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가 여의도샛강생태공원에 모여 책을 읽고, 노래를 부르는 이유

샛강생태공원을 살리기 위해 자발적으로 활동하는 시민들... 서울시는 그저 내쫓으려 하지 말아야

등록 2025.08.18 10:34수정 2025.08.18 10:3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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샛강을 지켜주세요 자원봉사 활동 후 샛강을 지켜달라는 피켓팅을 한 샛강시민위원회
▲샛강을 지켜주세요 자원봉사 활동 후 샛강을 지켜달라는 피켓팅을 한 샛강시민위원회 샛강시민위원회

8월 17일 일요일 저녁, 여의도샛강생태공원에 위치한 샛강센터에는 시민들이 열 명가량 모였습니다. 각자 가져온 책을 꺼내어 읽고 이야기를 나눕니다. 같은 날 오후에는 지역 주민들로 구성된 합창단 '여울소리' 회원들 28명이 모여 합창 연습을 했습니다. 동시에 2019년부터 샛강에서 북클럽을 이어온 '문학의숲'도 모임을 꾸렸습니다. 더없이 화기애애하고 즐거운 사람들의 표정과 말씨, 아름다운 노래소리와 책 읽는 소리가 샛강센터를 채웠습니다.

하루 전날인 16일 토요일에는 시민들 25명이 모였습니다. 장갑과 팔토시, 장화와 모자로 무장한 그들은 긴 낫과 갈퀴 같은 것들을 들고 샛강숲으로 들어갔습니다. 수해로 망가진 샛강을 복구하기 위하여 긴급 자원봉사를 한 것입니다. 샛강 공원관리에 책임을 진다는 서울시 미래한강본부는 민원이 여러 통 들어가야 겨우 움직이는 듯하니, 시민들이 직접 나선 것입니다.

올해 샛강을 포함한 한강 생태공원 다섯 군데에서는 서울시의 민간위탁 사태가 벌어집니다. 고덕수변, 암사, 난지, 야탐 등 다른 생태공원을 운영하던 시민단체들은 눈물을 머금고 떠났지만 샛강생태공원을 6년간 운영해온 사회적협동조합 한강은 곧바로 떠나지 않았습니다. 대신 민간위탁 사태를 바로잡기 위한 다양한 활동을 펼칩니다. 입찰절차중지가처분소송을 제기하고 언론이나 시의회 등에도 호소하게 됩니다. 이런 과정에서 서울시는 모든 절차는 공정했으며(2개월가량 이어진 가처분 소송에서 서울시가 이겼습니다), 서울시가 한강조합이 해오던 모든 과제들을 승계하여 문제 없이 할 것이며, 무엇보다도 그간 활발히 해온 시민들의 활동을 전면 보장한다고 약속합니다.

한강조합은 샛강에서 활동하는 시민들을 육성하고 지원하는 일을 해왔습니다. 공모사업도 하고 작은 모임이나 단체들, 자원봉사 동아리 등에게 공간이나 봉사 물품 제공 등 다양한 방법으로 도왔습니다. 그 결과 6년이 흐른 뒤 어엿한 샛강공동체가 만들어지고, 샛강은 과거에 비해서 방문자 수도 5~6배 늘었습니다. 샛강센터는 주말이면 발디딜 틈이 없을 정도로 북적거리는 곳이었습니다. 이렇게 매일같이 샛강에 와서 놀고 공부하고 샛강을 위해 자원봉사를 하며 보람을 느끼던 시민들이 민간위탁 사태 속에서 불안해하고 향후 샛강에서의 활동을 못하게 되는 것인지 염려하지 않을 수 없었습니다.

창립대회 때 샛강지기들 모습 6월 7일 샛강시민위원회 창립대회가 열렸다.
▲창립대회 때 샛강지기들 모습 6월 7일 샛강시민위원회 창립대회가 열렸다. 샛강시민위원회

샛강숲길을걷는사람들, 떴다 수달언니들, 피아노의 강, 여의교생태꽃밭, 문학의 숲, 맨발걷기국민운동본부, 벌볼일있는사람들, 정원미화나눔, 심지회, 동행 등 그동안 샛강에서 다양한 활동을 하던 소모임들, 자원봉사자들이 모여서 샛강에서의 활동을 이어가기로 했습니다. 그렇게 해서 6월 7일 탄생한 것이 샛강시민위원회입니다. 창립 이후 지역 주민들이 빠르게 결합하여 현재는 330명의 샛강지기라고 부르는 회원들이 있고 매주마다 자체 프로그램을 편성하여 운영하고 있습니다. 이런 활동을 좋게 평가한 한 재단에서 지원금을 보내주기도 했지만 샛강지기들이 자발적 기부금을 내며 활동합니다.

샛강시민위원회가 탄생한 이유

샛강시민위원회의 활동 목적은 '샛강을 가꾸고 즐기고 배우며' 샛강의 자연과 공동체를 지키는 것입니다. 그렇기에 샛강의 기초 생태 모니터링, 수달 모니터링, 야생화 꽃밭 가꾸기, 생태교란종 관리하기, 텃논 조성하고 가꾸기, 샛강 생태프르그램, 선셋투어, 습지투어, 양서류 프로그램, 인문학 강좌, 드르륵 짠 재봉틀 모임, 여울소리 합창 모임, 걷기 모임, 문학 모임 등등 매일같이 활동하고 있습니다. 한 달 동안 참여자가 600~700명에 달할 정도로 활발합니다.


