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WiET 컨퍼런스 이주리(대치초) 교사가 VR을 쓰고 수업을 시연하고 있다
달리아
그것은 컨퍼런스 주제의 수식어이기도 한 'DEI(다양성, 형평성, 포용성)'이었다. 그 세 단어 앞에서 내 안에서 묶여있던 매듭이 탁 풀어지는 것만 같은 기분이 들었다. 홀로 품고 있었던 혼란과 고민의 지점이 풀리며 불안했던 마음에 기쁨이 차올랐다. 방향성 없이 질주하는 차에 빠져있던 중요한 부품과 이정표를 발견한 느낌이랄까. 말 그대로 '유레카'의 순간이었다. 그리고 어떤 실마리를 찾은 것만 같은 반가움은 질의응답과 패널 토크를 통해 깊고 큰 감동으로 이어졌다.
행사장에서 눈을 빛내며 강의를 듣던 한 고등학생은 'AI 시대에 Chat GPT를 활용하여 과제를 하는 학생으로 이를 어떤 자세로 대해야 할지, 교사로 어떤 철학으로 이를 사용하고 가르치시는지?'에 대한 질문으로 모두를 놀라게 했다. 청주에서 온 한 선생님은 '여성의 성장을 막는 자기 검열로부터의 벗어나는 법'에 대한 질문으로 패널 분들 뿐 아니라 청중들에게도 울컥한 공감대를 이끌어냈다. 마지막 질문은 내가 던졌다. '각자의 분야에서 열정적으로 일을 하고, 아이들을 가르치게 하는 본질적인 동기, 목적의식, 철학이 무엇인지'에 대한 질문이었다.
모든 패널 분들의 답변 중, '차별에 대한 분노로 시작하여 보이지 않는 강에 돌을 던지는 마음으로 일을 한다. 그 돌이 뒤따라오는 누군가에게 디딤돌이 되었으면 한다'고 대답한 내용은 이미지로도 그려졌다. 당장은 눈에 보이지 않아도, 끊임없이 던지는 돌은 결국 견고한 바위를 깨고, 서로를 잇는 다리가 되는 모습을 상상만 해도 희망이 느껴졌다.

▲WiET 컨퍼런스 행사 후 함께 찍은 사진
박미지
컨퍼런스 이후 근처 한 멕시칸 식당에서 이루어진 네트워킹은 어느 행사장이나 공연장보다 다채롭고, 뜨거웠다. '여성'과 '에듀테크'라는 키워드에 마음이 움직여 부산, 강원도, 대구 등 전국에서 모인 이들의 마음이 이어지는 자리마다 배움과 영감이 솟아났다. 분명 맥주도 안 마셨는데, 갈증이 해갈되는 시원한 기분이라니! 각자 자리에서 외롭게 고군분투하고 있었을 이들이 '연결'되고 '연대'하는 순간마다 섬세하고도 단단한 무언가가 짜여 져 가는 느낌이 들었다. 그것은 바로 내가 오랜 시간 찾아 헤매던 '코트'였다.

▲WiET 컨퍼런스 서로를 안아주고 품어주는 태도와 마음이 눈에도 보인다
달리아
이처럼 DEI(다양성,형평성,포용성)이라는 코트를 함께 만들어가는 이들은 눈빛이 반짝였고, 귀와 마음은 열려있었으며, 언제든 서로를 안을 수 있는 넉넉하고 따스한 품이 있었다. 자신의 삶과 직업 속에서 이미 이를 실천하고 있는 이들이 몸소 보여주는 태도와 자세에서 그는 저절로 발현되었다. 그리고 그는 앞만 보고 달리게 하는 경주마처럼 '효율성'과 '수익성'만을 보게 하는 세상의 흐름 속에서, 문제점을 예민하게 자각(Awarenss)하게 만들며 더불어 함께 잘 살아갈 수 있는 세상을 위해 옆과 뒤를 돌아보게 만드는 원동력이 될 거라는 생각이 들었다.
이번 행사에 참여하면서 무엇보다 놀라웠던 점은 행사 준비와 진행과 마무리까지의 모든 과정이 운영진분들의 자발적인 참여로 이루어진 것이었다. 연사분들께도 따로 강의비가 지급되지도 않았음에도 열정적으로 모든 것을 나누게 하는 힘. 먼 곳에서도 교통비를 들여 오가게 하는 강력한 그 힘. 그 힘이 인공지능과 차별화되는, 우리가 잃지 말아야 할 인간의 존엄성(Dignity)을 지켜줄 것이라는 확신이 든다.
진정으로 나, 그리고 우리가
이 마을을 사랑해야 함을 알고 있다면
정말로 아직은 늦지 않았습니다.
우리를 갈라놓는 비열한 힘으로부터
이 마을을 구할 수 있을 것입니다.
꼭.
-이케다 가요코 구성, C. 더글러스 루미즈 영역. <세계가 말일 100명의 마을이라면(국일미디어, 2002)
차별과 경계를 넘어, 서로를 잇고 안는 그 사랑이야말로, 절망으로 치닫는 이 세상을 품어 변화시킬 것임으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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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상예술가로 살아가며 교육, 예술, 심리에 관한 기사를 씁니다. @school_dalia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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