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미 관세협상 타결 지켜보는 시민들 한국과 미국의 관세협상이 타결된 7월 31일 서울역 대합실에서 시민들이 관련 뉴스를 시청하고 있다.
연합뉴스
한국 협상단이 들고 갔다는 사진 속 2008년 광우병 촛불집회의 본질도 마찬가지였습니다. 단지 30개월령 이상 미국산 소고기 수입이 불안했다면 서울에 최대 70만 명이 모이진 않았을지도 모릅니다. 당시 광장을 가득 메운 촛불은 국민의 건강하고 안전한 삶과 직결된 '검역주권'을 정부가 성급하게 양보했다는 배신감의 총체나 다름없었습니다.
민주주의는 최악의 인물이 권력을 잡아도 나라가 최악의 상황으로 가지 않도록 방지하는 정치제도라고 유시민 작가는 책 <국가란 무엇인가>에서 말했습니다. 한국의 국민들은 고약하거나 무능한 정부의 수장이 나라에 해악을 끼치려 할 때마다 가만 두고보지 않았습니다. 치열하게 감시하며 민심을 보여줬습니다.
굳이 4.19 혁명, 5.18 광주민주화운동까지 거슬러 올라가지 않아도 됩니다. 합법적이고 평화적인 방식으로 대통령 윤석열을 파면하고 정부를 교체할 수 있었던 건, 불법 비상계엄 때 지체 없이 국회로 달려가고, 탄핵소추를 회피하는 국민의힘 의원들을 압박하려 추운 날 여의도에서 촛불을 든 시민들 덕분입니다.
한국의 민주주의엔 여전히 한계가 많다고들 하지만, 권력 오남용의 부당함을 감시하고 견제하는 '정치 참여'만큼은 제대로 기능한다고 볼 수 있습니다. 그 영역은 내치와 외치를 구분하지 않습니다.
김종배 평론가의 추론처럼 미국이 자국 우선주의를 밀어붙이면서도 파멸적 상황은 경계하는 게 맞다면, 천하의 트럼프 대통령도 건들지 못하는 지점이 있다는 뜻입니다. 실제로 트럼프 대통령은 지난 4월까지만 해도 중국에 관세를 145%까지 불렀지만, 중국이 희토류 등 핵심 광물의 수출 제한을 보복 카드로 꺼내들자 대중국 관세율을 30%까지 낮췄습니다.
중국에겐 광물자원이 생존을 위한 '물리적·경제적 무기'라면, 한국의 '촛불 민주주의'는 강대국에 맞서는 작지만 의외로 효과 있는 '정치적·사회적 방패'가 될 수도 있습니다. 미국 입장에서도 동맹국의 정치적 안정이 전략적으로 중요하기 때문에, 한국 협상단이 내민 2008년 사진을 무시할 수 없었을 것입니다.
다시 앞의 라디오 이야기로 돌아가면, 한 청취자는 진행자에게 '과거가 현재를 살린 건가요?'라고 문자 메시지로 물었습니다. 한강 작가의 2024 노벨문학상 수상 소감 속 문장인 "과거가 현재를 도울 수 있는가?"를 차용한 의견으로 읽힙니다.
한미가 협상을 극적으로 타결하긴 했지만 아직 넘어야 할 산이 많습니다. 특히 쌀과 소고기를 제외한 농축산물 품목에서 구체적으로 어떻게 '비관세 장벽'을 없앨 것인지가 장기적 쟁점이 될 전망입니다. 미국산 사과와 감자의 검역 절차 완화로 수입이 확대될 가능성이 거론됩니다.
앞으로 저는 어떤 기사들을 검토하게 될까요? 기사는 과거의 기록물이기도 합니다. 무엇도 장담할 수 없지만, 편집기자로서 '과거'를 정성껏 다루는 일만큼은 최선을 다하겠습니다. 언젠가 도달할 '현재'를 구할 수 있을지도 모르니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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