과거 6년간 운영해온 한강조합이 샛강을 떠난 이후 샛강공원이 빠르게 망가지고 있다는 게 이들의 평가입니다. 4월부터 곳곳이 공사판이 되었습니다. 그 와중에 수달의 핵심 서식지가 있는 곳에 목교를 뜯고 재설치하는 공사를 벌여 시민들과 전문가들에게 항의를 받기도 했습니다. 수달 서식지 훼손은 <한겨레>가 보도한 다음 '시민들과 전문가의 의견을 듣고 진행하겠다'는 입장이 나왔습니다.

가시박을 정리하는 샛강시민들 16일 샛강시민위원회 회원들이 생태교란종을 관리했다.
▲가시박을 정리하는 샛강시민들 16일 샛강시민위원회 회원들이 생태교란종을 관리했다. 샛강시민위원회

샛강이 망가지는 것을 도저히 가만 볼 수 없어서 시민들이 자원봉사를 나섭니다. 그런데 서울시와 위탁업체 이음숲 측은 시민들에게 "누구의 허락을 받고 하는 것이냐"면서 그마저도 제지하기도 합니다. 지난 7월 8일 샛강시민위원회 소속 시민들 몇몇이 녹병균에 시달리는 뽕나무를 구하려고 직접 방제작업에 나섰습니다. 찌는 듯이 무더운 날씨에도 한 것은 병이 이미 수많은 뽕나무에 번져 있어 시급했기 때문입니다. 작업을 시작한 지 얼마 안 되어 서울시 관계자와 이음숲 센터장이 달려옵니다. 우선 작업을 중단하라며, 자신들이 하루이틀 내에 알아보고 대책을 세우겠다고 했습니다.


몇몇 시민들이 뽕나무 방제 요청 민원도 냅니다. 이에 대해 서울시는 '몇 날 몇 일에 작업을 했다'고 민원 회신을 합니다. 하지만 이를 마냥 신뢰하긴 어렵다는 게 활동가들의 의견입니다.

서울시는 진심으로 시민들을 대하라

시민들이 바라는 것은 단순합니다. 이전처럼 샛강에서 활동할 수 있게 해 달라는 것뿐입니다. 과거에 쓰레기와 생태교란종으로 몸살을 앓으며 황무지 같던 샛강숲이 어르신과 아이들, 장애인과 외국인들에게도 사랑받는 아름다운 곳으로 변모했습니다. 수달 가족도 살아가고 논에는 벼가 자라며 울창한 숲에서 익어가는 오디를 먹으며 새들이 노래합니다. 이런 보배 같은 곳에서 시민들이 자발적으로 모여서 자원봉사를 하고 다양한 모임을 꾸리고 인문학을 공부하기도 합니다. 그런데 서울시는 일단 나가고, 이음숲이 공모사업을 하면 공모를 통해서만 들어오라고 합니다.

시민들이 공모비를 원하는 것도 아니고, 이음숲의 '생태프로그램'이라는 틀을 뛰어넘는 다양한 활동을 하는 것인데 서울시는 공모 절차를 따르고 대관 절차를 법대로 하라는 말만 합니다. 지난 7월 18일에는 공고문을 게시했습니다. '여의도샛강생태체험관 시설정비 안내 및 조치사항 공고'가 그것입니다. 내용에는 7월말까지 시민들의 모든 프로그램과 행사를 중단해야 하며 집기를 반출하지 않으면 폐기하겠다는 것입니다.

그 사이, 정작 샛강숲은 빠르게 망가지고 있다고 생각합니다. 수달 보호 목책은 다수 망가져 보호가 위태롭고, 산책로는 곳곳에 파이고 무너져 안전이 위험하고, 생태교란종 가시박과 환삼덩굴이 숲을 뒤덮었습니다. 4월부터 시작된 온갖 공사로 공원 전체가 공사판이 되어 흉물스럽습니다.

16일 자원봉사 출동하는 샛강시민위원회 샛강을 지켜라!
▲16일 자원봉사 출동하는 샛강시민위원회 샛강을 지켜라! 샛강시민위원회

이제라도 늦지 않았습니다. 샛강의 자연과 사람들을 지키겠다는 시민들을 내몰지 마십시오. 이들은 자신들의 이익이나 생계를 위하여 이 일을 하는 게 아닙니다. 오히려 시간과 돈을 내어 이타적인 활동을 하고 있습니다. 근래 서울시는 샛강의 달뿌리평원 일부 구간 풀들을 베어버렸습니다. 그러나 달뿌리풀은 부지런히 뻗어나가 다시 평원을 뒤덮을 것입니다. 그처럼 샛강 시민들도 달뿌리풀처럼 단단히 샛강을 지킬 것입니다.
#여의도샛강생태공원 #샛강시민위원회 #서울시미래한강본부 #한강생태공원 #서울시민간위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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읽고 쓰고, 산책하는 삶을 삽니다. 2011년부터 북클럽 문학의 숲을 운영하고 있으며, 강과 사람, 자연과 문화를 연결하는 사회적협동조합 한강의 공동대표이자 이사장으로 일하고 있습니다. '한강'에서 환대의 공동체를 만들어나가고 싶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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