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폭염에 방화복 무장한 일흔 예술가 ..."워케이션 잘 됐으면"

정읍 솔티숲 '토박도예'에서 가장 흔한 것은 도자기와 인심, 심지어 정원 경계까지

등록 2025.08.04 14:48수정 2025.08.04 14:4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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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방화복 입은 박현수 작가, 가마에서 도자기를 꺼내는 모습.
방화복 입은 박현수 작가, 가마에서 도자기를 꺼내는 모습. 이민선

1000도가 넘는 가마에서 도자기를 꺼내는 모습을 보고 나서야 도자기 만들기가 쉽지 않은 작업임을 알 수 있었다.

일흔 살 박현수 작가는 우주복을 연상시키는 은색 방화복으로 머리에서 발끝까지 무장하고 가마 앞에 섰다. 소방대원이 불길을 뚫을 때 착용할 만한 장비였다. 손에는 커다란 집게가 들려 있었다. 가마 문이 열리자 시뻘건 불덩이가 이글이글. 불붙은 도자기들이 수줍은 자태를 세상에 드러내는 순간이었다.


도자기들이 박 작가 집게에 들려 세상에 나오면서 도자기 체험객들 손이 바빠졌다. 왕겨를 뿌려 불을 끄고 열을 식힌 다음 물에 씻는 과정이 체험객들 임무였기 때문이다. 도자기 제작 과정에서 체험객들이 손으로 직접 할 수 있는 유일한 작업 이기도 했다.

작업을 마친 박 작가 몸은 당연히 땀투성이. 도자기 체험을 하던 그날이 폭염이 맹위를 떨치던 7월 30일 저녁이었다.

작가라는 이름으로 불리기 전 그의 직업은 교수(전북과학대학교)였다. 정년퇴직(2020년) 전인 2013년에 이곳에 보금자리를 만들었고, 퇴직과 동시에 작품 활동에 매진했다. 농촌 마을 발전에도 정성을 기울여 지난 2018년에는 '대한민국 농촌재능나눔 대상'을 받았다. 6년 동안 전북과학대학교 디자인과 학생들과 함께 도자기 문패를 만들어 마을에 기부한 공 등을 인정받은 덕분이었다. 당시 심사위원들은 정읍시 농촌마을의 공동체 활성화와 마을 주거환경 개선에 크게 기여했다는 평을 했다.

솔티숲에 있는 그의 보금자리 '토박도예'에서는 가장 흔한 게 도자기와 인심이다. 도자기 체험객에게 10년지기 친구에게나 줄 법한 포도주까지 아낌없이 내놓는 큰 손. 후한 인심이라는 말 외에는 설명할 길이 없다.

풍경, 바위와 나무 사이에 있는 버섯...정말 놀라운 것은 주변에 보이는 대부분의 장식품이 박 작가가 직접 만든 도자기라는 것. 심지어 화단 경계까지 도자기로 장식했다.


"마을이 아름다워지고, 마을 사람들이 힘을 모아 하는 워케이션이 잘 됐으면 하는 바람입니다."

박 작가가 30도를 훌쩍 넘는 무더위에 우주복 같은 소방 복장을 착용하고 도자기 체험에 나선 이유였다.


소나무와 잣나무, 키 큰 대나무들 사이로 난 오솔길

 박현수 작가
박현수 작가 이민선

 토박도예 전경
토박도예 전경 이민선

'일(work)'과 '휴가(vacation)'를 함께 즐긴다는 의미가 있는 워케이션(worcation). 워케이션은 휴가지에서 일상적인 업무를 하면서 관광과 휴양을 즐기는 '체류형 관광'을 의미한다. 지방 인구 감소로 인한 경제 위기 대안으로 주목받고 있어, 제주도 강원도 등에서 정책적으로 추진하고 있다.

인구 소멸 위기를 겪고 있는 전라북도 정읍시가 내놓은 해법도 바로 이것 워케이션. 지난달 30일과 31일 1박2일 일정으로 정읍 내장산 중턱에 있는, 솔티 생태관광지로 유명한 송죽 마을을 둘러봤다. 솔티 생태관광지는 정읍시가 추진하는 워케이션 1번지로도 유명하다.

시원스럽게 뻗어 있는 소나무와 잣나무, 키 큰 대나무들 사이로 난 오솔길. 숲길에 발을 들이자마자 머리를 편하게 해 주는 많은 것들이 눈에 들어왔다. 이곳이 '국가생태관광지'로 선정된 이유를 설명해 주는 자연의 선물이었다.

국가생태관광지는 환경부에서 선정한 생태계가 우수한 지역을 말한다. 솔티숲은 지난 2018년 국가생태관광지로 지정됐다.

​솔티숲 초입에 자리 잡은 '숲속 카페'는 다리 쉼을 하기에 안성맞춤이다. 이 카페 운영자는 책 <연애하고 싶은 남자 결혼하고 싶은 여자>(글로리아, 2005)를 쓴 이영미 작가다.

카페에서 몇 걸음 옮기면 도자기 체험을 제공하는 도예가 박현수 작가의 보금자리 '토박도예'가 나온다. 박 작가는 이곳 숲에 자신이 디자인한 다양한 도예작품과 생활도예 작품들을 재능기부 형태로 지원하고 있다. 덕분에 솔티 생태 숲을 '예술 숲'으로 한 걸음 더 성숙시켰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솔티숲이 있는 송죽마을은 농림축산식품부로부터 농촌형 워케이션 시범사업지로 선정된 마을이다. 워케이션을 위한 숙소는 물론 도자기 처험, 떡만들기 같은 체험프로그램도 갖춰져 있다.

 도자기로 만든 버섯 장식.
도자기로 만든 버섯 장식. 이민선

 도자기로 만든 화단 경계
도자기로 만든 화단 경계 이민선

 솔티숲
솔티숲 이민선





#토박도예 #솔티숲 #워케이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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