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듣기

'여수 밤바다', 여기에서 보니 정말 감동이었다

돌산대교와 거북선대교 아래 물감처럼 흐르는 빛의 향연, 불꽃놀이까지 크루즈 여행탑승기

등록 2025.08.11 13:21수정 2025.08.11 13:21
1
원고료로 응원
오마이뉴스의 모토는 '모든 시민은 기자다'입니다. 시민 개인의 일상을 소재로 한 '사는 이야기'도 뉴스로 싣고 있습니다. 당신의 살아가는 이야기가 오마이뉴스에 오면 뉴스가 됩니다. 당신의 이야기를 들려주세요.

거북선대교 야경 8일, 크루즈에서 바라 본 2012년 완공된 여수 거북선대교의 모습
▲거북선대교 야경 8일, 크루즈에서 바라 본 2012년 완공된 여수 거북선대교의 모습 김은진

갑자기 여수 여행을 가게 됐다. 지인이 여수로 여행을 가기로 했는데 사정이 생겨 못 가게 되자 대신 가겠냐고 물었다. 아이가 방학이고 특별한 일정이 없어 티켓을 받았다. 휴가철이라 차가 많이 막힐 줄 알았는데 기록적인 폭염이 한 차례 지나가서인지 고속도로는 평소와 별반 다르지 않았다.

2년 전 아이와 여수에 처음 왔었다. 당시 낮에 아쿠아리움 등을 관람하고 밤에는 피곤해서 일찍 잠이 들었다. 그래서 여수의 밤 풍경을 잘 알지 못했다. 이번에는 여수의 일몰과 밤바다를 즐길 계획을 세웠다.


요트를 타고 먼바다까지 나가보고 싶었지만 한 달 전에 미리 예약해야 된다고 했다. 차선책으로 크루즈 탑승을 선택했다.

여수에 도착해서 숙소에 들어가기 전 돌산읍에 있는 식당에서 점심을 먹었다. 해산물은 싱싱하고 쫄깃쫄깃했다. 밑반찬으로 돌산 돌게장이 나왔는데 껍질이 딱딱해서 가위로 다리를 잘라야 했다. 단단한 껍질 속에 있는 탱글탱글하고 단맛이 도는 게의 속살을 맛볼 수 있었다.

유명한 돌산 갓김치도 나왔다. 돌산의 해양성 기후와 알칼리성 토질이 따뜻한 바람과 만나 더 맛있는 갓을 생산해 낸다고 한다. 돌산갓은 일반갓보다 매운맛은 적고 독특한 해조류 향이 났다. 칼슘과 철분의 함량이 풍부하고 다른 채소에 비해 단백질 함량이 높은 것이 특징이라니 무조건 섭취해 두었다.

이제 여수를 돌아볼 차례다. 돌산읍에 위치한 여수 예술랜드로 향했다. 여수에서 돌산으로 가는 대교는 1984년 완공된 돌산대교와 2012년 완공된 거북선대교가 있다. 돌산대교의 팽팽하게 당겨진 듯한 케이블 옆을 지나며 밤에 볼 야경도 기대됐다.

예술랜드에 도착해 대관람차에 탑승했다. 천천히 돌아가는 캡슐 안에는 양쪽으로 마주 앉는 의자와 흰색 테이블이 놓여 있었고 음악을 들을 수 있는 플레이어가 있었다. 자리에 앉으니 관람차 안에서 세상이 나에게 여러 장의 타로카드를 꺼내 보이는 듯했다.


바다를 향해 앉자 푸른 남해 바다에 외치도와 내치도가 보였다. 하늘과 바다 사이에 맑게 피어오른 흰 구름이 싱그러운 여름처럼 부풀었다. 바다 위를 떠다니는 선박들은 여유롭게 움직였다. 반대편으로 앉자 예술랜드에서 마이다스 손에 올라가 포즈를 취하는 사람들과 스카이워크를 거니는 사람들의 모습이 보였다.

숙소에 도착해서 조금 쉬고 저녁 무렵에 여수엑스포역 인근의 선착장으로 향했다. 해 질 무렵이 되니 바람도 제법 시원했고 기온도 내려가 걷기 좋았다. 해안선을 따라 물결치듯 구불구불하게 놓인 교량을 통해 이동했다. 길의 부드러운 곡선이 마음까지 물렁물렁하게 만들었다.


크루즈에 탑승하려면 신분증과 미성년자의 신원 확인을 위한 등본이 필요했다. 티켓을 발매하고 크루즈 안으로 들어갔다. 선박의 1층은 연회장과 공연장이고 2층은 앉아서 창밖을 보며 간단한 식사를 할 수 있었다. 3층은 갑판으로 야외 공연장이 있었다. 난간에 서서 여수 해안을 보니 호텔과 카페의 등불이 이제 막 시작된 일몰 속에서 빛나고 있었다.

