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2의 김대중·오부치 선언'을 시작하자

[주장] '한일 미래선언'으로 '경제안보' 협력 관계의 새 지평을 열어보자

등록 2025.08.22 09:58수정 2026.05.06 09: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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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재명 대통령이 지난 6월 17일(현지시간) 캐나다 앨버타주 카나나스키스 주요 7개국(G7) 정상회의장에서 이시바 시게루 일본 총리와 한일 정상회담을 하고 있다.
▲ 이재명 대통령이 지난 6월 17일(현지시간) 캐나다 앨버타주 카나나스키스 주요 7개국(G7) 정상회의장에서 이시바 시게루 일본 총리와 한일 정상회담을 하고 있다. 연합뉴스

8월 23일 한일 정상회담을 계기로 '김대중-오부치 21세기 공동선언(1998년)'을 계승·업데이트한 새로운 버전, 즉 '한일미래선언(가칭)'을 추진해야 한다. 1998 선언은 한일 양국이 식민지 지배의 역사적 책임을 직시하고 미래지향적 협력의 틀을 마련했다는 점에서 중요한 이정표였다. 그러나 25년이 지난 지금, 양국 관계는 여전히 역사 갈등과 안보 불신 속에서 진전을 더디게 하고 있다. 따라서 '제2의 김대중·오부치 선언'은 단순히 과거를 반복하는 것이 아니라, 미래 세대를 위한 실질적 비전으로 재설계되어야 한다.

이재명-이시바 '한일미래선언(가칭)'을 추진해야

이재명 대통령은 최근 일본 요미우리신문과의 대담에서 협력의 필요성을 강조했다. 즉, 그의 메시지는 일관되게 과거 극복 및 해결과 미래 협력을 동시에 모색하는 방향에 맞춰져 있다. 비록 국내 여론은 기대와 우려로 갈리지만 실용주의적 접근은 높이 평가된다.

이재명 대통령은 8.15 광복절 경축사에서 대일외교 전략 및 한일관계에 관해 '과거를 직시하되 미래를 향해 나가겠다'는 입장을 표명했다. 한편, 이시바 총리는 같은 날 '종전(終戰) 기념식'에서 '전쟁책임'과 '반성'을 언급한 바 있다.

우리가 주목해야 할 점은 김대중–오부치 공동선언이 제시한 가치다. 김대중 전 대통령은 일본의 식민지 지배 반성과 사과를 토대로, 인적교류와 문화개방, 경제·안보 협력 확대를 한일 관계의 비전으로 제시했다. 선언 이후 대중문화 개방(한류-일류-환류)이 이루어지고, 청소년 교류 사업이 활발해진 것은 대표적 성과다. 마찬가지로 이재명 정부가 추진해야 할 '미래 공동선언'이야말로 새로운 시대를 여는 신호탄이 될 것으로 전망된다.

따라서 양국의 지속적 대립(갈등)을 넘어설 협력 구조 마련이 필요하다. 인도·태평양 안보, 기후위기 대응 등 현안들은 어느 한 국가만으로는 감당하기 어렵기 떄문이다. 이런 상황에서 '공동선언 2.0'은 과거사 문제를 피해가는 수단이 아니라 직시해야 한다. 또한 미래 '위험(리스크) 요소'를 억제하고 협력 기반 위에서 새로운 관계를 만드는 분수령이 되어야 한다.

'역주행 예방' 외교가 절실하다


현 시점에서 가장 시급한 과제는 '역주행 금지'다. 이는 단순한 외교적 수사가 아니라, 이미 확보된 합의를 흔들리지 않게 지켜내는 현실적 장치가 필요하다는 뜻이다. 외교는 '경로의존성'이 강하기에 한 번 합의된 사죄와 반성의 정신이 부정되면 신뢰복구는 사실상 불가능하다. 따라서 한국은 일본에 대해 고노담화(1993년), 무라야마담화(1995년), 김대중-오부치 공동선언(1998년)의 맥락을 존중할 것을 요구해야 한다. 이는 단순한 기억(공간)이 아니라 계속해서 응답해야 할 미래 협력의 필수 조건이다.

일본은 이미 세 차례 과거사 입장을 발표했다. 고노담화는 '위안부' 동원의 강제성을 인정했고, 무라야마담화는 침략과 지배를 반성하며 사죄를 표명했다. 이어 1998년 공동선언은 미래지향 협력의 틀을 마련했다. 그러나 아베 정권 이후 합의에 대한 진정성은 국제사회에서 의문시되었고, 자민당 내부 일부 세력의 '역사 수정주의' 발언은 양국 관계를 자주 후퇴(혹은 냉온탕의 반복)시켰다.


