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YH무역 노동자 김경숙 열사

[김삼웅의 인물열전 - 민족민주열사열전 18] 경찰의 사인 발표는 일관성이 없고 사실과도 상치되었다

등록 2025.08.14 15:14수정 2025.08.14 15: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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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YH무역 사진
YH무역 사진 김경숙열사기념사업회

권력의 비호를 받는 악덕기업 가발업체인 YH무역이 1979년 8월 6일 일방적으로 폐업을 공고하자 여성 노동자들이 회사 정상화와 생존권 보장을 요구하자 회사측은 기숙사와 식당을 폐쇄했다. YH무역 여성노동자들은 총회를 열어 은행관리기업으로 인수할 것과 장용도 회장을 미국에서 소환할 것, 그리고 기업의 정상화와 생계대책을 강구할 것 등을 결의하며 농성을 계속했다.

회사측의 탄압이 계속되자 YH무역 노동자 184명은 8월 11일 새벽 2시 마포구 도화동 소재 신민당사를 찾아 4층 강당에서 농성을 계속하였다. 이에 1200여 명의 정사복 결찰이 불시에 기습하여 신민당 의원들과 당직자들을 폭행하면서 노동자들을 끌어냈다. 당시 신문보도에 따르면 경찰은 집단 투신에 대비 당사 바닥에 매트리스를 깔았다고 한다.

이때 YH무역노조 상무집행위원 김경숙 (21세)이 신민당사 뒤뜰 지하실 입구에서 시신으로 발견되었다.

김경숙 열사의 사인과 관련 8월 11일 이순구 서울시경국장은 "농성여공 가운데 김경숙 양이 자해, 중상을 입어 병원으로 옮겼으나 사망했다"고 발표하고, 8월 13일 두 번째로 "숨진 여공 김경숙 양의 사인은 국립과학수사연구소 부검 결과 추락으로 인한 후두부 골절, 허리뼈 및 엉덩이뼈 골절 등으로 판명되었다"고 발표했다.

이 발표에 따르면 김경숙은 투신하기 전인 10일 밤 11시경 깨어진 유리조각으로 좌·우 손목관절 부분에 길이 3.3cm, 폭 1.8cm, 깊이 2cm의 상처를 내 피를 흘리고 실신했다가 이정례의 지혈과 인공호흡으로 소생됐으며, 통금시간 직후 밖이 소란한 사이에 없어졌는데 11일 새벽 2시경 당사 뒷마당에서 의식불명상태로 발견되었다는 것이다.

또한 경찰은 새벽 2시 20분 김경숙을 초진한 녹십자병원 김태만 의사 검안기록에도 초진시간으로부터 1시간 전에 사망한 것으로 나타났다고 말하고, 사망 시간을 11일 새벽 1시 30분경으로 추정하여 경찰진입 시간인 새벽 2시보다 최소한 30분 이상 앞선 것이므로 김경숙의 죽음과 경찰의 신민당 진입은 아무런 관계가 없다고 말했다.

이같은 경찰의 사인 발표는 일관성이 없고 사실과도 상치되었다. 첫 번째 발표는 경찰이 병원으로 옮기는 도중에 숨졌다는 것이고, 두 번째 발표는 경찰이 당사에 들어오기 전 새벽 1시 30분경에 이미 숨졌다는 것이다. 이와 달리 신민당의 발표는 김경숙의 시체부검 결과는 추락사만으로는 납득하기 어려운 점들을 내포하고 있다는 것과 경찰난입 이후 사망한 것이 확실하다는 데 중점을 두었다.
 70년대 여성노동자들이 처한 상황을 타개하고자 굳세게 싸운 YH무역 노동조합의 여성노동자들
70년대 여성노동자들이 처한 상황을 타개하고자 굳세게 싸운 YH무역 노동조합의 여성노동자들 한국여성노동자회/김경숙열사기념사업회

조합원들은 한결같이 김경숙이 조합원들과 미리 결의한 대로 경찰의 난입할 경우 투신을 결정했다고 증언했다.


