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지난 7월 10일, 국정기획위원회 경제2분과의 사회주택 안암생활 현장방문 사진. 첫번째 줄 맨 오른쪽이 이한솔 이사장이다.
한국사회주택협회
사회주택 현장을 방문한 위원들은 "이건 LH도 못 하고, 국토부도 못 한다"는 반응을 보였다고. 단순히 건물 외관을 보고 한 말이 아니었다. 공공주택이 건물이라는 '하드웨어'를 제공하는 데 그쳤다면, 사회주택은 돌봄·커뮤니티·관계망 같은 '소프트웨어'를 기획·운영하며 집을 '살아 있는 공간'으로 만들어내는 모습을 두 눈으로 확인했기 때문이다.
사회주택 운영사는 20년 이상 입주민과 함께 주거를 관리해야 한다. 설계와 시공, 운영까지 이어지는 '일원화' 구조는 임대주택에서 되풀이돼 온 부실시공·하자 분쟁을 줄이는 효과가 있다. 여기에 입주자들이 직접 나와 증언하는 차별화된 커뮤니티와 주거 서비스도 사회주택의 자랑거리였다고 전해진다.
LH를 비롯한 공기업들은 대규모 주택단지을 조성하는 데 특화된 곳이다. 일반 건설사 역시 보통 집을 지어 LH에 팔면 역할이 끝난다.
이한솔 이사장은 "거대한 관료 조직이 소규모 주택에서 개별 입주민의 다양한 필요를 충족시키는 것은 사실상 불가능하다"며 "사회주택 운영사는 공공주택의 만족도를 높이고 관리 부담을 덜어주는 파트너가 될 수 있다"라고 강조했다.
그는 "이처럼 특화형 매입임대주택을 고도화·활성화하는 것은 공공의 안정적인 하드웨어와 민간의 창의적인 소프트웨어가 결합된 새로운 공공주택 모델을 전국적으로 확산시키자는 것"이라며 "재정이 한정된 상황에서 공공만 운전대를 쥘 것이 아니라, 민간과 제3섹터의 역량을 활용하는 지혜가 필요하다. 주택정책의 '다음 단계'를 위해서라도, 지역과 사람에 꾸준히 관심을 기울여온 주체와 손을 잡아야 한다"이라고 덧붙였다.
기대하는 바
정책 목표를 뒷받침하기 위해서는 구체적인 실천 과제들이 수반돼야 한다. 이한솔 이사장은 "결국 공공주택 특별법 개정과 LH 내에 전담 조직 설치가 이루어져야 한다"고 말했다.
우선 공공주택 특별법 개정은 국회 소관의 입법사항이지만, 국정기획위원 다수에 민주당 소속 의원들이 합류한 만큼 함께 논의됐다.
법 개정은 사회주택이 제도적 기반을 갖추도록 하기 위한 핵심 과제다. 사실 그동안 '특화형 임대주택'의 근거는 법률이 아닌 국토부 '업무처리지침' 같은 행정규칙에만 의존해 왔다. 이 때문에 사업의 위상과 예산, 인력 모두 불안정해 활성화에 큰 어려움을 겪어야 했다
개정안의 핵심은 공공주택특별법에 제49조의11(특화형 공공임대주택 특례) 조항을 신설하는 것이다. 더불어민주당 소속 염태영 의원이 발의를 준비 중이며, 구체적인 내용은 다음과 같다.
• 제1항에서는 공공주택사업자가 비영리법인 등과 협력하여, 저소득층의 다양한 수요에 맞는 공간 구성과 주거 서비스를 제공하는 '특화형 공공임대주택'을 공급할 수 있다는 법적 근거를 명확히 한다.
• 제2항에서는 특화형 공공임대주택의 구체적인 입주 자격, 운영 기관, 임대 조건 등을 국토교통부령으로 정하도록 하여, 정책의 유연성과 실효성을 확보한다.
LH 내 전담조직 설치도 중요한 문제다.
이한솔 이사장은 "문재인 정부 시절을 되돌아봐야 한다. 당시에도 (명시적이지는 않지만) 사회주택 활성화 정책이 국정과제에 포함돼 있었다. 하지만 전담 부서가 있을 때에만 주로 추진됐다"면서 "핵심은 전담 조직 또는 부서의 설치"라고 강조했다.
(*문재인 정부 100대 과제 46번 : '서민이 안심하고 사는 주거 환경 조성' : 공공임대주택 연평균 13만 호 공급 및 공공지원 임대주택 연평균 4만 호 공급 등, 공적임대주택 연 평균 17만 호 공급이 주요 내용으로 들어가 있다.)
