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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합장 35억원 써서 골드바 뿌렸는데...농협중앙회는 '직무유기'

[取중眞담] 서울 중앙농협 일부 조합원 김충기 조합장 특별감사 청구, 수용 안해... 농림부 "감사 추진되도록 농협중앙회와 협의"

등록 2025.08.18 10:04수정 2025.08.18 10: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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取중眞담은 <오마이뉴스> 상근기자들이 취재과정에서 겪은 후일담이나 비화, 에피소드 등을 자유로운 방식으로 돌아가면서 쓰는 코너입니다.[편집자말]
 2023년에 실시된 전국동시조합장선거에 출마한 김충기 중앙농협장 후보측의 선거자료.
2023년에 실시된 전국동시조합장선거에 출마한 김충기 중앙농협장 후보측의 선거자료. 오마이뉴스 구영식

지난 7월 31일 KBS 보도에 따르면, 강원도 강릉의 한 농협 조합장에 대해 경찰이 수사에 착수했고, 농협중앙회에서 감사도 진행한다. 이 조합장이 기준 미달 조합원에게 물품 교환권을 줬고, 집단 담보대출 금리 설정 과정에서 강압적 지시를 했다는 의혹 때문이다. 이와 함께 특정 계약직 직원의 채용 편의를 강요하고, 업무용 차량을 외부인과 함께 사적으로 이용했다는 의혹도 제기된 상태다.

이에 경찰이 전·현직 농협 관계자들을 만나 관련 의혹들을 조사하고 있고, 범죄 혐의에 적용할 관련 법률도 검토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특히 농협중앙회의 조합감사위원회가 강릉의 해당 농협을 방문해 제기된 의혹들 전반을 감사한다.

조합장은 지난 1961년에 제정된 농업협동조합법에 의해 지역 농협을 대표하는 자리다. 농촌과 농민 등을 위한 이익단체이긴 하지만 농협의 활동이 농업협동조합법(농협법)에 의해 규정된다는 점에서 농협과 조합장은 공적인 성격을 갖는다. 강릉의 한 농협에 대해 경찰이 수사를 벌이고, 농협중앙회가 감사에 나선 데에는 조합장에게 제기된 의혹들이 그런 공적인 성격에 반한다는 시각이 깔려 있다.

그런데 강릉의 한 농협보다 훨씬 중대한 금품 제공 혐의 등이 '사실'로 확인된 서울 중앙농협에 대해서는 농협중앙회가 조합원들의 감사 요청마저 받아들이지 않고 있어 비판이 고조되고 있다.

김충기 현 조합장, 2023년 선거에서 '금 15돈' 공약... 조합장 연임 성공

 김충기 현 서울 중앙농협 조합장
김충기 현 서울 중앙농협 조합장 서울중앙농협 홈페이지

지난 1972년 서울 성동구 내 11개 이동조합이 합병해 '성동농협'을 설립했고, 지난 2001년 '중앙농협'으로 명칭을 변경했다. 창립 50주년을 맞은 지난 2023년 8월 기준 상호금융예수금 2조 5000억 원과 영업이익 113억여 원을 달성했다. 현재는 1200여 명의 조합원이 활동하고 있고, 160여 명의 임직원이 근무하고 있다. 전국 지역농협 중에서 10위권 안팎의 규모로 알려져 있다.

1987년 민주화 시기 전에는 농협·수협·산림조합 조합장은 임명제였지만, 민주화 이후에는 조합원들이 직접 조합장을 선출해왔다. 하지만 금품제공 등 부정선거가 많아지자 지난 2005년부터 산림조합을 시작으로 농협과 수협까지 선거사무를 선거관리위원회에 위탁했다. 그런데도 '돈 선거'가 끊이지 않아 선거관리위원회 주관 하에 전국 조합장을 동시에 선출하도록 관련법(농협법, 수협법, 산림조합법)을 개정했다. 이에 따라 2015년 3월 11일 제1회 전국동시조합장선거가 실시됐다.


서울 중앙농협도 관련법 개정 이후인 지난 2015년과 2019년, 2023년 세 차례에 걸쳐 조합장 선거를 치렀다. 2015년에는 손형희 후보(324표, 50.46%)가 6표 차이로 김충기 후보(318표, 49.53%)를 누르고 당선했다. 하지만 2019년에는 김충기 후보(324표, 52.7%)가 52표 차이로 손형희 후보(47.3%)에게 승리를 거두었다. 2023년에는 김충기 후보(581표, 57.8%)가 염성철 후보(425표, 42.2%)를 156표 차이로 따돌리고 조합장 연임에 성공했다.

