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듣기

군산의 그림책 서점, 제발 오래오래 운영해주세요

이름처럼 아름다운 공간 '반짝반짝 빛나는' 강빛나 대표에게 들은 책방 이야기

등록 2025.08.20 11:10수정 2025.08.20 11:10
0
원고료로 응원
오마이뉴스의 모토는 '모든 시민은 기자다'입니다. 시민 개인의 일상을 소재로 한 '사는 이야기'도 뉴스로 싣고 있습니다. 당신의 살아가는 이야기가 오마이뉴스에 오면 뉴스가 됩니다. 당신의 이야기를 들려주세요.

요즘 그림책 전문 서점이 지역마다 참 많다. 하지만 군산은 생겼다가 없어지고 또, 생겼다가 없어지곤 해서 늘 아쉬운 마음이 컸다. 작년에 지인이 전화해서 "군산에 그림책방 생긴 거 알고 있었어요? 한 달 정도 되었다네? 좋아할 만한 그림책 한 권 선물로 샀으니 시간 되면 와 봐요" 해서 후다닥 준비하고 갔다.

그림책방을 발견하고 깜짝 놀랐다. 내가 꿈꾸던 공간이라 입이 벌어졌다. 제일 먼저 우드톤 인테리어가 내 눈을 사로잡았다. 진열대에는 신간으로 보이는 그림책들이 정갈하게 진열되어 있었다. 익숙하고 유명한 그림책도 좋지만 신간이 많이 진열되어 있는 곳을 개인적으로 좋아한다.


부지런히 요즘 나오는 그림책들을 유심 있게 보고 있다는 증거니까. 부지런한 책방 주인만이 할 수 있다고 생각한다. 작지만 아늑한 분위기, 마음 편안해지는 잔잔한 음악, 대표님의 밝고 싱그러운 모습에 첫눈에 반했다.

군산 그림책방&카페 <반짝반짝 빛나는> 이곳에 들어가면 그림책이라는 마법에 걸릴 것만 같다.
▲군산 그림책방&카페 <반짝반짝 빛나는> 이곳에 들어가면 그림책이라는 마법에 걸릴 것만 같다. 황금련

<반짝반짝 빛나는> 그림책방 이름이 너무 예뻐 책방 이름 참 잘 지었다고 생각했는데 명함을 보니 대표님 이름이 '강빛나'였다. 대표님은 책방 오픈 준비를 하며 가족들에게 책방 이름 공모를 했다고 한다. 어머니께서 지은 이름이 '반짝반짝 빛나는'이었고 그림책으로 하고 싶은 일과 딱 맞는 이름이라는 생각이 들어 결정했다며 이렇게 말했다.

"사람은 누구나 자신만의 빛을 가지고 있는 반짝이는 존재예요. 하지만 살아가며 자신이 어떤 빛을 가지고 있는지 자꾸만 잊어요. 그래서 사람들이 그림책을 만나는 순간 자신이 얼마나 반짝반짝 빛나는 존재인지를 다시 알아차릴 수 있기를 바라는 마음이 크고, 이 마음을 전하는 게 책방을 하면서 제가 제일 하고 싶은 일이에요."

강빛나 대표는 대학에서 유아교육을, 대학원에서 상담 심리를 공부했다고 한다. 대학 때 '유아 문학교육' 과목을 수강할 때 교수님이 매번 양손 가득 그림책을 챙겨오셔서 볼 수 있도록 했는데 그때 너무 좋았다고 한다. 그리고 유치원 교사로 근무할 때 아이들과 그림책을 많이 읽다 보니 그림책하고 계속 가까이 지낼 수 있었던 것도 계기가 되었다고 한다.

그림책방을 운영하는 목적이 책을 판매하는 것만 있는 것이 아니라 그림책으로 다정한 위로와 격려를 전해주고 싶은 마음이 더 크다고 했다. 더 부지런히 그림책을 알리며 사람들을 만나고 싶다고 했다. 이 많은 그림책들이 딱 맞는 주인을 찾아갔으면 좋겠는데 그러지 못하니 아쉬움은 있다며 웃었다.


