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드믄 계단식 논 산책길에서 만난 농부 흔쾌히 사진 촬영에 응하고 자세를 취해 주었다
문진수
발리인들은 공동체를 중히 여기지만 이방인을 환대하고, 느긋해 보이지만 인내심이 강하며, 자신들이 믿는 가치와 문화에 자부심이 있지만 개방적인 면모를 갖추고 있다고 한다. 모두가 그렇다고 할 순 없겠지만, 이 평가는 대체로 맞는 것 같다. 또 한 가지 알게 된 사실은 잘 웃는다는 것이다. 누구를 만나든, 지어낸 웃음이 아니라 자연스럽게 배어 나오는 미소를 접할 수 있었다.
타인을 돕고 보살피는 행위가 일상적인 나라
인도네시아는 어떻게 세계에서 가장 관용적인 나라가 되었을까. 국민의 약 87%가 믿고 있는 이슬람교의 영향이 크게 작용했을 것이다. 무슬림들에게 재산의 일부를 가난한 사람들에게 베푸는 자선(慈善)은 신도라면 꼭 실천해야 할 핵심 교리(敎理) 중 하나다. 자카트(Zakat)라고 부르는데, 이는 단순한 의무를 넘어 믿음의 실천이자 사회적 책임으로 인식된다.
하지만 이것만으로는 설명이 부족하다. 이 요인이 절대적이라면, 국민의 99%가 무슬림인 튀르키예(Türkiye)의 나눔 지수가 더 높아야 한다. 2024년 기준, 튀르키예의 국제나눔지수(WGI)는 조사 대상 국가 142개 중 122위다.(World Giving Index 2024). 최하위권이다. 인도네시아는 이슬람교를 국교(國敎)로 정하고 있는 나라들과 비교해도 점수가 훨씬 높다.
결과적으로 이번 여행을 통해 이 수수께끼의 답을 찾을 순 없었다. 수천 년에 걸쳐 축적된 의식과 문화의 정수(精髓)를 짧은 시간의 관찰로 파악한다는 건 무리였을 것이다. 분명한 사실은 이 나라 국민 대다수가 타인을 돕고 보살피는 행위를 일상적으로 실천하고 있다는 점이다. 박애(博愛)는 모든 신앙의 근본이며 인류가 지닌 최고의 덕목이다. 원천이 무엇이건, 박수를 받을 자격이 충분하다고 생각한다.
인도네시아는 세계에서 네 번째로 인구가 많은 나라다. 화산 폭발의 위험을 안고 있지만, 바로 그 화산재로 인해 비옥한 땅을 얻게 되어 인구수가 증가했다. 최상위 부호 4명이 하위 1억 명의 부와 맞먹는 재산을 보유하고 있을 만큼 빈부격차가 극심한 나라이기도 하다. 세계은행은 인도네시아 인구의 약 4할(1억 2천만 명)이 경제적으로 불안정한 상태에 놓여 있다고 진단하고 있다.
모든 국민은 자신들의 수준에 맞는 정부를 가진다는 말이 있다. 이 말이 사실이라면, 인도네시아 정부는 세계에서 가장 훌륭한 정부여야 한다. 국민은 훌륭한데 국가가 엉망이라면. 이는 누구의 탓일까. 훌륭한 정부는 어떻게 만들어지는 것일까. 선한 마음과 의지를 지닌 인도네시아 사람들이 현명한 지도자와 대리인을 선출해 더 많이 웃을 수 있기를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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