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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간인 집단학살 했나... 이스라엘군 기밀 통계 폭로

기존의 20,000명 무장대원 사망 주장은 거짓... 민간인 더 많이 죽였다는 사실 보여줘

등록 2025.08.22 13:39수정 2025.08.22 19: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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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스라엘 공습으로 사망한 가족을 안고 통곡하는 가자지구 주민.
이스라엘 공습으로 사망한 가족을 안고 통곡하는 가자지구 주민. 연합뉴스

기밀로 분류된 이스라엘군 정보당국 데이터베이스에 의하면 2025년 5월 기준으로 가자지구에서 이스라엘군의 공격으로 사망한 하마스와 팔레스타인 이슬람믹 지하드(Palestine Islamic Jihad) 대원은 8,900명 정도인 것으로 드러났다. 이는 이스라엘이 그동안 주장했던 20,000명과 큰 차이가 있다.

더 심각한 건 이 숫자가 이스라엘군이 가자지구에서 무장대원보다 민간인을 더 많이 죽였음을 시인하고 있다는 것이다. 21일(이하 현지 시각) 영국의 <가디언>, 이스라엘-팔레스타인 매체인 <+972 매거진>, 히브리어 매체인 <로칼 콜>(Local Call)은 공동조사에서 이 점이 드러났다고 일제히 보도했다.

이 매체들은 결국 가자지구에서 이스라엘군의 공격으로 사망한 사람 중 약 83%가 민간인이었음을 시인한 셈이라고 보도했다. 가자 보건당국에 따르면 5월 당시 가자지구 전체 사망자가 약 53,000명이었기 때문에 이스라엘군의 통계와 함께 계산하면 사망자 중 무장대원은 17%고 민간인은 83%였다는 것이다. 그러면서 이런 사망 비율은 현대 전쟁에서 심하게 높은 수치라면서 참혹했던 시리아와 수단 내전의 민간인 사망자 비율보다 높다고 보도했다.

매체들은 자신들이 확인한 '아만(Aman)'이라고 불리는 이스라엘군 데이터베이스의 존재를 이스라엘군 당국자 또한 확인했다고 보도했다. 또한 이를 알고 있는 여러 관계자들은 이것이 군 사망자를 관리하는 유일한 공식적인 기록이기 때문에 다른 기록을 확인할 필요가 없다고 말했다고 보도했다. 이스라엘군 대변인은 사망자 숫자에 대한 <가디언>의 질문에 "보도에서 언급한 숫자는 정확하지 않다"고 했지만 명확한 근거를 제시하지 않았고, "이스라엘군 체계에 있는 데이터를 반영한 건 아니다"라고 했지만 어떤 체계를 의미하는지도 밝히지 않았다.

무장대원 사망자 숫자 부풀려 전 세계 속였나

살 수 없는 가자지구 2025년 8월 현재 가자지구 전체 건물의 70%인 17만4000채의 건물이 파괴됐고, 이스라엘군의 강제 이주명령 등으로 가자 전체의 12% 면적에 가자 주민 210만 명이 몰려있다.
▲살 수 없는 가자지구 2025년 8월 현재 가자지구 전체 건물의 70%인 17만4000채의 건물이 파괴됐고, 이스라엘군의 강제 이주명령 등으로 가자 전체의 12% 면적에 가자 주민 210만 명이 몰려있다. 로이터연합뉴스

이스라엘군 정보당국이 집계한 이 통계는 그동안 이스라엘이 주장했던 것이 사실이 아니었음을 증명하는 것이어서 파장이 클 것으로 보인다. 2024년 11월 24일 네타냐후 총리는 대국민 연설을 통해 가자지구에서 하마스 지휘관 등을 포함해 20,000명의 테러리스트를 살해했다고 말했다. 지난 1월 21일 이스라엘군의 헤르지 할레비 사령관 또한 이 숫자를 언급했다. 그는 2023년 10월 7일 하마스 공격을 제대로 막지 못한 책임을 지고 퇴임하는 자리에서 이스라엘군이 20,000명의 하마스 대원을 살해했다고 주장했다. 몇 달의 간격이 있지만 두 주장 모두 뭉뚱그려 20,000명을 언급한 건 설득력이 없는 주장이었다. 그런데 이번에 밝혀진 8,900명이란 숫자는 그동안 이스라엘 정부와 군이 가자지구 전쟁의 정당성을 선전하기 위해 가자지구 무장대원 사망자 숫자를 크게 부풀려 이스라엘 국민은 물론 전 세계를 속였음을 보여준다.

이스라엘이 그동안 가자지구 무장대원 사망자 숫자를 부풀린 또 다른 중요한 이유는 가자지구 민간인 사망자 수를 줄이고 국제사회의 비난을 어느 정도 무마하기 위해서였다. 2023년 12월 가자지구 사망자가 이미 16,000명을 넘었을 때 이스라엘군 대변인은 CNN에 이스라엘군이 무장대원 한 명당 2명의 민간인을 죽였다며 이는 "엄청나게 긍정적인" 비율이라고 주장했다. 2024년 5월 가자지구 사망자가 35,000명에 달했을 때 네타냐후 총리는 무장대원과 민간인 사망자의 비율이 약 1:1이라고 주장했다. 네타냐후는 같은 해 9월에도 같은 주장을 했다.