그는 "LH에 전담 부서가 있느냐 없느냐가 사업의 성패를 좌우한다"고 명확히 밝혔다. 그는 사회주택처럼 시민사회가 제안하는 과제들이 공무원 조직 내에서는 실행 동력을 얻기 어렵고, 결국 마지막 관료 집단에서 막히는 경우가 많다고 진단했다. 그래서 국정기획위원회 논의에서도 다른 모든 사안을 제쳐두고 "부서 개편이 안 되면 어차피 작동하지 않는다. 다른 얘기는 기억하지 않아도 되니 부서 개편만 해달라"는 메시지를 반복해 강조했다고 설명했다.
'위원들의 반응은 어땠나'라고 묻자, 이한솔 이사장은 "조심스럽지만 기대를 해봐도 되지 않을까 싶다"고 전망했다.
국정기획위원회 경제2분과 소속의 더불어민주당 이정헌 의원은 지난 7월 18일, 사회주택협회 관계자들과의 간담회 자리에서 "사회주택이 단순한 주거공간을 넘어 공공·민간 협력을 통해 공동체 회복과 취약계층의 자립을 도모하고 다양한 사회적 돌봄 서비스를 제공할 수 있는 플랫폼으로 자리잡을 수 있도록 지원하는 게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더불어민주당에서 사회적경제위원장을 맡고 있는 복기왕 의원 역시 "연내 사회연대경제기본법 통과를 위한 입법추진단 구성에 속도를 내고 있다"며 "사회주택 활성화를 위해 발의된 공공주택특별법 개정안 통과 등 제도적 지원에 적극 나서겠다"고 말했다.
정부에서도 좋은 소식이 들렸다. 최근 국회 인사청문회에서 김윤덕 국토교통부 장관 후보자는 사회주택의 '취약한 법적 근거'를 인정하며 "공급 확대 방안을 검토하겠다"고 공식적으로 밝혔다. 이에 화답하듯 복기왕 의원역시 "안정화를 위한 입법과제 추진과 당·정 협의에 적극 나서겠다"고 약속하며 힘을 보탰다.
다시 카페로
혹자는 반문할지도 모른다. 공공의 정책에 기대어 성장하는 것이 과연 사회주택의 본질이냐고.
그들은 "유럽의 사회주택이 뿌리내릴 수 있었던 것은 협동조합과 세입자 단체 등 오랜 시간 축적된 성숙한 시민사회라는 토양이 있었기 때문"이라고 지적한다. 자생적인 시민 역량이 아니라면, 정권이나 지방자치단체장의 성향에 따라 지원이 넘치기도 하고 끊기기도 하는 불안정한 운명에 놓일 수밖에 없다는 것이다. 이는 비판이면서 동시에 애정 어린 걱정이기도 하다.
이한솔 이사장 역시 애정어린 우려와 걱정, 비판의 본질을 잘 이해하고 있다. 심지어는 너무 시장에 가까운 것 아니냐는 지적도 받는다고. 실제로 사회주택 운영사들 현황을 보면 시민사회적 성격이 강한 협동조합보다는 주식회사 형태의 사회적기업이 많은 것도 사실이다.
하지만 그는 "시민사회에서 한국의 부동산 개발을 이해하고 적극적으로 참여하기는 쉽지 않은 일"이라며 "사회주택은 사회주택대로 뻗어 나갈 길을 최대한 열어두고, 동시에 시민사회도 사회주택에 조금씩 참여도를 높이는 게 현실적"이라고 말했다.
조금 더 과감하게 그는 사회주택의 확산이 시민사회의 성장에 기여할 수 있을 거라고 생각한다.
"사회주택은 공간이라는 자산이 있어요. 뿐만 아니라 공간을 매개로 연계할 수 있는 유무형의 자원들도 풍부한 편이에요. 그 자원을 최대한 시민사회로 끌어와 함께 활용하고 싶어요. 그게 제가 민달팽이주택협동조합이라는 사회주택 건물에 계절의 목소리라는 카페를 연 이유기도 해요. 사회주택을 시민사회가 성장하는 플랫폼으로 만들고, 그 성과가 다시 지역으로 흘러들어가는 선순환을 만들고 싶어요."

▲ 카페 계절의 목소리에서 진행된 2023 사회주택의 날 행사.
이한솔
그래서 그는 이번 주 일요일에도 어김없이 커피를 내리러 '계절의 목소리'에 나선다. 그가 내리는 커피 한 잔이, 후원과 보조금 없이도 버텨내는 이 자립적인 공간을 지탱하는 힘이 되고, 이 공간을 찾아온 누군가가 벽에 붙은 포스터를 보며 새로운 생각의 실마리를 얻을지도 모르니까.
시민사회의 새로운 모델을 그리며 그만의 방식으로 계속 문을 두드리는 셈이다. 그가 두드려온 문이 언젠가 활짝 열리길 기대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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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4살 카페 사장이 국정기획위에 가져간 '과제'... 이번엔 기대해도 될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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