이시바 총리는 자민당 내에서 온건한 성향으로 평가되며, 극우 강경파의 영향력을 억제할 수 있는 인물로 지목된다. 이는 정치적 불안 속에서도 위험 완화 기대를 낳는다. 이시바 내각이 과거사 문제에서 후퇴하지 않도록 견제와 협력이 병행돼야 한다. 즉, 일본이 스스로 합의한 사죄의 길에서 벗어나지 않도록 촉구하는 것은 한국만이 아니라 동북아 안정, 글로벌 평화에도 직결된다.

다시 한번 강조하자면 한일외교에 절실한 원칙은 과거 합의를 부정하지 않는 '역주행 금지'이다. 이를 근간으로 추진되어야 할 '한일 미래선언'이야말로 정치적 불확실성의 관리, 동북아 평화와 경제번영의 나침반이 될 수 있다.

'경제안보' 협력 관계가 중요해진 시점

한일 관계에서 CPTPP(포괄적・점진적 환태평양동반자협정) 가입과 한일FTA 교섭 재개 등 '경제안보' 협력은 결정적 전환점이 될 수 있다. 2019년 발생한 무역분쟁 당시 양국 간 제도적 안전판이 부재했던 경험은 뼈아픈 교훈으로 남아 있다. 따라서 일본이 주도하는 CPTPP에 한국의 가입을 지원한다면, 이는 양국 간 신뢰 회복의 실질적 출발점이 될 것이다. CPTPP는 원산지 규정, 서비스 개방, 디지털 무역규범 등 차세대 통상질서를 형성하는 핵심 협정으로, 참여 여부는 국가적 위상뿐 아니라 아시아 경제구조 내 영향력과 직결된다.

여기에 한일FTA 교섭의 재개가 병행된다면, 교차 의존성을 높여 향후 갈등을 제도적으로 완화하는 데 기여할 수 있다. 주지하다시피 1998년 공동선언 시점에 논의된 한일 FTA는 25년간 멈추어 있다. 농업, 자동차 등 산업 이해관계 충돌과 복합적 요인으로 중단됐지만, 글로벌 공급망 위기와 무역 불확실성을 고려할 때 재개 필요성이 다시 대두된다. 협상 자체만으로도 대화 채널이 열리고 갈등 의제가 관리될 수 있다.

경제협력의 강화는 안보와 외교 의제 해소에도 긍정적 영향을 미친다. 대외 불확실성을 낮추며 국내 정치의 극우 저항을 조율하는 데도 유용하다. 따라서 일본 정부가 과거사의 함정을 넘어설 의지가 있다면 경제 우선 접근이 필연적이다.

따라서 지금이야말로 양국이 '경제안보'를 중심축으로 하는 새로운 협력 패러다임을 구축해야 할 시점이다. 이는 단기에 국한되지 않고, 장기적으로 동북아 지역 질서의 안정성과 공동 번영에도 기여할 것이다.

'한일미래선언'='공동선언 2.0'이 답이다

이재명 대통령과 이시바 총리가 합의할 수 있는 새로운 틀, 즉 '한일미래선언'은 갈등 관리와 신뢰 복원의 장치가 될 수 있다. 정치적 위기 속 미래지향 비전 제시는 이시바 총리에게 극우 견제의 명분을, 한국 정부에는 국민지지의 기회를 제공할 것이다. 공동대응이 필요한 기후변화, 첨단기술, 인도·태평양 안보 과제는 누구도 홀로 풀 수 없다. 과거 직시와 미래 협력의 제도화는 한일 공생 및 화해 전략의 핵심 조건이라는 점을 명심하자.

결론적으로, 정치적 리스크를 안은 이시바 총리에게 이재명–이시바 '한일미래선언'은 구세주가 될 수 있다. 양국 관계 진전의 안전판이자 위기 돌파의 '예방외교 카드'이다. 8.23 한일정상회담 공동선언은 단순한 약속이 아니라 제도적 협력 틀이 되며, 그것은 위기 극복을 넘어 미래 동력으로 이어질 것이다. 이재명 대통령이 내세운 '역주행 금지' 원칙 위에서, 경제·안보 분야를 포괄하는 '미래선언'의 실현을 기대한다.
덧붙이는 글 이 기사는 미디어파인에도 실립니다. 글쓴이 김영근은 고려대학교 글로벌일본연구원 교수이며, 현재 일본 간사이대학 사회안전연구센터 초빙연구원으로 오사카에 체류 중이다. 한일관계가 ‘재난 상태’에 놓여 있다는 전제하에 '리스크 매니지먼트'의 중요성을 역설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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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재 고려대학교 글로벌일본연구원 교수로 있으며, 사회재난안전연구센터 소장을 맡고 있다. 주된 관심분야는 글로벌 위기관리 및 재난·안전학, 일본의 정치경제, 동아시아 국제관계, 국제기구론, 국경학 등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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