어려운 국내외 정세 속에서도 이재명 정부의 통일부는 한반도 평화와 남북의 상생이란 미래를 꿈꾸고 있다. 그 과정에서 필자 또한 건전한 비판자로서 정동영 장관이 제시한 세 가지 비전이 실현될 수 있도록 역할을 계속해 나갈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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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강대 사회과학연구소 정일영입니다.
저의 관심분야는 북한 사회통제체제, 남북관계 제도화, 한반도 평화체제 등입니다.
주요 저서로는 [한반도 리빌딩 전략 2025], [한반도 오디세이], [평양학개론], [북한경제는 죽지 않았습니다만], [속삭이다, 평화], [북한 사회통제체제의 기원] 등이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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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동영 통일부 장관의 비전, '국민주권의 대북정책' 실현될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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