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키오스크 ‘이 벽을 어떻게 허물 수 있을까? 키오스크도 결국 하나의 도구일 뿐인데… 어르신들이 이걸 조금만 익숙하게 사용하신다면, 오히려 더 빠르고 편리하게 물건을 사가실 수 있을 텐데.’
이효진
"무인 가게 이용, 어렵지 않아요! 설명서가 계산대 앞에 부착됐어요."
그러던 어느 날, 키오스크 앞에 서서 결제하다 멈춰 선 손님이 있었다. 그분은 한참을 망설이다가 문득 설명서를 발견했다. 설명서 시선을 천천히 따라가기 시작하더니 결제 성공! 그 순간, 그분은 작은 감탄사와 함께 손뼉을 쳤다. 기분 좋게 가게를 나서던 그 뒷모습. 나는 그 모습을 바라보며 처음으로 이 공간이 '열렸다'는 느낌을 받았다.
또 한 번은 가게 청소를 하러 들른 날이었다. 한 외국인이 들어와 아이스크림을 몇 개 고르고 키오스크 앞에 섰다. 동네에 사는 분인 듯, 망설이는 듯한 표정으로 한참을 서 있었다. 나는 조심스럽게 다가가 말을 걸었다.
"도와 드릴까요?"
그 외국인은 지갑을 열어 현금을 보여주며 이것으로도 결제가 가능한지를 물었다. 나는 고개를 끄덕이며 가능하다고 말한 뒤 천천히 시범을 보이며 결제를 도왔다. 결제가 끝나자, 그는 엄지 손가락을 번쩍 들며 말했다.
"최고!"
"이제 할 수 있겠어요?"
"네!"
나는 그날
무인가게가 누군가에겐 배움의 공간이기도 하다는 걸 알았다. 외국인에게도, 외지인에게도 장벽 없는 공간이 될 수 있다는 확신이 들던 순간이었다. 하지만 모든 분이 그렇게 쉽지만은 않았다. 어느 날 집에서 쉬고 있는데 남편에게 전화가 걸려왔다. 가게 비상 연락처는 남편 번호였다. 할아버지의 떨리는 목소리가 전화기에서 조심스레 흘러나왔다.
어떻게 하면 더 쉽게 다가갈 수 있을까?
"결제가 안돼요. 카드 넣었는데도 안돼요. 이거 어떻게 하는 건가요?"
아이스크림을 여러 개 고르셨는데 키오스크 앞에서 막히신 것이었다. 남편은 할아버지와 함께 통화로 하나하나 단계를 설명드렸다.
"지금 상품을 바코드에 갖다 대셨나요?"
"네... 했어요."
"카드는 기계에 넣으셨고요?"
그렇게 긴 통화 끝에 결국 결제에 성공했다. 할아버지는 기뻐하며 말했다.
"됐어요. 됐어! 고마워요."
하지만 이어진 말은 뭉클했다.
"이거 통화하면서 해서 된 거지... 다음에 또 오면 헤맬까 봐... 이 가게 정말 마음에 들거든요, 가격도 좋고 물건도 좋고!"
그리고 조심스럽게 제안하셨다.
"설명서는 너무 글이 많아요. 우리 같은 사람은 긴 글이 눈에 안 들어와요. 좀 더 간단하게 알아볼 수 있게 알려주면 좋겠어요."
그 말씀에 가슴이 철렁했다. 내가 친절하게 적어둔 안내문 조차 누군가에게는 또 하나의 장벽이었다. 글이라는 장벽 앞에서 헤매는 이들이 있다는 것. 그래서 다시 생각했다.
'글자가 어렵다면, 사진으로 보여드리자.'

▲키오스크 사용 방법 직접 키오스크 화면을 찍고, 단계별로 사진을 출력했다. 1번, 2번, 3번. 사진마다 번호를 붙이고 계산대 앞 눈에 잘 띄는 곳에 붙였다. 글자보다는 이미지가 먼저 보이게. 최대한 단순하게. 보기 쉽게.
이효진
그래서 직접 키오스크 화면을 찍고, 단계별로 사진을 출력했다. 1번, 2번, 3번. 사진마다 번호를 붙이고 계산대 앞 눈에 잘 띄는 곳에 붙였다. 글자보다는 이미지가 먼저 보이게. 최대한 단순하게. 보기 쉽게.
그 뒤로 키오스크라는 벽을 넘은 어르신들은 이제 당당하게 물건을 고르고 결제하며 단골이 되셨다. 이제 우리 가게는 달라졌다. 초등학생들 또한 입소문을 타고 찾아오기 시작했고 어르신들과 중년 손님들도 편하게 이용한다. 학생, 외국인, 어르신 할 것 없이 누구나 기계 앞에서 머뭇거리지 않고 당당해질 수 있는 가게. 그런 곳으로 조금씩 변해가고 있다.
나는 바란다. 우리의 무인가게가 단순한 판매처를 넘어 누구에게나 열린, 진짜 열린 공간이 되기를. 그 모든 시작은 단 하나의 질문이었다.
"어떻게 하면 더 쉽게 다가올 수 있을까?"
그 답을 찾아가는 이 여정은 아직도 계속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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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년 동안 방송작가로 활동했다. 제주MBC, 아리랑국제방송, 제주 TBN교통방송 등에서 다양한 프로그램을 제작했으며 현재는 아동문학 작가이자 글쓰기 교사로 활동하고 있다. 오마이뉴스 시민기자이자 브런치 작가로 글을 쓰며, 유튜브 채널 '작가의식탁TV'를 통해 초·중등생의 글쓰기와 학습 성장을 돕는 교육 콘텐츠를 전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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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인가게에서 손뼉친 할아버지, 그후로 단골이 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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