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러블리페이퍼의 우자활 프로젝트로 만난 강순복 활동가
허세미
매일 끌고 다니는 리어카처럼 묵직한 노동의 무게나 그로 인한 건강의 부담 외에도 현장에서 발생하는 문제들이 있다. 자원재생활동가들에게는 수집한 자원을 임시로 보관할 수 있는 적재 공간이 필요하다. 그러나 요즘의 도시란 더는 공유지가 없다. 남은 건 사유지, 시유지, 국유지 등 소유의 이름이 붙은 경계들이 있다. 그건 곧 낯섦과 불편함, 서로에 대한 몰이해를 불러온다.
적재 공간에 대한 민원도 자주 발생한다. 그런 자리가 없어야만 도시의 질서가 지켜진다고 생각하게 되는 이유는 무얼까. 예를 들어 길 곳곳에 놓여있는 폐지 자원들이 그대로 있는 것보다야, 자원재생활동가들의 노동과 활동으로 인해 한 구역에 잘 모여있다면, 왜 그런 불편함이 생기는 걸까.
- 일하시면서 힘드실 때도 있지 않아?
"힘든 일이야 있지. 섭섭할 때도 많고. 수집해 놓은 곳 앞에서 사람들이 '이게 쓰레기지 뭐가 자원이냐?'고 말하는 때도 있어. 내가 자원 모아놓은 곳에 갑자기 쓰레기를 버리는 경우도 있고. 그러면 내가 오히려 되묻지. 여기 쓰레기장처럼 보이느냐고."
-그러게. 솔직히 분리배출 구역처럼 보이진 않는데. 왤까요.
"아무래도 관심이 없으니까. 잘 모르기도 하고."
- 만약에 자원 쌓아두는 곳이 정확하게 있으면 어떨 것 같아?
"좋지. 그런 자리가 좀 있었으면 좋겠어."
- 근데 또 동네에 자원재생활동 하시는 분들이 여러 사람인데, 한곳에 모으긴 어려울 것 같고.
"그래도 전혀 없는 것보다야 낫지. 여기저기 있어도 좋고. 내가 수집한 자원이어도 다른 자원재생활동가들이나 다른 사람들과 나눌 때도 많아. 그럼 꼭 나에게 다시 좋은 일이 생겨. 평소보다 다른 자원이 많이 생긴다든지. 누가 이거 가져가라고 한다든지. 나는 그런 게 좋고 재밌지. 그렇다 보니 내 안에서 그래도 된다는, 누군가에게 나눠도 괜찮다는 믿음이 생기지."
- 한편으로는 애써 수집하셨는데 누가 덜렁 들고 가버릴까 봐 걱정도 된다.
"맞아! 지금도 가끔 누가 가져가긴 해. 돈 될 것 같은 것들. 그래서 나한테 중요한 건 조금 더 안쪽에다가, 안 보이게 두기도 하지."
파이팅 하는 마음
순복씨와의 대화 속에서는 자연스럽게, 동네 사람들과 쌓아온 깊은 관계와 일상이 느껴진다. 그래서 어느 순간에는 순복씨를 조금 더 다양한 이름으로도 불러보고 싶어진다.
동네 50년 지기 활동가, 자원재생활동 네트워크 활동가, 마을 돌봄 활동가 등. 자원재생활동가라는 이름보다 앞서 있는 순복씨의 일상은 어떻게 보면 계속되는 활동이다. 누군가와 자꾸 마주치는 일, 기꺼이 연결되는 일, 대소사에 함께 하는 일, 미워하는 마음보다 반가운 마음이 드는 일, 그리고 그게 동력으로 다시 돌아오는 일.
- 일할 때 자주 가시거나, 좋아하시는 데가 있어요?
"글쎄. 동네 돌아다니다 보니까 동네 구석구석 다 좋아하지. 자주 가는 건, 주민센터에 자주 가. 잠깐 앉아도 있고. 물도 마시고."
- 동네에서 오래 일하셨는데, 그러면서 좋은 점은 어떤 게 있는지 궁금해.
"새로운 사람들을 만나는 것도 좋지만, 매일매일 이 일을 하니까 오랫동안 만나온 사람들 안부를 챙기는 게 좋지."
- 맞아. 사람들 만나면 좋다고 자주 말씀하시잖아. 오랜만에 보면 무지 반가워해 주시잖아.
"그래. 오랜만에 만나면 정말 반가워. 한동안 안 보이면 일을 그만뒀나 싶어. 지난번에 한참 못 봤을 땐 물어볼까 싶었어. 그만뒀냐고. 그전에도 그만둔 사람들 생각하면 너무 아쉽고 보고 싶지. 다른 데도 아주 귀여운 사람이 있었어. 이야기도 잘 나누고 그래서 아주 친해졌는데, 그 사람이 그만두고는 또 아쉽지."
- 아무래도 동네에 오래 사시다 보니까 더 그럴 것 같아.
"그치. 일하면서 만나는 사람들한텐 "아이고~ 오늘도 또 살았네. 파이팅!" 이렇게 말하기도 해."
서로 기대어 사는 사이

▲ 인터뷰 중인 강순복 활동가
허세미
나도 순복씨에게 "파이팅"을 들어본 적이 있다. 순복씨가 건네는 그 인사에는 단순한 응원 이상의 무언가가 있다. 매일 같은 시간에 같은 길을 걸으며 쌓아온 관계들, 그 속에서 자연스럽게 생겨난 돌봄과 위로의 방식.
사람들이 살았으면 좋겠다. 건강하게, 혹은 잘 살았으면 좋겠지만. 꼭 그게 아니더라도 곁에서 오래오래 살았으면 좋겠다. 누군가의 한마디가 하루를 버틸 힘이 되고, 오랜만에 만났을 때의 반가움이 삶을 이어가는 이유가 되는 그런 관계들이 세상엔 더욱더 필요하다.
순복씨는 내일도 오전 8시 30분에 집을 나설 것이다. 익숙한 길을 따라 리어카를 끌고, 사람들에게 인사를 건네며 또 하루를 시작할 테다. 그 모습을 떠올리며 조금 더 배운다. 자긍심이란 무엇인지, 슬프고 섭섭한 날에도 어떻게 다시 누군가에게 다가설 수 있는지, 그리고 우리가 서로 기대어 살아간다는 말이 진짜 무슨 뜻인지를.
윤달이 끼면 여름이 더 길다고 했다. 순복씨 그리고 다른 자원재생활동가 선생님들의 여름이 조금 더 무탈하기를.
인터뷰어 : 허세미
춘천에서 살고 있습니다. 중간지원조직에서 3년간 일하며 생겨난 고민을 다른 방식으로 마주해보고 싶어, 작년엔 대학원에 진학했습니다. 지금은 시민사회·NGO학과에서 두 학기째 공부하고 있습니다.

▲ '2025 공익활동가 주간'은 공익활동가들에 대한 존중과 지지를 바탕으로 사회적 인정 문화를 만들기 위한 목적으로 6월 30일부터 7월 4일까지 열렸다.
공익활동가주간추진위원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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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도 또 살았네, 파이팅!" 자원재생활동가 순복씨의 하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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