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빵집 앞 벤치 빵집 앞 벤치는 잠깐 숨을 고르는 쉼표 같은 존재였다. 갓 구운 빵 향기를 들이마시고, 바람과 햇살을 잠시 품에 안을 수 있는 자리. 대수롭지 않게 스쳐 지나칠 수 있는 평범한 벤치지만, 만약 없어진다면 그 자리를 대신할 무언가를 찾기는 쉽지 않으리라는 생각이 들었다. 그곳에는 사람들의 이야기와 온기가 쌓여있었기 때문이다.
이효진
그런데 그렇게 따뜻하게만 보이던 풍경에도 한 가지 흠이 있었다. 담배 연기였다. 몇몇 사람들은 그 벤치를 휴식 공간이 아니라 흡연 공간처럼 이용했다. 그 벤치에 흡연자가 등장하면 그 공간을 오가는 사람들에게는 매우 불편한 장소로 변하곤 했다. 담배 연기가 싫어 다른 길로 돌아서 가는 사람들. 급한 발걸음으로 재빨리 그곳을 피해 지나가는 사람들.
빵 가게의 매력은 갓 구운 향긋한 빵 냄새인데. 나 또한 그 냄새에 이끌려 문을 열고 빵을 사 먹기도 한다. 그런데 벤치 주변을 감도는 담배 연기는 빵집으로 향하는 사람들의 발걸음을 멈추게 했다.
그 벤치를 만든 사장님 마음을 생각하면, 그 장면이 얼마나 속상할까 싶었다. 따뜻한 쉼을 기대하며 놓아둔 자리인데, 담배 연기로 인해 그 온기가 가려지고 오가는 사람들의 발길을 막는 순간들을 상상하니 마음 한켠이 묵직하게 눌렸다. 벤치가 담고 있는 작은 배려와 온기, 그 뒤에 숨은 사장님의 마음을 조금이라도 알아주고 지켜주는 일이 얼마나 소중한지 새삼 깨닫는 순간이었다.
그 장면은 나에게 예전 이야기를 떠올리게 했다. 내가 운영하는 논술 학원 앞에도 작은 테라스가 있었다. 나는 그곳이 아이들이 잠시 앉아 간식을 먹거나, 학부모들이 아이들을 기다리며 쉬는 자리로 쓰일 거라 믿었다. 하지만 현실은 달랐다. 아이들에게 그곳은 사발면을 먹는 자리였고, 때로는 방방 놀이터였다. 옆 편의점에서 사발면을 사 와 먹고는 쓰레기를 남겨두고 갔고, 어떤 아이는 도로에서 달려와 판자 위를 방방 뛰며 놀았다.
어느 날 한 아이가 힘껏 달려와 판자를 세게 뛰며 밟는 모습을 보면서, 순간 나는 이대로 둬서는 안되겠다고 생각했다. 결국 나는 테라스의 나무 판자를 전부 떼어냈다. 그때 알았다. 아무리 좋은 마음으로 만든 자리라도, 그 마음을 함께 지켜주지 않으면 오래갈 수 없다는 것을.
무인 가게 역시 마찬가지다. 무더운 여름, 손님들의 시원한 휴식을 위해 에어컨을 제공했지만, 일부는 제대로 끄지 않고 밤새 켜 두거나 뒷정리를 하지 않고 떠나곤 했다. 7월 전기요금 고지서를 보고는 감당이 되지 않아 결국 나는 에어컨 플러그까지 뽑아버렸다(관련 기사 :
7월 전기 요금에 말문이 턱, 작은 가게의 선의가 흔들립니다 https://omn.kr/2evut).
하지만 예상과 달리, 그 이후 아이들은 스스로 에어컨 플러그를 꽂고 시원한 바람을 맞으며 공간을 즐기고 있었다. 나는 여전히 아이들에게 뒷정리를 부탁하며 그 공간을 내어주고 있다.
내가 만든 작은 휴게실이나 다른 사장님이 만든 벤치 모두, 그 안에는 누군가를 위한 마음이 담겨 있다. 우리는 그 마음을 조금이라도 들여다보고, 깔끔히 이용하며, 때로는 따뜻한 인사를 건네는 것만으로도 그 온기를 이어갈 수 있다.
결국 작은 배려가 쌓여 따뜻한 공간이 된다. 그리고 그 따뜻함을 유지하는 길은 결코 어렵지 않다. 조금 더 조심스럽게, 조금 더 감사하는 마음으로 이용하는 것. 웃으며 앉고, 빵 냄새에 이끌려 즐기고, 서로에게 안부를 전하는 것. 이런 소소한 행동 하나하나가 무인 가게와 빵집, 또 앞으로 마주할 모든 작은 쉼터를 살아 숨 쉬게 한다. 우리는 그 공간을 단순히 소비하는 사람이 아니라, 그 안의 온기를 함께 만들어가는 존재로 기억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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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년 동안 방송작가로 활동했다. 제주MBC, 아리랑국제방송, 제주 TBN교통방송 등에서 다양한 프로그램을 제작했으며 현재는 아동문학 작가이자 글쓰기 교사로 활동하고 있다. 오마이뉴스 시민기자이자 브런치 작가로 글을 쓰며, 유튜브 채널 '작가의식탁 이효진'을 통해 초·중등생들의 교육 콘텐츠와 작가의 이야기를 전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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