이렇게 무장대원 사망자를 부풀리면서 이스라엘이 주장한 건 가자지구 보건당국의 사망자 집계를 신뢰할 수 없다는 것이었다. 이스라엘은 사망자 숫자가 하마스의 선전일 뿐이라고 주장했다. 지난 4월 이스라엘은 2024년 8월과 10월 사이에 사망자 명단이 수정됐고 3,000명의 이름이 제거됐다는 점을 꼬집었고 이스라엘 언론들은 이를 대대적으로 보도했다. 이와 관련해 BBC는 사망자가 줄은 건 "신뢰성 있는 정확한 숫자를 집계하는 과정에서 생긴 일"이라는 가자지구 보건당국 관계자의 설명을 보도했다. 또한 "이는 명단을 제거하는 과정이 아니라 오히려 수정하고 확인하는 과정"이라는 설명도 덧붙였다.

가자지구 보건당국의 집계는 유엔을 포함한 국제사회가 신뢰하고 공유하는 통계다. BBC의 보도에 따르면 전쟁이 시작된 후 몇 개월 동안은 병원에 도착한 시신을 일일이 세고 의료진이 사망자를 컴퓨터에 입력하는 방식으로 집계가 이뤄졌다. 그러나 전쟁이 계속되고, 사망자가 급증하고, 병원 또한 공격을 받는 등 상황이 혼란스러워지면서 숫자를 세는 집계 방식은 유효하지 않게 됐다. 이에 따라 2024년 초부터 보건당국은 온라인 통계를 도입하고 사망자나 실종자의 가족이 직접 집계 체계에 입력을 하게 했다. 가자지구 보건당국 통계 담당자인 와히디는 직접적 원인이 전쟁이 아니라 질병이나 영양실조 등인 경우에는 이 통계에 포함되지 않는다고 밝혔다.


마지막 작별 이스라엘의 가자지구 점령 과정에서 살해된 딸을 마지막으로 살펴보는 아버지.
▲마지막 작별 이스라엘의 가자지구 점령 과정에서 살해된 딸을 마지막으로 살펴보는 아버지. Ismail Abu Diya

전쟁 상황에서 사상자를 정확하게 집계하는 건 매우 어려운 일이다. 그럼에도 가자지구 보건당국은 컴퓨터 체계를 통해 비교적 정확하게 집계를 하고 있다는 게 유엔을 포함한 국제사회의 평가다. 또 이스라엘의 주장과 다르게 오히려 보건당국의 집계가 실제 사망자보다 적다는 연구 결과도 있다. 지난 1월 영국의 런던 위생학 및 열대의학(LSHTM)은 의학 학술지인 란세트(Lancet)에 기고한 글에서 가자지구 보건당국이 밝힌 사망자 숫자는 실제 사망자 숫자보다 훨씬 적다고 밝혔다. 이 연구는 2024년 6월 말까지 가자지구 보건당국이 집계한 사망자는 37,877명 이었는데 연구자들이 보건당국 데이터, 온라인 조사, 사회관계망 사망 기록 등을 검토한 결과 사망자는 55,298명에서 78,525명 사이였다고 밝혔다. 많은 전문가들도 가자지구 보건당국의 통계가 실종자나 매몰자를 포함하지 않고 있기 때문에 실제 사망자는 훨씬 많을 것으로 보고 있다.

무장대원 사망자가 20,000명이 넘는다는 이스라엘 정부와 군의 기존 주장을 인정하더라도 민간인 사망자가 훨씬 많기 때문에 이는 어떤 변명으로도 정당화될 수 없고 전쟁 범죄에 해당한다. 그런데 이번에 밝혀진 숫자는 이스라엘이 의도적으로 가자지구 주민을 살해해 왔음을 말해준다. 이는 이스라엘이 가자지구에서 인종청소를 자행하고 있다는 국제단체들과 전문가들의 주장이 어느 정도 설득력이 있음을 말해주는 것이어서 국제사회에서 큰 논란이 될 수 있다. 이스라엘이 의도적으로 구호품 반입을 차단하고 식량을 무기화함으로써 가자지구에 대규모 기아를 야기하고 영양실조로 인한 사망자를 늘리고 있는 점 또한 인종청소의 일환이라는 주장에도 더욱 힘이 실릴 수 있다.
#이스라엘가자지구학살 #이스라엘군하마스살해통계 #가자지구집단학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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평화학 박사, 평화갈등연구소 소장, 평화연구자와 갈등해결 전문가로 활동, 저서는 <공격 사회>, <평화학>, <갈등해결 수업>, <평화의 눈으로 본 세계의 무력 분쟁>, <10대를 위한 평화통일 이야기>, <갈등은 기회다> 등 다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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