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나는 궁금한 사람이 되고 싶지 않다. 그래서 오늘도 또 새벽 산책을 나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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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님이 '궁금한 사람이 되지 않아야겠다'라고 하신 건 누군가의 시선을 붙잡고 싶어서 나온 건 아니다. 새로움과 울컥함을 주기 위해 고민 끝에 만든 말도 아니다. 그저 날것의 감정이다. 다른 연령대 수업에서는 볼 수 없는, 시니어 글쓰기에서만 만나는 귀한 문장이다. 나는 타자를 끝내며 울컥했던 목소리를 가다듬고 이렇게 말했다.
"아무것도 안 써오셔도 절대 미안해하지 마시고요. 우리반에서 그저 끝까지 안 궁금한 사람이 되어주세요."
서서히 마모되다가 소멸하는 사람의 육체는 자연의 섭리다. 그저 돌봄을 통해서만 간신히 지연할 수 있다. 시니어 글쓰기 수업 역시 일종의 돌봄이다. 내 낭독을, 내 이야기를 진심으로 들어주고 공감해줄 때 피어나는 다정함은 서로의 버팀목이 되어서다.
끝나지 않는 통증으로 삶이 우울해지는 K님에게 이 강의실이 특별한 장소가 된다면 그것은 다정함의 중첩 때문일 것이다. 그 중첩은 어르신 뿐 아니라 내게도 선물같다. '궁금하지 않은 사람'이 이런 서사를 가질 수도 있다는 걸 다른 데서 절대 알 수 없었을 거다.
막연히 이분들과 수업을 오래하고 싶다는 마음이 있었다. K님 덕에 그 바람이 더 구체적으로 정리됐다. 나는 어르신들과 오래오래 서로 '안' 궁금한 사이로 남고 싶다. 다음주에도 궁금한 분이 없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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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일 지하철 첫 차 끝칸에 타는 어르신의 울컥한 다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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