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생활소음 강제 수단은 현 시점에서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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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참 쉽지 않네. 그래도 신고자가 이해하고 크게 항의하지 않아서 다행이다. 그래도 지친다."
"그러게요. 아니 법에도 없는데 경찰이 무조건 출동해서 어쩌라는 건지 가끔 답답할 때도 있어요"
"어쩌겠어. 그걸 알면서도 경찰에 신고하는 건 중재해 달라는 건데... 꼭 경찰 본연의 업무가 아니라도 지금 시점에서 말할 수 있는 기관이 경찰뿐인 걸..."
"그러다 문제가 되면 모든 책임은 경찰이 다 지잖아요. 그게 맞나 싶은 거죠."
지구대로 복귀하면서 동료와 나눈 대화다. 맞는 이야기다. 현 시점에서 생활 소음을 강제할 수 있는 수단은 없다. 이웃 간에 조금씩 양보하고 배려하는 게 가장 좋은 방법인 것도 누구나 알고 있다. 경찰이 현장에 출동해서 조치할 수 있는 것은 신고자의 하소연을 들어주는 게 제일 클 때도 많다. 그리고 서로 이해할 수 있도록 당부하는 게 전부다. 그래서 더욱 힘든 것도 사실이다.
이전에 지구대에서 근무할 때의 일이다. 연립 주택가 중심에는 작은 어린이 공원이 있었다. 그런데 해만 떨어지면 무조건 신고하는 사람이 있었다. 이유는 한 가지였다. 밖에서 아이들이 너무 떠든다는 것이었다. 내가 근무한 1년여 동안 나만 해도 10번 넘게 출동했다. 아무리 이해를 시키려고 해도 막무가내였다. 오죽하면 공원 옆으로 거주하는 모든 집을 방문해 설문했다. 그 결과를 말해줬는데도 막무가내였다. 대부분의 사람은 공원 옆에 살면서 그런 생활 소음은 당연하다는 반응이었다.
모르는 사람이 아닌, 같이 사는 공동체로 함께 배려하기
나는 현재 같은 집에 8년째 살고 있다. 그런데 지금도 아래층에 누가 살고 있는지 모른다. 단지 몇 년 전에 실내 인테리어 작업을 하면서 한 차례 방문했는데 그때도 만나지는 못했다. 그래서 출입문에 빨리 작업을 끝내겠다는 메모지를 붙여뒀던 게 전부다. 나만 그럴까 싶다.
층간 소음이 있다는 신고 현장을 출동할 때마다 이웃 간에 알고 지내는 경우는 거의 없다. 그냥 어떤 사람이 살고 있는 것 같다는 정도만 아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사실 옆집은 종종 마주할 때가 있겠지만 위아래층은 일부러 방문하지 않으면 모를 수밖에 없다. 그러다 보니 '이웃'이 아니라 '남'이 된 시대에서 살고 있다.
아무리 이웃 간에 왕래가 없고 어떤 사람이 살고 있는지 모르더라도 서로 조금씩 배려하고 이해한다면 분명 지금보다는 더 나은 삶이 될 것이다. 무엇보다 이웃을 '모르는 사람'이 아닌 '같이 사는 공동체'로 생각했으면 한다. 그게 훨씬 강력한 '예방 장치'가 될 수 도 있을 것이다. 서로의 안부를 묻는 공동주택 문화 말이다.
그럼에도 층간 소음이 있다면 경찰은 마땅히 출동할 것이다. 그리고 중재하고 당부할 것이다. 하지만 그런 신고가 없다면 더 시급한 사건에 집중하면서 열심히 일할 자신이 있다. 그래서 층간 소음이 아닌 웃음이 있는 그런 저녁을 꿈꾼다. 우리 모두에게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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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지방경찰청에 근무하고 있으며, 우리 이웃의 훈훈한 이야기를 쓰고 싶은 현직 경찰관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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위층 때문에 돌겠다는 신고, 경찰은 이렇게 대응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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