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강 첫날, 복지관 글쓰기 수업 개강 첫날인데 결석생이 없어서 감사했다
최은영
쓰기 위해 메모를 한다는 건 삶을 유심히 바라보고, 평범한 순간에 의미를 부여한다는 뜻이다. 기억을 붙잡는 일이기도 했고, 오늘을 더 자세히 바라보는 연습이기도 하다. 그게 어르신 수업에도 통했다는 게 신이 난 나는 나도 모르게 어설픈 춤을 췄다.
몸치의 춤사위에 어르신들은 당황한 표정이다가 웃음을 터뜨리셨다. 내 돌발행동에 나도 놀랐지만 그 웃음소리가 신난 나는 '에라 모르겠다' 마음으로 더 과감하게 둠칫했다. 덕분에 웃음 소리도 커졌다. 나도 내가 이럴 줄 몰랐다.
손등의 주름 사이를 파고드는 기억들은 한치의 흐림도 없이 종이 위를 걸었다. 한 문장, 한 단어마다 삶의 결이 느껴졌고, 그것은 아무리 세련된 글이라도 흉내 낼 수 없는 고유한 진실이었다. 어르신들의 메모는 낡은 기억을 꺼내는 손잡이였고, 그 손잡이를 잡는 순간 삶은 다시 한 번 빛을 발했다. 이번 학기에 새로 오신 한 분은 "수업 자체가 예쁜 수필 같아요"라는 말씀을 남겨 주셨다. 또 춤을 출 뻔했다.
집에 오는 길, 내 어설픈 춤을 다시 정의해봤다. 그것은 흥 때문이 아니라, 어르신들이 써 내려간 삶에 대한 경외심 때문일지도 모른다. 그 생생함 앞에서 나는 가르치는 사람이 아니라 배우는 사람이 된다. 글쓰기 수업은 앞으로도 그저 글을 '가르치는' 시간이 아니라, 삶을 더 자세히 '함께 바라보는' 시간이 되어야 한다고 다짐해 본다. 다음 수업을 기다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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