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손해볼 일 없는 자산" 첫 인상 좌우하는 손글씨

[인터뷰] 글씨 교정 중요성 전하는 김상훈 원장

등록 2025.08.05 12:12수정 2025.08.05 12: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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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5년, 우리는 손으로 글씨를 쓰지 않는 시대를 살고 있다. 업무는 키보드로 처리하고, 마음을 전하는 글도 스마트폰 자판으로 쓴다. 그런데 누군가 정성스럽게 꾹꾹 눌러 쓴 손편지를 내민다면? 분명 처음부터 다른 인상이 남을 것이다. 손글씨는 사람의 첫인상을 좌우한다. 아무리 기술이 발전해도, 손글씨의 힘은 여전히 유효하다.

김상훈 훈민정필 글씨교정클리닉 인천논현교육원 원장은 유튜브 '백글'을 운영하는 글씨 교정 전문가다. 2024년에는 <백글의 100초로 익히는 백점 글씨>를 출간해 누구나 글씨를 개선할 수 있다는 믿음을 책으로 전했다. 지난 달 31일, 인천의 김 원장이 운영하는 교육원에서 그를 만나 손글씨가 갖는 의미와 교육자로서의 경험을 들어봤다.

김 원장이 글씨 교정의 길로 들어선 건 우연이었다. 어릴 적부터 글씨를 잘 썼던 그는 군 복무 시절, 상관에게 "야, 너 글씨는 돈 받고 팔아도 되겠다"는 말을 들었다. 캘리그래피가 유행하던 시기, SNS에 글씨를 올리며 자연스럽게 주변에서 요청이 들어왔다. 제대 후엔 학창 시절 선배의 제안으로 글씨교정 강사로 활동하게 되었고, 곧 본격적으로 학원을 열었다.

글씨는 결국 '인간다움'의 영역

 김상훈 원장이 선물해준 캘리그래피.
김상훈 원장이 선물해준 캘리그래피. 김상훈

"사실 저도 지도자 과정을 들으면서 배운 게 많았어요. 막연히 감으로 쓰던 글씨의 균형이 구조적으로 정리되는 느낌이 들었죠. 꼼꼼함과 태도의 차이가 글씨를 가르치는 데 핵심이란 걸 체감했습니다."

디지털 시대에 왜 굳이 손글씨를 연습해야 할까? 김 원장은 '표현'이라는 인간의 본능을 이야기했다.

"몸짓, 표정, 말투가 사람을 표현하듯 글씨도 마찬가지예요. 글씨는 그 사람의 태도와 마음가짐, 가치관을 드러냅니다. 기술이 발달할수록 오히려 손으로 직접 표현하는 행위는 더 귀해지겠죠."


그는 글씨가 주는 첫 인상을 강조한다. 실제로 자필 이력서를 받는 회사가 여전히 있으며, 깔끔한 손편지는 인쇄물보다 더 진한 감동을 준다.

"글씨 잘 쓰는 사람을 부정적으로 보는 사람은 없어요. 결국 글씨는 잘 써서 손해 볼 일이 없는 자산이죠."


교육자로서 가장 인상 깊었던 순간을 묻자, 김 원장은 국가고시 준비생의 이야기를 꺼냈다. 7년째 낙방하던 수험생이 자필 답안의 악필을 문제로 삼고 찾아왔고, 4개월간의 교정 끝에 그해 합격했다. 그는 눈시울을 붉히며 "평생의 은인"이라며 인사를 전했다고 한다.

"제가 합격한 것처럼 기뻤죠. 또 한 어르신은 '가방끈이 짧아 글씨를 못 써 부끄러웠는데 자신감이 생겼다'고 하셨어요. 이런 말을 들을 때마다 이 일을 하길 잘했다는 생각이 듭니다."

그는 교정 과정에서 글씨 모양보다 '자세'를 먼저 본다. 나쁜 습관이 몸에 배면 아무리 따라 써도 제자리걸음이기 때문이다.

"글씨도 결국 몸으로 배우는 일이에요. 좋은 자세 없이는 좋은 결과물도 없습니다."

유튜브와 책으로 전한 손글씨 팁

 유튜브 백글 메인 화면.
유튜브 백글 메인 화면. 유튜브 화면 갈무리

김 원장은 유튜브 채널을 통해 글씨 교정 팁을 짧고 쉽게 소개하며 대중과 소통하고 있다. '경조사 봉투 이름 쓰는 법' 영상이 큰 인기를 끌었다. "글씨 쓸 일이 없다고 생각했지만 막상 써야 할 순간은 많더라"는 반응을 받았다.

이러한 경험을 바탕으로 그는 지난해 6월 책을 출간했다. 책은 짧은 장으로 구성되었으며, 글씨 쓰기 기초를 실생활에 적용할 수 있도록 도와준다. 자세와 리듬, 힘 조절 등 글씨의 뼈대를 다지는 실전 팁도 담았다.

"짧은 시간이라도 꾸준히, 약속처럼 연습하면 누구나 글씨는 나아질 수 있어요. 일상 속에서 써먹을 수 있도록 최대한 실용적으로 구성했습니다."

그는 글씨를 통해 자기관리가 가능하다고 말한다. "필사는 내 것을 만드는 작업"이라며, 자판으로 복사한 문장과 내 손으로 꾹꾹 눌러 쓴 문장은 전혀 다르다고 강조했다.

"같은 문장이지만, 내 손 글씨로 남기면 훨씬 애정이 생깁니다. 의미도 커지고요. 사람은 내 결과물이 있을 때 삶의 의미를 더 크게 느끼잖아요."

그는 디지털 기술이 발전할수록 손으로 만든 것의 가치는 오히려 상승한다고 주장했다. 수제 쿠키나 명품 수공예처럼, 손글씨 역시 '사람다움'의 상징으로 살아남을 것이라는 전망이다. 김 원장은 마지막으로 이렇게 덧붙였다.

"요즘 세상에 글씨를 쓸 일이 뭐가 있어, 그렇게 생각하실 수 있어요. 하지만 그런 생각을 버리는 순간부터 글씨는 바뀝니다. 내 손으로 내 글씨를 바꾸는 경험은, 결국 나를 바꾸는 일이기도 해요."

디지털 시대에도 손글씨가 여전히 중요한 이유다. 화면 속 폰트가 말해주지 못하는 나의 정체성, 나의 성실함, 나의 감정을 글씨는 대신 전해준다. 그것이 손글씨가 가진 가장 인간적인 장점이다.
#백글 #손글씨 #글씨교정 #캘리그래피 #백점글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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