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핵 재처리 허용하는 한미원자력협정 개정에 반대한다

[주장] 재처리 과정서 발생하는 위험 수두룩... 대한민국 국익에 도움 되지 않을 것

등록 2025.08.24 11:57수정 2025.08.24 19:4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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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위성락 국가안보실장이 22일 서울 용산 대통령실에서 한미, 한일 정상회담 등 현안 관련 기자간담회를 하고 있다. 2025.8.22
위성락 국가안보실장이 22일 서울 용산 대통령실에서 한미, 한일 정상회담 등 현안 관련 기자간담회를 하고 있다. 2025.8.22 연합뉴스

위성락 대통령실 국가안보실장은 지난 22일 기자간담회에서 "한미 원자력 협정은 오래된 현안으로, 한국 정부는 그동안 개정을 위해 꾸준히 노력해왔다"며 "이번 정상회담을 계기로 진전을 만들어 보겠다는 입장"이라고 밝혔다.

한미원자력협정은 우리나라가 미국의 원전 관련 기술을 이용하고 지원 받으려면 필히 체결해야 하는 것이다. 미국 원자력법(Atomic Energy Act of 1954)의 제123조(Section 123)에 따라 미국이 원자력 관련 기술을 수출하고 협력할 때 상대국에 체결을 요구하는 협정으로, '123 agreement'라고도 한다.

원전을 이용함에 있어서 핵분열성 물질인 우라늄 235를 농축하는 핵연료 기술과 사용후핵연료에 포함된 플루토늄을 따로 분리하는 재처리 기술이 핵무기 개발과 밀접하게 관련되어 있기 때문에, 핵확산 방지(NPT 체제 준수)를 보장하는 차원에서 사용후핵연료 재처리와 우라늄 농축 등 민감한 원자력 활동을 제한하는 내용을 담고 있다.

지난 4월 15일 발효된 '민감국가 분류' 역시 한국 원자력계의 지속적인 재처리와 농축 시도, 한국정부가 미국의 원천기술인 원전기술로 독자적인 수출에 나섰기 때문이라는 의견이 지배적이다(관련기사 : 반복된 '우려' 신호... '민감국가'로 분류된 결정적 이유).

한미원자력협정 개정, 국익에 도움이 될까?

한국 원자력계의 요구로 2015년 한미원자력협정이 개정되면서 한국은 건식재처리 기술인 파이로프로세싱 연구를 일부 할 수 있게 허용됐고, 한미공동연구의 형태로 진행되었다.

한미 간 사전 협의와 동의를 통해 제한적인 범위 내에서 허용되며 상업적 규모의 시설이나 플루토늄 등의 핵물질의 분리는 명확히 금지되고 파이로프로세싱의 전처리 과정(Pre-treatment)에 국한됐다. 또 소규모 실험만 가능하고 핵확산 저항성 평가를 위한 자료 수집 등으로 제한되었다.


공동연구는 핵확산 여부에 대해 한미 연구진들의 생각을 좁히지 못한 채 2021년에 종료되었으며, 2021년 5월 한미 정상회담에서 양국은 사용후핵연료 관리와 원전 수출 촉진 등을 위한 고위급위원회(HLBC)를 재가동하기로 결정하였다.

위성락 국가안보실장의 발언은 그동안 한미원자력협정에 따라 금지되어 온 사용후핵연료 재처리와 우라늄농축 기술 허용을 다시 한 번 한미정상회담의 의제로 삼아 진전시켜 보겠다는 것으로 읽힌다.


그런데, 이런 시도가 대한민국의 국익에 도움이 되는 것일까?

결론부터 말하자면, 한미원자력협정 개정을 통해 재처리와 농축 기술을 허용받으려는 것은 국익에도 도움이 되지 않고 동북아 평화에도, 또 외교에도 악영향을 미친다. 따라서, 한미원자력협정 개정으로 핵재처리가 가능하도록 하는 것에 반대한다.

플루토늄은 1%밖에 안 되는데, 그 과정서 발생하는 환경 오염은 상상 이상

사용후핵연료 재처리는 고준위핵폐기물인 사용후핵연료를 자르고 녹여서 플루토늄을 분리하는 과정이다. 이 과정에서 원전이 1년 동안 방출하는 기체와 액체핵폐기물 양이 하루 만에 환경으로 방출된다. 재처리 시설이 있는 프랑스 라아그와 영국의 세라필드를 방문한 적이 있다. 바다와 토양 오염은 물론이고 아이들의 치아에서도 플루토늄이 검출되는 등 논란이 되고 있는 것을 목격했다.