골드바 구입 35억 원, 무료 해외여행 50억 원
"골드바 구입비, 업무추진비에서 지출… 회계적으로 큰 문제"


 서울 중앙농협이 올 1월 조합원들에게 지급한 골드바 실물 사진.
서울 중앙농협이 올 1월 조합원들에게 지급한 골드바 실물 사진.

문제는 지난 2023년 조합장 선거에서 일어났다. 조합장 연임을 노리던 김충기 후보가 "금뱃지, 금열쇠, 금두꺼비(각 5돈 합계 15돈) 증정과 해외선진지 견학 100% 무료 실시"를 선거공약으로 내세운 것이다. <오마이뉴스>가 입수한 김충기 후보 측 선거자료에는 이렇게 적시돼 있다.

'금뱃지, 금열쇠, 금두꺼비(각각 5돈 합계 15돈) 증정과 해외선진지 견학 100% 무료(5월부터) 실시 등을 조속히 실천할 수 있도록 김충기에게 마음을 실어주십시오! 기호 1번 김충기 올림'

당시 금시세가 1g당 8만 원 정도였다는 사실을 헤아리면 김충기 후보가 약속한 15돈(1돈은 3.75g)은 450만 원 수준이다. 결국 김 후보가 156표라는 큰 표 차이로 당선됐다. 종합경영평가 경영향상부문 우수조합상 수상(2020년), 최초 당기순이익 100억 원과 총 자산 2조 원 달성(2021년), 금융자산 4조 원 달성(2022년) 등 경영성과뿐만 아니라 '금 15돈 증정, 무료 해외여행 실시' 등 김 후보의 통 큰 선거공약도 선거결과에 큰 영향을 미쳤다.

게다가 김충기 후보는 조합장 연임에 성공한 이후 선거 때 약속한 '금 15돈 증정, 무료 해외여행 실시'를 실제로 이행했다. '금 15돈' 증정이 '골드바 지급'으로 살짝 바뀌었을 뿐이다. 1200여 명의 조합원과 160여 명의 직원들에게 지급한 골드바 구입에는 35억 원의 조합예산이 들어갔다. 또한 현재 조합원들을 대상으로 미국과 유럽, 일본 등으로 무료 해외여행을 보내고 있는데 여기에 들어가는 비용은 총 50억 원 정도로 추정된다. 김 후보의 당선을 위해 85억 원 이상의 조합예산이 들어간 셈이다.

서울 중앙농협의 내부사정을 잘 아는 한 관계자는 "원래 조합원에게 쓰는 비용은 교육지원사업비 계정으로 지출해야 한다"라며 "그런데 35억 원에 이르는 골드바 구입 비용은 교육지원사업비가 아닌 업무추진비로 지출됐는데 이것은 회계적으로 큰 문제다"라고 지적했다.

"농협중앙회가 감사 요청 받아들이지 않아"... 결국 농림부에 특별감사 청구한 조합원들

 서울 중앙농협 일부 조합원들은 7월 10일 농림축산식품부 앞에서 피케시위를 벌이고 골드바 구입, 무료 해외여행 등에 대한 특별감사를 요청했다.
서울 중앙농협 일부 조합원들은 7월 10일 농림축산식품부 앞에서 피케시위를 벌이고 골드바 구입, 무료 해외여행 등에 대한 특별감사를 요청했다. 오마이뉴스

하지만 이것은 농협조합장 선거에 적용되는 '공공단체 등 위탁선거에 관한 법률'을 위반했을 가능성이 크다. '공공단체 등 위탁선거에 관한 법률' 제58조(매수 및 이해유도죄) 제1호 따르면, 선거운동을 목적으로 선거인이나 그의 가족 등에게 금전·물품·향응이나 그 밖의 재산상 이익이나 공사(公私)의 직을 제공하거나 제공의 의사를 표하거나 제공을 약속하면 3년 이하의 징역 또는 3000만 원 이하의 벌금에 처한다.

또한 같은 법 제35조(기부행위 제한) 제5항에 따르면, 지역농협 조합장은 재임 중에 기부행위('선거인 등을 대상으로 금전·물품 또는 그밖의 재산상 이익을 제공하거나 그 이익제공의 의사를 표시하거나 그 제공을 약속하는 행위')를 할 수 없고, 이를 위반하면 3년 이하의 징역 또는 3000만 원 이하의 벌금에 처한다.

김충기 조합장이 선거 당시 "금뱃지, 금열쇠, 금두꺼비(각 5돈 합계 15돈) 증정과 해외선진지 견학 100% 무료 실시"를 약속하고, 선거에서 승리한 후에 골드바를 지급하고, 무료 해외여행을 보내고 있는 것은 모두 공공단체 등 위탁선거에 관한 법률을 위반한 행위다. 게다가 조합예산을 사용했다는 점에서 형법상 '배임 혐의'도 적용할 수 있다.

