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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길 걷기 서너 시간 거뜬한 문화해설사의 여름나기 비결

천천히 걸으며 들숨날숨에 집중, 물은 한 모금씩 자주... 야외활동 힘든 상태면 충분히 휴식

등록 2025.08.07 17:22수정 2025.08.07 17: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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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마이뉴스의 모토는 '모든 시민은 기자다'입니다. 시민 개인의 일상을 소재로 한 '사는 이야기'도 뉴스로 싣고 있습니다. 당신의 살아가는 이야기가 오마이뉴스에 오면 뉴스가 됩니다. 당신의 이야기를 들려주세요.

올여름에도 폭염과 열대야, 장마와 국지성 호우가 반복되고 있다. 이러한 기상 현상은 기후변화로 지구의 평균 기온이 꾸준히 올라가고 있기 때문이다. 무더위가 8월 중순까지 이어질 것으로 예보되고 있다.

이러한 무더운 날씨가 거듭되어도 더위에 익숙해지기는 힘들다. 기자가 강사로 일하고 있는 전북 임실 인화초중고등학교는 여름 방학을 다른 해보다 며칠 더 연장했다. 이 학교는 재학생 평균 연령이 70세가 넘기에 무더운 여름의 장거리 등하교가 무척 힘들다. 산 넘고 물 건너 등하교가 2시간이 넘는 학생도 있다.


지난 1일 학교 수업을 마치고 방학을 했다. 학생들은 웃으며 내게 말했다.

"선생님 문화 해설사 활동, 더워서 힘드시겠어요. 취재 다닐 때 시원하게 다니세요."

기자도 학생들에게 웃으며 인사하였다.

"무더운 여름 이겨내며 즐겁게 살고, 개학 날 모두 만나시게요."

문화해설사의 여름 산행... 나름의 전략이 필요하다


지난달 6일 임실 성수산 정상까지 산악회 회원들과 함께 등산하며 상이암의 풍수지리와 역사 문화를 해설한 바 있다. 성수산 정상까지 산악회와 동행하며 해설을 마치고, 기자는 이성계 기도터를 찾아서 취재하고 사진을 찍으려 등산을 계속했다. 기도터 가는 길목의 지장재 숲속 그늘 따라 불어오는 계곡 바람이 참으로 시원했다(관련 기사 : 폭염경보인데 냉기로 가득한 지장재 고갯마루
)https://omn.kr/2egdk.

지장재 고갯길에서 보라금풍뎅이 한 마리가 열심히 일하는 모습을 찬찬히 바라보았다. 무더위에도 아랑곳 않고 자기 일에 열중하고 있었다. 풍뎅이는 자기 몸무게보다 수십 배는 넘을 돌멩이를 어깨로 들썩이며 파고 들어갔다. 풍뎅이에게 인생의 태도를 배웠다. 기자도 우리 문화유산의 역사와 가치를 기록하고 싶은 사명감으로 즐겁게 등산했다. 험한 풀숲을 헤치며 이성계 기도터 칼바위 주변을 오르내리며 취재 활동에 열중하며 더위를 잊어버렸다.


 보라금풍뎅이, 무더운 여름날 자기 몸무게보다 수십 배는 넘을 돌멩이를 어깨로 들썩이며 파고 들어간다.
보라금풍뎅이, 무더운 여름날 자기 몸무게보다 수십 배는 넘을 돌멩이를 어깨로 들썩이며 파고 들어간다. 이완우

기자도 여름 무더위에 나름 대응 전략을 세워 실천한다. 야외 해설 현장에서는 땀 흡수가 잘 되는 기능성 의류를 착용한다. 해설 활동의 동선도 가능하면 숲속 임도를 따라 그늘을 찾아 관광객을 안내한다. 때로는 그늘 숲속 정자를 활용해 기자가 쓴 <오마이뉴스> 여행·문화 기사를 검색해 함께 읽어보기도 한다.

야외 현장에서 해설 활동을 하는 날은 배낭에 생수를 3병 챙긴다. 두 병은 얼음이다. 소금을 충분히 섭취하고, 작은 용기에 넣어 휴대하기도 한다. 줄줄 흐르는 땀을 대비해 수건도 충분히 준비하며 더위를 즐길 마음을 가진다.

