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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록 2025.08.07 15:14수정 2025.08.07 15: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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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굴뚝나비 천연기념물이자 환경부 멸종위기야생생물 Ⅰ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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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2년 여름, 산굴뚝나비 영상을 촬영하기 위해 제주도 한라산을 찾았다. 7월~8월, 한창 더운 시기였다. 해발 1500m 이상 고지대까지 촬영 장비를 옮기는 일도 쉽지 않았지만, 무엇보다 걱정스러웠던 건 따로 있었다.
천연기념물이자 환경부 멸종위기야생생물 Ⅰ급인 산굴뚝나비를 만날 수 없을까 하는 걱정이었다. 몇 번의 시도 끝에, 다행히 그 모습을 카메라에 담을 수 있었다. 그 나비는 윗세오름 부근, 해발 약 1650m 지점에서 날고 있었다.
산굴뚝나비는 7월과 8월, 한라산 아고산지대(해발 1400m 이상)에서 단 한 달만 살아가는 나비다.
우리나라에서는 오직 한라산에서만 그 모습을 볼 수 있다. 서늘한 곳에서만 서식하는 이 나비는 기후변화의 민감한 바로미터다.
과거에는 해발 1350m 부근에서도 볼 수 있었지만, 10여 년 전부터는 1500m 이상, 그리고 내가 찾았을 당시에는 1650m 윗세오름 부근까지 올라가 있었다. 그만큼 온난화는 우리보다 먼저, 생명에게 영향을 주고 있었다. 2025년에는 남벽~ 백록담 사이 해발 1700m 이상에서 산굴뚝나비가 발견되고 있다.
올해 상황이 궁금했다. 13년째 산굴뚝나비를 연구하고 있는 김도성 생물보전연구소 소장은 이렇게 말했다. "올해는 해발 1700m 위로 올라가야 겨우 볼 수 있다. 고도가 높아진 것도 문제지만, 3년 전 우리가 함께 왔을 때보다 개체수가 많이 줄었다." 그 말은 단순한 관찰 기록이 아니라, 지구 평균기온이 얼마나 빠르게 오르고 있는지를 보여주는 지표였다.

▲한라산 과거에는 해발 1350m에서도 발견됐던 산굴뚝나비. 지금은 해발 1700m 이상에서 발견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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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기에 그을린 날개, 빙하기 이후 살아남은 생명체
산굴뚝나비의 앞날개 길이는 약 3cm. 전체적으로 짙은 고동색을 띠며, 중앙부터 바깥쪽으로 회백색의 넓은 띠가 이어진다. 날개 전체에 검은 잔털이 빽빽하게 나 있는데, 이 모습이 굴뚝의 그을음 같고 산에서만 산다고 해서 '산굴뚝나비'라는 이름이 붙었다.
산굴뚝나비는 빙하기 이후 추위를 피해 남하해, 제주도 한라산 고지대에 살아남은 종이다. 그만큼 기후 변화에 민감하며, 지금은 아고산대라는 좁은 환경에만 의존해 생존하고 있다. 이 나비는 일 년에 단 한 번 알을 낳는다. 애벌레는 땅속이나 돌틈, 식물 잎 사이에서 가을과 겨울을 보낸다. 이듬해 7~8월, 번데기를 거쳐 성충이 되지만, 날아오를 수 있는 시간은 열흘 남짓, 생존 기간도 한 달을 채 넘기지 못한다.
산굴뚝나비는 빙하기 시절에도 살아남은 생명체다. 그러나 지금은 기후변화 앞에 서서히 밀려나고 있다. 김도성 생물보전연구소 소장은 단호히 말했다. "한라산 정상은 해발 1950m다. 더 이상 올라갈 곳이 없다는 것이 가장 큰 문제다. 기온이 조금만 더 올라가면, 이 나비는 한라산에서도 살아남을 수 없게 된다."

▲산굴뚝나비 지구온난화의 바로미터라고 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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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존 고도가 점점 더 높아지고 있다는 사실은, 지구가 생명에게 제공할 수 있는 공간이 줄어들고 있음을 의미한다. 나비 하나 사라지는 게 뭐 그리 대단한 일이냐고 말할 수도 있다. 그러나 산굴뚝나비의 실종은 지구가 더 이상 이 생명을 품을 만큼 서늘하지 않다는 뜻이다. 이 나비는 작고, 유명하지 않지만, 그 존재 하나로 한라산 생태계의 균형, 기후 변화의 진행, 생물다양성의 위기를 모두 설명한다.
내가 3년 전 본 산굴뚝나비가, 단지 운이 좋아서 본 것이 아니었길 바란다. 그 나비는 지금도 살기 위해, 한라산 어딘가에서 마지막 날갯짓을 하고 있을 것이다. 이 생명을 지키기 위한 우리의 관심도, 고도를 따라 높아져야 한다. 우리는 지금, 이 작은 날개에 실린 마지막 메시지를 들을 준비가 돼 있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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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온이 더 올라가면 한라산에서 살아남을 수 없는 나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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