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명절이지나고 남은것 추석하면 떠오르는 송편을 담아보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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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튜브 코미디채널 '킥서비스'에서 본 한 개그 콘텐츠의 장면이 떠오른다. '반반 결혼'을 풍자한 내용이었다. 남편과 아내가 모든 걸 칼같이 반으로 나눈다. 몇백 원, 몇십 원까지 나누고, 집에 손님이 오면 아내 쪽 손님에게 해준 만큼 남편 쪽 손님에게도 똑같이 대접해야 한다며 송편을 넣었다 뺐다 하며 계산기를 두드린다.
웃으면서 보지만 '이게 웃고 넘길 일인가, 웃어 넘기지 못할 일인가' 잠시 생각한다. '반반' 부담하자라는 말 아래 오히려 함께함의 온도를 잃어버리는 건 아닌지. 결국 명절의 피로는 일의 분담보다 마음의 거리에서 오는 건지도 모르겠다. 함께 하는 명절의 풍경은 변해도 좋다. 하지만 그 변화가 '서로를 이해하기 위한 변화'가 아니라 '서로에게서 멀어지는 전략'이 되면 안 된다고 생각한다.
함께 하는 건 여전히 불편하고, 때때로 말이 통하지 않지만, 그럼에도 함께 있으려는 시도 속에 관계의 온기가 머문다. 나는 올해 명절에도 잠시나마 두 부모님을 모두 찾아뵈었다. 짧고 소박했지만, 그 만남을 통해서 또 한걸음 이 새로운 가족과 가까워졌다. 서로의 집을 오가며 "수고하셨어요, 건강하세요" 한마디 나눈 일. 이 또한 '평등한' 명절 아닐까. 그 생각 속에서 이 음악이 떠올랐다.
음악이 알려주는 가족의 리듬... 드보르작의 슬라브 무곡
체코의 대표적인 작곡가 안톤 드보르작(Antonín Dvořák)은 민속 음악을 클래식에 녹여낸 예술가로 잘 알려져 있다. 그의 음악은 체코의 전통 선율과 서양 클래식이 결합된 형태로, 서정적인 멜로디와 강렬한 리듬이 특징이다. 특히 교향곡 9번 "신세계로부터", 첼로 협주곡, 오페라 "루살카", 그리고 슬라브 무곡(Op.46 & Op.72) 이 대표작으로 꼽힌다. <슬라브 무곡>은 1878년과 1886년에 작곡되었다.
관현악 버전으로 많이 연주되는데, 원래는 한 대의 피아노에서 두 사람이 연주하는 연탄곡이었다. 드보르작은 체코의 민속 춤곡인 스코치나의 활기찬 리듬과 섬세한 서정미를 결합해 이 작품을 완성했다. 이 곡이 큰 인기를 얻으면서 그는 '변방의 무명 작곡가'에서 '세계적인 작곡가'로 발돋움하게 되었다. 그중에서도 슬라브 무곡 Op.72-2 (e단조, Allegro grazioso)는 가장 자주 연주되는 곡이다.
시작하자마자 우수에 찬 선율이 마음을 확 사로잡고, 중간에는 밝은 분위기로 전환되면서 왈츠를 추는 듯 하다. 마지막에는 처음의 선율로 돌아오지만 더 풍부한 장식과 감정의 울림을 가지고 있어서 끝까지 들을 수 밖에 없는 곡이다. 바이올리니스트 크라이슬러가 이 곡을 편곡할 만큼 감미로운 매력을 지닌 작품이다. 낭만주의 음악의 핵심이다. 그 어떤 것도 음악이 될 수 있고, 타인의 정서와 이방의 리듬조차 품어 안을 수 있다.
2번과 함께 들으면 더 좋은 곡이 있다. 2번 바로 앞 1번이다. 2번보다 밝으면서도 더 희망찬 선율이 낭만주의적 포용성을 더 돋보이게 한다 할까. 서로 다른 리듬을 가진 악기들이 한 무대 위에서 조심스럽게 걸음을 맞춰나가는 모습이 우리가 서로의 마음을 맞추는 것과 비슷하다는 생각을 한다. 빠르게 달리는 바이올린도, 느릿하게 호흡하는 클라리넷도, 결국엔 같은 박자를 향해 모여든다.
시댁과 친정, 남편과 나, 세대와 세대가 각자의 리듬으로 살아가지만, 결국엔 한 곡의 음악처럼 어딘가에서 만나 조화를 이루는 순간이 있다. 명절의 진짜 의미는 그 짧은 '합주'의 시간 속에 있는 게 아닐까. 드보르자크의 슬라브 무곡 Op.72 No.1번 그리고 No.2를 들으며 나는 그런 생각을 했다.
완벽히 맞지 않아도, 조금씩 박자를 맞추려는 노력. 그게 진정한 의미의 가족 아닐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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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휴 끝, 가족과 '짧은 합주'를 마치며 들어볼 노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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