갑판에서 사회자가 여수 여행에 대한 안내와 진행을 했다. 배의 오른쪽에 서면 오동도를 볼 수 있고 왼쪽에 서면 돌산을 가까이서 볼 수 있다고 했다.

오후 7시 20분, 선박이 천천히 출발했다. 오동도를 스치고 방파제를 미끄러지져 남해 바다의 물살을 갈랐다.

여수 돌산 대교 야경 8일, 1984년 완공된 여수 돌산대교가 형형색색으로 빛나고 있다
▲여수 돌산 대교 야경 8일, 1984년 완공된 여수 돌산대교가 형형색색으로 빛나고 있다 김은진

구름이 많아서 지는 해를 볼 수는 없었다. 운치 있는 회색 구름, 온화한 바닷바람이 기분 좋은 느긋함을 가져다주었다. 하늘이 어둠 속에 잠기자 돌산대교와 거북선대교에 불빛이 들어왔다. 교량의 하중을 지지하는 케이블이 미녀의 가지런한 치아처럼 환했다. 거북선대교가 붉은빛으로 또 파란빛으로 미소를 던지는 듯했다.

불이 켜진 돌산대교를 지날 때 산모양으로 솟아있는 교량의 불빛이 바다에 비쳤다. 보라와 노랑, 파랑과 빨강의 불이 켜질 때마다 바다도 몸을 흔들며 빛의 물감을 풀어놓았다. 왜 '여수밤바다' 노래가 그렇게 인기 있었는지 알 것 같았다. 밤의 야경이 활기와 은은한 감동을 선사했다.

이어서 크루즈의 절정인 폭죽이 터졌다. 바다 한가운데서 빛이 맹렬하게 쏟아졌다. 거침없이 터지는 폭죽에 갑판 위는 함성과 감탄이 가득했다. 답답한 마음도 일시에 터져 나와 밤하늘을 수놓고 사라졌다. 걱정도 피곤함도 한바탕의 환호성 속에 날라갔다.

폭죽 쇼가 끝나자 사회자는 항구에 도착할 때까지 노래를 부르며 춤을 추었다. 탑승객과 함께 말춤도 추고 샤우팅도 하며 즐거움으로 채웠다. 사람들은 갑판에서 웃고 뛰면서 무대를 즐겼다. 가족 단위의 사람들이 많았는데 다들 20대 청춘으로 변한 것 같았다. 섬과 육지를 잇는 교량처럼 여수 밤바다는 사람들을 가뒀던 일상과 자유로움을 이어주었다.

여수 밤바다에는 휴식과 재충전이 있었다. 은은히 빛나는 돌산대교와 거북선대교의 불빛, 천천히 움직이는 케이블카. 밤을 즐기는 황홀한 빛에 던져진 잊지 못할 시간이었다. 여수에 가면 꼭 해질 무렵 크루즈를 타라고 권하고 싶다.
덧붙이는 글 이 기사는 브런치에도 실립니다.
#여수밤바다 #크루즈 #돌산대교 #거북선대교 #돌게장
댓글1
이 기사가 마음에 드시나요? 좋은기사 원고료로 응원하세요
원고료로 응원하기

세상사는 아름답고 재미난 이야기를 모으고 있습니다. 오고가며 마주치는 풍경을 사진과 글로 담는 작가이자 주부입니다.


톡톡 60초

AD

AD

AD

인기기사

  1. 1 감자 들고 학교 간 아이, 교사가 거절하며 건넨 씁쓸한 말 감자 들고 학교 간 아이, 교사가 거절하며 건넨 씁쓸한 말
  2. 2 학교 정문에 걸린 현수막, 34년 교직 중 이런 문구 처음 학교 정문에 걸린 현수막, 34년 교직 중 이런 문구 처음
  3. 3 마당 데크를 걷어내자 나온 것, 십수 년을 모르고 살았네 마당 데크를 걷어내자 나온 것, 십수 년을 모르고 살았네
  4. 4 "입에 침 좀 바르세요" 윤석열 명예훼손 사건 재판에서 싸운 두 사람 "입에 침 좀 바르세요" 윤석열 명예훼손 사건 재판에서 싸운 두 사람
  5. 5 법원이 가린 내란 재판 판결문, 실명 공개합니다 법원이 가린 내란 재판 판결문, 실명 공개합니다
연도별 콘텐츠 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