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여자 친구의 행동을 의심한 남자친구가 경찰에 신고했고, 결국 여성을 구할 수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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실제 사례 하나를 소개한다. 함께 동거 중이던 연인이 있었다. 여자 친구가 제주도로 일주일 출장을 간다고 말했지만, 닷새째 돌아오지 않았다. 알고 보니 그녀는 서울 강서구의 한 모텔에서 범죄조직의 지시에 따라 스스로 갇혀 있는 '셀프 감금' 상태였다.
남자 친구는 평소와 달리 사진 한 장 보내지 않고 전화를 받지 않는 여자 친구를 의심했다. 낯선 곳에 가면 현장의 풍경 사진을 유난히 자주 보내던 것과 달랐다. 그들은 평소 서로의 위치를 알려주는 웹을 공유하고 있었다. 그녀의 위치는 제주도가 아니라 서울이었다.
그때 만약 남자가 이를 자신을 속인 거짓말로 오해했다면 경찰에 신고하지 않았을 것이다. 그러나 그는 여자 친구를 믿었고, 범죄에 연루됐을지 모른다고 의심했다. 바로 경찰에 신고했고, 결국 여성을 구할 수 있었다. 그만큼 주변 사람들의 믿음과 세심한 관심이 피해 예방의 열쇠였다.
"형님 지난번 글 잘 봤습니다. 그런데 여성이 호텔에 숨어 있으면서까지 대출도 받아 피해를 보는 게 가능한가요? 난 절대 안 당할 것 같은데…."
"남자들은 범죄 수사에 잘 몰라도 체포나 구속 그런 무서운 단어들을 잘 알고 이해하잖아. 절차에 대해서도 잘 알고, 그런데 여성들은 그런 단어 자체를 평소 들어보지 못하는 경우가 많고 수사기관의 범죄 수사 진행 절차에 대해서도 잘 모르는 경우가 많지."
"그래도 여자들이 그렇게 쉽게 속는다는 게 이해가 안 되는데요."
"꼭 여성들만 그런 건 아냐. 내가 전에 근무하던 경찰서 관내에는 대학교가 있었는데 교수님도 피해를 봤어. 내가 아는 의사 선생님도 손해를 입었고…. 여성이라서가 아니라 어떤 상황에서 범죄 조직에 심리적으로 지배를 당하면 누구나 피해를 당할 수 있지."
"완전 심리적으로 한 사람을 노예로 만들어 버리네요."
"거의 그렇지. 요즘 가스라팅이라고 하잖아. 보이스피싱 조직은 실제로 그래. 그럼, 아무리 머리가 좋고 사회적 지위가 있더라도 아무 상관이 없지. 나도 그렇게 지배되면 당할 수 있는 거 아니겠어?"
"무섭다."
"그러니까 조심하는 게 최선이지."
엊그제 성수동에 사는 후배를 만나 점심을 먹으면서 나눴던 대화다. 그는 작은 스튜디오를 운영하고 있다. 그 동생은 고등학생이었고 나는 막 경찰 생활을 시작한 뒤 승진 시험 때문에 독서실에서 공부할 때 알게 된 사이다. 벌써 20여 년이 됐지만 아직도 친하게 지내고 있다. 그는 보통 사람들처럼 '난 절대 안 당한다'라고 생각했다.
그런데 평소에 쉽게 접해보지 않았던 '수사, 영장, 범죄, 체포, 연행, 구속, 유치장, 교도소' 등의 단어가 현실 앞에 다가온다면 어떨까. 누구라도 쉽게 무너질 수 있다. 평범한 사람일수록 더 그렇다. 아무리 잘 알고 있는 나도 그렇다. 그래서 주변의 관심이 중요하다.
보이스피싱은 계속 진화한다
보이스피싱 피해는 단순한 범죄가 아니다. 한 사람의 미래를 무너뜨린다. 금전적인 피해는 물론, 대출까지 떠안게 되면 회복하기까지 긴 시간이 걸린다.
옛날엔 서툰 외국인 말투로 전화를 걸어오면 웃어넘기는 때도 있었다. 오죽하면 개그 소재로도 많이 쓰였다. 그런데 말 그대로 옛말이 되었다. 지금은 매우 치밀하고 조직적이다. 무엇보다 사람의 심리를 교묘히 파고든다. 그래서 피해 규모도 늘고 있다. 경찰관인 나조차도 아찔할 정도다.
최근에는 사회 초년생 여성 직장인을 노린 사례가 많지만, 보이스피싱은 계속 진화한다. 과거에는 자녀 유괴 협박이 있었다면, 지금은 계좌 범죄 연루로 둔갑했다. 내일은 또 다른 방식으로 바뀔 것이다. '나는 괜찮아. 보이스피싱은 남 이야기지'라고 자신만만한 사람. 바로 당신이 범죄 조직의 표적이 될 수 있다. 누구나 피해자가 될 수 있음을 명심해야 한다.
보이스피싱은 이제 단순히 전화 한 통에 속는 범죄 수준이 아니다. 심리를 조종해 사람을 고립시키고, 결국 스스로 돈을 내주게 만든다. 예방의 첫걸음은 "나도 당할 수 있다"라는 경각심이다. 수상한 전화가 오면 반드시 가족이나 지인과 상의하고, 가능하다면 다른 휴대전화로 직접 경찰에 확인해 보는 것도 좋은 방법이다.
또한 주변 사람의 관심이 피해를 막는다. 평소와 달리 가족이 큰돈을 급하게 인출하거나, 연락이 끊기고 불안한 기색을 보인다면 반드시 의심해야 한다. "설마"라는 방심은 피해를 키우지만 "혹시"라는 작은 관심은 소중한 사람을 지켜낼 수 있다. 보이스피싱 범죄로부터 소중한 사람을 구한 히어로가 당신이 되었으면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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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지방경찰청에 근무하고 있으며, 우리 이웃의 훈훈한 이야기를 쓰고 싶은 현직 경찰관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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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텔에 셀프 감금... 경찰관도 아찔한 요즘 보이스 피싱 수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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