그림책방을 꼭 해야겠다고 결심한 건 상담 심리를 공부하면서 그림책이 상담하는데 너무 좋은 도구가 될 수 있다는 걸 알게 되면서였다고 한다. 그림책으로 사람들을 만나고 싶어서 그 공간을 생각했고, 지금의 그림책방을 열어 진짜 하고 싶은 일을 찾았다며 좋아했다. 많은 사람들이 편하게 찾아와 그림책을 보며 음미하고 이야기 나누는 시간을 가졌으면 좋겠다고 했다.

책방을 오픈하고 가장 보람되었던 순간을 물어보니 그림책이 어린이만 읽는 책이라고 생각하던 손님들이 어린이만 읽는 책이 아니라는 것을 느끼는 순간이라고 답했다. 그중에서도 가장 기억에 남는 손님은 처음에 그림책에 대해서는 전혀 모르고 카페를 이용하기 위해 왔는데, 올 때마다 그림책을 한 권씩 꺼내 읽다가 크리스마스에는 아내를 위한 그림책을 구입한 손님이라고 말해 듣는 나도 감동했다. 내가 책방을 운영하는 입장이라고 해도 너무 보람되고 벅찬 순간일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대표님은 좋은 책들 가운데 나에게 필요한 책을 만나는 일은 어렵고 오히려 너무 많아서 어떤 책을 읽어야 할지 더 어려워진 것 같다고 말했다. 그렇게 많은 책들 가운데 책방 운영자는 책을 선별하고 책방에 찾아오는 사람과 책을 이어주는 역할을 하는거라고 했다. 그리고 책과 함께 머무는 공간을 잘 가꾸고 그 속에서 사람과 사람을 이어주는 일을 하는 거라고. 그래서 책 모임을 운영하고 있기도 하고, 더 많은 모임을 만들고 싶다고 했다. 강빛나 대표는 동네 책방이 살아야 지역이 산다는 것을 누구보다도 잘 알고 있는 사람 같아 더 믿음이 갔다.

그림책 선물 함께 간 지인들과 선물용 그림책 한 권씩 고르고 그림책 낭독도 해봤다.
▲그림책 선물 함께 간 지인들과 선물용 그림책 한 권씩 고르고 그림책 낭독도 해봤다. 황금련

책방 프로그램을 물어보니 현재 어른을 위한 그림책 독서 모임과 어린이를 위한 그림책 활동(감정 톡톡 마음 쑥쑥)을 하고 있다고 했다. 성인 그림책 모임은 매주 감정, 관계 등 심리, 철학을 주제로 정해 그림책을 선정해서 함께 읽고 이야기 나누는 방식으로 진행하고 있다고 한다.

매주 금요일은 저녁 책방을 운영하는데 예약제라고. 외부 강의는 그림책으로 하는 강의라면 대상을 구분하지 않고 나가고 있으며 제일 하고 싶은 강의 주제는 '그림책으로 위로하고 격려하기'란다. 여러 기관에서 많이 연락이 왔으면 좋겠다며 수줍게 웃었다. 앞으로 책방에서 꼭 해보고 싶은 프로그램이 있는지 물어보니 이런 말을 말했다.

"부모와 자녀가 함께 참여할 수 있는 독서 프로그램을 만들어보고 싶어요. 하나의 그림책을 읽고 서로의 이야기를 듣다 보면 평소에 듣지 못했던 서로의 이야기를 들을 수도 있고, 서로에게 하지 못했던 말을 할 수 있는 시간도 가질 수 있어서 서로를 이해하는 기회를 가질 수 있을 것 같아요."

지금의 사회는 대화가 단절되고 미디어의 지나친 발달로 아이들 뿐 아니라 성인들의 뇌와 심리 상태가 심각하게 걱정되고 있다. AI 시대에 그림책으로 사람들의 마음을 따뜻하게 안아주고 위로해주며 격려해주는 문화가 자리 잡았으면 좋겠다. 아니 어쩌면 간절한 일이라고 생각한다.