신민당 '김경숙 사인 규명조사단'은 8월 16일 다음과 같은 조사결과를 발표했다.

첫째, 조사단은 8월 13일 오후 4시 30분경 강남시립병원에 안치된 김경숙의 시체를 검안하려 했으나 유족들의 비협조로 실패했고,


둘째, 국립과학수사연구소의 감정 결과대로 후두정부열창과 지주막하출혈 및 제4요추골절, 천골과 장골간 골절, 전흉부 제3, 4간 골절, 좌측 제3늑골 골절, 우측 제3, 4골절과 흉강내 출혈 등이 4층에서 추락하여 동시에 발생할 수 있는지 의심스러우며,

셋째, 당일 농성장 안에는 노동자들이 스스로 불침번을 서고 있었고 신민당원들이 문 밖에서 지키고 있었으므로 경찰 진입 30분 전에 김경숙이 투신했다면 큰 소란이 발생했어야 당연하고 11일 1시 30분경의 추락이란 있을 수 없다고 주장했다.

김경숙의 사망은 경찰이 난입하여 노동자들을 강제 연행하는 과정에서 일어난 사건이라 단정했다.

김경숙 열사는 전남 광주에서 태어나 가정이 어려워 광주 남국민학교를 졸업하고, 졸업 후 장갑공장에서 일하다가 72년 서울로 와서 한풍섬유·대신산업·이천물산 등의 공장을 전전하다 76년 8월 YH무역에 입사했다.

장례식은 8월 31일 시립강남병원 영안실에서 거행되었다. 경찰의 통제로 어머니 등 3명의 가족과 회사 간부 1명, 경찰관 7명이 입회했을 뿐 회사 직원들은 참석지 못한 채 3분 만에 끝났다.
 YH무역 사진
YH무역 사진 김경숙열사기념사업회

평소 글쓰기를 좋아했던 김경숙 열사는 사후 발견된 수첩에 '인간사'등을 남겼다.

인간사

인간은 본디 착한 사람이었더라
환경과 돈에 의하여 버려진다
엄마의 뱃속에서 '응아'하고 세상에 태어났을 때
그 착하고 순한 어린 양이 세월의 흐름에 휘말려
악한 늑대로 변해갑니다
그리웁니다 세월의 잔혹함에 달면 씹고 쓰면 뱉는 철저한 계산주의 사회
그 세찬 사회 속에 모든 걸 맡깁니다
그리고 휘말려 떠내려갑니다
수많은 돌에 부딪칩니다
그리고 터집니다 허술한 고통과 냉대 속에 심한 오열을 느낍니다
그 착하고 순한 양이 한 마리의 늑대가 되어 눈을 부릅뜹니다
먹을 것을 찾습니다 그리고 점점 악의 구렁텅이로 빠져갑니다
누가 구해줄 사람도 없습니다 다만 쳐다보며 비웃을 뿐입니다
수많은 시련과 고통 속에서 늑대는 배가 부릅니다
그리고 뉘우치면 돌이킬 수 없는 시간이었습니다
늑대는 없습니다 외로운 고독의 길을 걷습니다
하염없이 걷습니다
그길은 너무도 멀기에 돌아오지 못합니다
사람이 사는 게 이런 것일까요
숱한 행복도 저버리고 혼자 살겠다고 늑대가 되어야 하나요
그리고 멸시와 비웃음 속에 외로운 길을 가야 하나요
세월은 어김없습니다
우리들은 그동안에 자신의 길을 다시 한번 생각해 볼 필요가 있지 않을까요
덧붙이는 글 [김삼웅의 인물열전 - 민족민주열사 열전]은 매일 여러분을 찾아갑니다.
#민족민주열사열전 #김삼웅인물열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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군사독재 정권 시대에 사상계, 씨알의 소리, 민주전선, 평민신문 등에서 반독재 언론투쟁을 해오며 친일문제를 연구하고 대한매일주필로서 언론개혁에 앞장서왔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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