계곡물을 만나면 세수도 하고, 천천히 걸으며 들숨날숨에 집중한다. 숲 속에서 불어오는 시원한 바람 한 줄기, 작은 그늘 한 자락도 감사하다. 물은 한 모금씩 고맙게 자주 마신다. 몸의 건강 상태를 자주 체크하고 확인하며 자신감을 가진다. 야외 활동이 힘들 몸의 상태라면, 더 이상의 활동은 포기하고 그늘을 찾아서 충분히 휴식해야 한다.

체력단련은 필수... 들숨날숨에 집중하며 오르는 산

 철도 선로. 무더운 여름이나 추운 겨울, 철도 선로를 보수하는 철도원들에게 극한 작업 환경이다.
철도 선로. 무더운 여름이나 추운 겨울, 철도 선로를 보수하는 철도원들에게 극한 작업 환경이다. 이완우

지난 7일 오전 전라선 철도 임실역에서 열차를 기다렸다. 이 여름에 철도 선로 위에서 보수 작업을 하면 체감 기온은 50도 가까이 된다. 레일과 자갈에서 태양의 복사열이 축적되기 때문이다. 철도 선로 작업은 극한 직업의 작업 환경이다. 기자는 1974년 철도고등학교 토목과 졸업 후 철도원으로 몇년간 선로 보수 작업을 해본 적이 있다. 무거운 곡괭이를 들고 무더운 여름날도 보수작업을 했다. 오후에 작업을 마치고 사무실에서 푸른 작업복을 벗으면 소금 결정이 하얗게 돋아나 있었다. 때로는 무더운 여름날 60kg이 넘는 나무 침목을 어깨에 메고 수십여m 운반하며 왕복했다.

19살. 그 어린 시절에 철도 선로 위에서 극한의 더위를 충분히 경험한 것이다. '해야 할 일은 힘든 상황에서도 긍정적으로 즐겨라'. 자기가 하는 일에 즐겁게 열중하면 더위도, 추위도 잊을 수 있다는 것을 철도 선로 위에서 체득했다. 또한 기자는 춘천 마라톤 풀코스를 완주한 경험이 있다. 현재도 날씨와 관계없이 날마다 정해진 거리의 걷기와 달리기는 규칙적인 기본 활동이 되었다.

평소의 체력 단련은 문화관광 해설과 산행을 위한 힘의 바탕이 되었다.임실 성수산 상이암에서 왕의 기도터를 지나 산길 서너 시간은 자신 있게 등산할 수 있다. 걷거나 달릴 때 오직 들숨 날숨에 집중하고 한 걸음 한걸음에 전념하며, 몸과 마음이 순간 순간 살아 있음을 즐겁게 확인한다. 비가 오면 비가 와서 좋은 날이다. 바람 불면 바람 불어 좋은 날이다. 일일시호일(日日是好日), 몸과 마음이 건강한 조건이면, 날마다 좋은 날이다.

지구에 사는 생명체는 기후 변화에 적응하며 살아가야 하는 숙명인지 모른다. 지난 5일, 성수산 왕의 숲 풀숲에 원추리가 노란색 밝은 미소로 단아하게 꽃을 피웠다. 여름 무더위에도 원추리꽃 노란색은 밝고 맑기만 했다. 여름 방학 며칠 전, 열대야 무더위로 밤잠을 설쳤다는 학생이 있었다.

수업을 시작하며 "어제 저녁에 잘 주무셨어요?' 대신 "어제 저녁에 잘 사셨어요?"라고 말해 버렸다. "안녕하세요?"의 평온한 인사가 제법 절실한 심정이 가미된 인사로 순간 바뀌었다. 이제 여름 무더위는 생존의 문제가 되어 가고 있다. 어쩌면 에어컨 등 문명의 이기에 많이 의존할수록 앞으로도 여름 무더위는 더 힘들 것 같다. 어느새 여름 방학 일주일이 지나간다. 나이 많은 학생들이 건강하신지 안부 전화를 드려야겠다.
 숲속 풀숲의 단아한 원추리꽃. 임실 성수산 왕의 숲.
숲속 풀숲의 단아한 원추리꽃. 임실 성수산 왕의 숲. 이완우
#무더위극복하기 #무더운여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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