등록 2025.08.14 11:37수정 2025.08.14 11:5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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열정까지는 아니더라도, 귀찮아하지 않고 그 일을 반복하며 기쁨을 느낄 수 있다면 그것이 취미라는 나만의 정의를 만들어냈다. 60대가 된 현재, 과거에는 화초를 가꾸는 일을 깊이 생각해본 적 없었지만, 지금은 나의 취미가 되었다.
거실 한쪽에는 아내가 10년 넘게 가꿔온 화초들이 있다. 시중 가치로 보면 흔하고 값싼 꽃들이지만, 그 속에는 오랜 세월의 손길과 애정이 스며 있다. 화려하진 않지만 그 평범함이 오히려 더 오래 바라보게 한다.

▲ 아내의 손길 속에 십 년 넘게 꽃을 피워온 거실 속 화초들
김종섭
나는 베란다에 관심을 두고 작은 정원을 만들었다. 화초를 돌보는 시간이 쌓이면서 자연스레 꽃을 좋아하게 됐다. 베란다에는 꽃을 피우는 화초도, 꽃을 피우지 않은 나무도 있다. 단풍나무와 호랑가시나무, 캐나다에서 흔히 볼 수 있는 아이비, 산에서 자생할 법한 풀과 나무들이 작은 숲처럼 어우러져 있다.
모든 화초에 차별 없이 물 주기, 60대에 만든 새로운 취미
캐나다로 이주해 주택에 살던 시절, 뒷 정원에 많은 꽃을 사다 심었던 적이 있다. 그땐 꽃은 그냥 심어두고 물만 주면 된다고 생각했다. 마치 숲 속의 나무처럼 알아서 자란다고 여겼다. 하지만 화단이나 화분 속 화초는 달랐다. 매일 눈길을 주고, 상태를 살피며 물을 주는 일이 필수였다. 그렇게 세심하게 보살필수록 꽃은 사람의 마음을 알아차린 듯 더 아름답게 피어났다.

▲ 베란다 한쪽에 자리한 단풍나무와 호랑가시나무, 아이비가 함께 어우러진 작은 숲. 각기 다른 잎사귀와 질감이 조화를 이루어 화초의 모습
김종섭
몇 년 전 늦가을, 대형마트에서 1~2달러에 버려지다시피 팔리던 시든 꽃과 나무를 사 온 것이 시작이었다. 그 후로 버려진 화분 속 꽃들을 가져오기도 했고, 이미 건강하게 자라는 화초들을 사 오기도 했다. 예전에는 '자신만 보기 위해 꽃을 화분에 가둔다'는 생각에 부정적이었지만, 지금은 생각이 달라졌다. 누군가의 보살핌 속에서 더 오래 살 수 있다면, 화분 속 삶도 충분히 의미 있는 것이라는 걸 알게 된 것이다.
매일 물을 주다 보면 애착이 생긴다. 잎 하나, 꽃 한 송이에도 눈길이 머문다. 물을 주다 보면 "이 꽃에는 조금 덜 준 것 같은데?" 하며 다시 물을 들고 나오기도 한다. 모든 화초에게 차별 없이 물을 주려는 내 마음에 나 자신도 웃음이 난다.
화초를 기르면서 달라진 점도 있다. 숲에서 나뭇가지를 꺾거나 풀을 무심코 밟는 일이 없어졌다. 나무도 풀도 꽃도 모두 생명이고, 그 생명에도 아픔이 있다는 걸 알게 됐다. 예전에는 현관 앞 수족관에서 물고기를 키운 적도 있다. 몇 년간 정성껏 돌봤지만, 이유 없이 죽는 일이 반복되면서 결국 수족관을 치웠다. 그때 '살아 있는 생명을 기른다는 건 결코 가벼운 일이 아니라는 것'을 깨달았다.
아내가 10년 넘게 실내에서 화초를 돌본 것처럼, 나도 이제 베란다에서 나만의 화초들을 돌본다. 화려하진 않아도, 그 시간을 통해 하루가 편안해진다. 60대에 이렇게 새로운 취미가 생길 줄은 몰랐다. 그저 매일 물을 주고, 잎새를 들여다보고, 꽃을 쓰다듬는 시간이 이렇게 마음을 편안하게 할 줄 예전엔 상상도 못 했다. 지금은 꽃에 물을 주며 작은 행복을 만드는 습관이 나의 취미가 됐다.
어쩌면 인생도 꽃 키우기와 비슷한 것 같다. 물을 주고, 햇볕을 보여주고, 가끔은 바람도 쐬어주고… 그저 성급하지 않게 지켜보면 된다. 누군가에겐 시시한 취미일지 몰라도, 나에겐 베란다에서 피어나는 이 조용한 기쁨이 하루를 살아가게 하는 힘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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캐나다에 거주하며, 이민자의 삶과 일상에서 건져 올린 이야기를 기록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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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달러짜리 꽃에서 시작해 나만의 숲을 이루기까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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