대표님께 좋아하는 그림책을 물어보니 <프레드릭>이라고 자신 있게 꼽았다.

"레오 리오니 작가의 <프레드릭>은 장래 희망이라고도 말할 정도로 제가 좋아하는 그림책이에요. 밤낮없이 열심히 겨울 식량을 모으는 작은 들쥐들 속에서 프레드릭은 일을 하지 않아요. 왜 일을 안 하느냐고 묻는 질문에 프레드릭은 춥고 어두운 겨울날들을 위해 햇살을 모으는 일을 하는 중이라고 대답하고, 지금 뭐 하냐는 질문에 온통 잿빛인 겨울을 위해 색깔을 모으는 중이라고 대답해요. 그리고 들쥐들이 모아 놓은 먹이가 떨어진 긴 겨울이 되자, 프레드릭은 모아 놓은 햇살과 색깔로 들쥐들에게 이야기를 들려주며 마음을 따뜻하게 해줘요. 프레드릭의 이야기가 들쥐 가족들에게 겨울을 견뎌 낼 힘을 주었던 것처럼 저는 사람들에게 그림책의 따뜻한 이야기를 들려주고 나누는 사람이 되고 싶어요."

그림책 큐레이션 대표님이 제일 좋아하는 그림책 <프레드릭>이 맨 위에 진열되어 있다.
▲그림책 큐레이션 대표님이 제일 좋아하는 그림책 <프레드릭>이 맨 위에 진열되어 있다. 황금련

그렇다. 우리 삶에는 이야기가 필요하다. 자신이 모은 이야기를 들려주는 프레드릭에게 들쥐들이 감탄하며 "프레드릭, 넌 시인이야!"라고 칭찬하자 "나도 알아"라고 말하며 부끄러워하는 프레드릭의 모습이 무척 인상 깊었던 그림책이라 대표님의 말에 고개가 끄덕여졌다.

한 권도 못 팔고 문을 닫는 날이 많지만 이 좋은 그림책을 함께 읽는 사람들이 많아지길 소망한다고 했다. 그림책으로 서로 공감하며 위로를 받고 격려해 주는 사회가 되길 꿈꾸는 대표님의 모습이 진짜 반짝반짝 빛나 보였다. 제발 오래오래 군산에서 그림책방을 운영해 주길 간절히 바란다.
#군산그림책방 #반짝반짝빛나는 #그림책의다정한위로 #지역동네서점 #사람과사람을잇는책방지기
댓글
이 기사가 마음에 드시나요? 좋은기사 원고료로 응원하세요
원고료로 응원하기

그림책의 힘을 믿고 있는 그림책테라피스트이며 동심을 잃지 않으려고 노력하는 어른입니다. 여행을 즐기고 글을 쓰고 있습니다.


톡톡 60초

AD

AD

AD

인기기사

  1. 1 '참교육' 본 아이들의 예상 밖 반응...교사를 당혹케 한 한마디 '참교육' 본 아이들의 예상 밖 반응...교사를 당혹케 한 한마디
  2. 2 '멸종' 일본 수달이 돌아왔다? 유전자 검사 결과 '반전' '멸종' 일본 수달이 돌아왔다? 유전자 검사 결과 '반전'
  3. 3 목 놓아 울던 까치, 몇 달 관찰하고서야 이유를 깨달았다 목 놓아 울던 까치, 몇 달 관찰하고서야 이유를 깨달았다
  4. 4 10년 만에 찾은 철원, 내 눈을 의심했다 10년 만에 찾은 철원, 내 눈을 의심했다
  5. 5 "날 왜 낳았어" 폭발한 사춘기 아들 무장해제 시킨 남편의 한 마디 "날 왜 낳았어" 폭발한 사춘기 아들 무장해제 시킨 남편의 한 마디
연도별 콘텐츠 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