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주취자 보호도 경찰의 업무 중 하나이지만, 그 과정은 단순하지 않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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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 출동 현장에 도착했을 때 보호조치 대상자는 40대 중반 남성이었다. 술에 취해 주차장에 쓰러져 있었다. 누워 있던 바로 옆에는 구토한 흔적이 가득했다. 자기 신발과 휴대전화는 내팽개쳐져 있었다. 사실 이런 현장은 흔하디 흔한 장면이다. 술에 취해 자기 집에 도착했다고 착각하는 것 같다.
함께 출동한 후배 경찰관이 깨우기 시작했다. 나는 지갑에서 신분을 확인했다. 다행히 바로 옆에 살고 있는 것을 확인했다. 채 몇 분이 지나지 않아 정신이 조금 돌아왔다. 그리고 집 앞까지 데려다주었다. 그 상황에서도 자신의 집 비밀번호는 잘 누른다. 수십 번 이런 장면을 봤지만, 만취한 상태에서도 출입문 비밀번호를 정확히 누르는 모습은 늘 신기할 정도다. 그렇게 보호조치 신고는 일단락되었다.
"아니 얼마나 술을 마시면 저렇게 되는 걸까?"
"글쎄요. 저도 저런 적은 한 번도 없어서요."
"경찰관이 있으면 안 되지. 그런데 궁금하긴 해. 나는 평생 술을 마시고 필름이 끊겨보거나 동석한 사람이 술을 그만 마시라는 말을 한 번도 들어본 적이 없거든."
"진짜 그러세요?"
"진짜야. 한 번도 없어."
"대단하신데요. 저는 대학교 다닐 때 필름이 끊겨본 적이 몇 번 있거든요."
"아예 기억이 안 나는 거야?"
"아뇨. 중간중간 기억이 안 나는 거죠. 그래서 그때도 무슨 실수를 한 게 아닌가 무섭고 그랬어요."
"지금도 그렇게 술을 마시는 건 아니지?"
"그럼요. 경찰관이 된 후로는 한 번도 없습니다. 그리고 이런 걸 매일 보는데 그럴 수 있겠습니까."
"맞아. 이런 걸 보면 절대 술을 많이 못 마실 듯싶어."
"그래도 저는 조금은 이해합니다."
지구대로 복귀하면서 후배와 나눈 대화다. 나는 술을 마시고 필름이 끊기거나 쓰러져 본 적이 한 번도 없다. 나에게 술은 사회생활을 위한 수단일 뿐이다. 그 이상 그 이하도 아니다. 그래서 술 취한 사람들의 행동에 대해 이해를 못 하는지도 모른다. 솔직히 나는 경찰관이고 술에 취한 112신고 현장을 수도 없이 출동하지만 '술을 마시지 않았다면 안 그럴 텐데, 술이 깨고 나면 분명 후회할 텐데'라고 생각할 때가 많다.
'뭐든 적당한 것이 가장 좋다'는 말이 있다. 대표적으로 음주가 그렇지 않을까 싶다. 단언컨대 112신고 현장에서 술과 관련된 범죄는 절반이 족히 넘는다. 그만큼 술로 인한 범죄가 잦고 술이 아니면 범죄도 그만큼 줄 것이 확실하다.
물론 술의 장점도 있다. 직장 생활을 하면서는 사회적 유대감을 높여준다. 그런데 요즘은 직장 내 회식 문화도 많이 변하고 있다. 그만큼 시대가 변했다. 과거에는 친구 간에도 술을 핑계로 심한 이야기하더라도 웃어 넘기는 때가 있었다. 그런데 지금은 아니다. 오히려 상대방이 어떤 사람인지 알아보기 위해 술을 마셔본다는 우스갯소리도 있다.
시민 한 사람의 '내일'을 지킨다는 것
술에 취한 사람을 보호 조치하는 일은 경찰의 기본적인 업무 중 하나다. 하지만 그 과정은 절대 단순하지 않다. 한 사람의 생명을 살리는 일일 수도 있고, 예기치 못한 사고를 막는 일일 수도 있다. 때로는 경찰관 스스로가 다치는 일도 있다. 그만큼 보호조치 현장은 매번 긴장되고 다양하다.
술을 마시는 문화가 바뀌고 있다고는 하지만, 여전히 음주로 인한 사건, 사고는 줄지 않고 있다. 거리에서, 골목에서, 심지어 집 앞에서도 술에 취해 쓰러진 채 발견되는 사람들. 그들이 누군가의 가족이고, 친구고, 동료라는 걸 생각하면 참으로 안타깝다.
술을 마시는 사람들도, 술자리를 함께하는 사람들도 '적당한 음주'의 중요성을 다시 생각해 볼 때다. 술을 마시는 자리에서의 책임은 결국 자신에게 돌아오기 때문이다.
112신고는 숫자로만 보면 하루에도 수십, 수백 건에 달한다. 그 신고에는 사람의 생명과 존엄이 담겨 있다. 신고 현장에서 누군가를 보호한다는 것은 단순히 몸을 일으켜 세우는 일이 아니라, 그 사람의 내일을 지키는 일이 분명하다. 그런데 현장에서 근무하는 경찰관이 대부분의 시간을 술에 취한 사람들을 일으키는 데 소비하고 있다. 솔직히 아쉽다.
술자리는 순간이지만, 그로 인해 파생되는 결과는 때로 너무나 크다. 적당한 음주가 필요한 이유다. 시민 한 사람의 '내일'을 지키는 현장. 새벽을 지키는 경찰관은 오늘도 같은 다짐으로 거리를 누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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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지방경찰청에 근무하고 있으며, 우리 이웃의 훈훈한 이야기를 쓰고 싶은 현직 경찰관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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