<오마이뉴스>의 연속보도 이후 일부 조합원들이 지난 6월 말께 농협중앙회 조합감사위원회 사무처('조감처')를 방문해 감사를 요청했다. 이들이 들고간 감사 요청서에는 골드바 구입(35억 원) 내역, 무료 해외여행 실시 타당성뿐만 아니라 부동산 과다 구입(901억여 원), 서울 중앙농협 본점 내 하나로마트 시설 비용 과다 지출(34억 원), 수십억 원의 지점 시설 교체 비용, 불투명한 회의비와 업무추진비 등도 포함돼 있었다.

농협중앙회는 감사위원회와는 별도로 "회원의 업무를 지도·감독"할 조합감사위원회를 두고 있다. 조합감사위원회는 위원장을 포함해 5명의 위원(임기는 3년)으로 구성되고, 감사 사무를 처리하기 위한 기구인 사무처(일명 '조감처')를 두고 있다. 조합감사위원회는 2년(상임감사를 두는 지역농협의 경우에는 3년)마다 1회 이상 지역농협을 감사해야 한다.

하지만 조감처에서는 이들을 만나주지도 않았다. 당시 농협중앙회를 방문한 한 조합원은 "조감처와 사전에 연락하지 않거나, 조감처에서 승인해주지 않는다는 이유를 들어 조감처가 있는 11층에 못올라가게 했다"라며 "결국 민원실장을 찾아갔지만 감사 요청서조차 받아주지 않았다"라고 전했다. 그는 "지금까지 연락도 없다"라며 "조합원을 위한 농협인데 조합원들의 감사 요청을 받아들이지 않고 있다"고 설명했다.

농림축산식품부 "농협중앙회 등과 협의해 적절한 지도·감독 방안 마련 노력"

 농림축산식품부의 민원 처리결과 안내 공문. 농림축산식품부는 “감사가 추진될 수 있도록 농협중앙회와 협의하겠다”라고 밝혔다.
농림축산식품부의 민원 처리결과 안내 공문. 농림축산식품부는 “감사가 추진될 수 있도록 농협중앙회와 협의하겠다”라고 밝혔다. 오마이뉴스

농협중앙회가 감사 요청을 받아들이지 않자 결국 일부 조합원들은 농림축산식품부에 특별감사를 청구하기에 이르렀다. 13명의 조합원은 지난 7월 10일 농림축산식품부 청사를 찾아 '35억 원 골드바 구입한 내역 밝혀라', '해외 선진지 견학 100% 무료 실시 타당성 감사하라' 등의 피켓을 들고 시위를 벌인 뒤 농림축산식품부 농업금융정책과에 '특별감사 요청서'를 제출한 것이다.

이에 농림축산식품부는 지난 4일 특별감사 청구서를 제출한 일부 조합원들에게 보낸 '민원 처리결과 안내' 공문을 통해 "서울 중앙농협의 업무추진비 집행, 사업 타당성 등에 다해 감사가 추진될 수 있도록 농협중앙회와 협의하는 한편, 중앙선거관리위원회, 농협중앙회 등 감독기관과 협의해 경비 등 예산집행에 대한 적절한 지도·감독 방안을 마련할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라고 밝혔다.

농협중앙회가 감사 요청을 받아주지 않는 상황에서 농림축산식품부가 직접 특별감사를 실시할 수 있음에도 불구하고 농협중앙회에 그 역할을 떠넘긴 듯한 인상을 지울 수 없다. 농협중앙회는 지금이라도 조합원들의 감사 요청과 농림축산식품부의 민원 처리결과를 수용해 서울 중앙농협을 감사해야 한다. 그것이야말로 "농업인의 자주적인 협동조직"(농협법)이라는 설립 취지에 부합하는 일이다.

[관련기사]
- 금배지, 금열쇠, 금두꺼비...금 15돈 내걸고 당선된 농협조합장 https://omn.kr/2cvkh
-'금 15돈 선거공약', 골드바로 돌아왔다 https://omn.kr/2dege
-'골드바' 이어 '공짜 해외여행'에 50억 원?...어느 농협조합장의 공약 이행 https://omn.kr/2e0mg
-서울 중앙농협 조합원들이 농림부에서 피켓시위 벌인 이유 https://omn.kr/2eihr
#서울중앙농협 #김충기 #농협중앙회 #골드바 #농림축산식품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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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70년 전남 강진 출생. 조대부고-고려대 국문과. 월간 <사회평론 길>과 <말>거쳐 현재 <오마이뉴스> 기자. 한국인터넷기자상과 한국기자협회 이달의 기자상(2회) 수상. 저서 : <검사와 스폰서><시민을 고소하는 나라><한 조각의 진실><표창원, 보수의 품격><대한민국 진보 어디로 가는가><국세청은 정의로운가><나의 MB 재산 답사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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