사용후핵연료에서 플루토늄은 1%밖에 되지 않아서 재처리해서 플루토늄을 분리해도 남는 고준위핵폐기물양은 별로 줄어들지도 않는다. 오히려 재처리 과정에서 관련 기기가 오염되고 방사능에 오염된 용융염이 발생되며 기체 방사성물질이 다량으로 방출되는 등 더 많은 중저준위 핵폐기물이 발생하고 주변 환경을 오염시킨다.

한국 원자력계는 건식재처리(파이로프로세싱)는 핵확산 위험이 덜하다는 주장이지만 이 역시 핵확산 위험이 있다는 것이 세계 과학계의 판단이다. 건식재처리 결과 사용후핵연료는 우라늄과 초우라늄물질, 핵분열생성물로 분리되는데 핵확산 위험이 없다고 주장하는 이들은 플루토늄이 초우라늄물질들과 섞여서 분리되니 괜찮다는 주장이다.

하지만 건식재처리를 두 세 번만 반복해도 플루토늄 추출이 쉽기 때문에 핵확산 위험이 있다는 것이 전세계 과학계의 인식이다. 게다가 플루토늄과 강력한 방사선과 열을 내는 핵분열생성물이 분리되기 때문에 간단히 가방에 넣어 탈취가 가능하므로 핵확산 위험은 마찬가지다.

재처리로 우라늄이 95%가량 분리되어 이를 다시 원전에 쓸 수 있다고도 주장하지만, 분리된 우라늄은 대부분 우라늄 238(핵분열을 하지 않는 물질)인 데다가 다른 물질들과 섞여있는 지저분한 우라늄이라서 핵연료 공정에서 발생하는 우라늄 쓰레기보다 못하다. 우라늄 235(핵분열성 물질)를 농축하는 핵연료 제조과정에서 우라늄 238이 대량으로 발생하는데 굳이 지저분한 재처리 분리 우라늄을 쓸 필요가 없다. 쓸모없는 우라늄을 분리한 셈이라서 그 자체가 고준위핵폐기물이다.

위험 무릎쓰고 재처리할 필요 없다

분리한 플루토늄 역시 원전에서 핵연료로 쓰일 수 없다. 일본에서 플루토늄을 우라늄-플루토늄 산화연료(MOX)로 사용한 적이 있지만 후쿠시마 원전 사고 폭발 중 MOX 연료를 쓴 3호기 폭발이 특히 강력했던 것이 목격되면서 문제가 되고 있다. 세계 원자력계는 우라늄 238과 플루토늄을 연료로 쓰는 고속로를 개발하기도 했지만 냉각재인 액체 나트륨이 불투명하고 공기와 접촉하면 폭발하는 성질이 있는 데다가 너무 비싸서 포기한 지 오래다.

재처리한다고 해서 핵폐기물 양이 줄어드는 것도 아니고 분리된 플루토늄과 우라늄을 원전에서 쓸 수 있는 것도 아닌데 굳이 환경오염과 핵확산 위험을 무릎쓴 채 비싼 비용을 치르고 재처리할 필요가 없다는 이야기다.

다만, 한 가지 이유가 있기는 하다. 핵무기 원료를 확보할 의도라면 재처리와 우라늄 농축기술이 필요하다. 하지만 북한이 핵무기를 개발했다고 해서 우리도 같이 개발해야할 이유는 없다고 생각한다. 중국이 핵무기를 가지고 있고 북한도 개발했고 일본은 영국과 프랑스에 위탁 재처리한 플루토늄을 가지고 있다. 여기에 우리까지 핵무기 개발을 한다면 동북아시아 핵무기와 군비경쟁의 악순환 고리가 가속화 될 것이다.

대한민국이 그 고리를 끊는 역할을 해야 한다. 만약 트럼프의 요구로 군비를 확장하는 대신에 재처리 기술을 허용받으려는 것이라면, 그것 또한 이해하기 어렵다. 미국이 시켜서, 미국이 못하게 해서가 아니라 대한민국이 주도적으로 사용후핵연료 재처리와 우라늄 농축을 거부하는 방법으로 한반도 평화, 동아시아 평화를 끌어갈 수 있다. 대한민국 국익과 동북아 평화를 위해서라도 핵재처리와 농축을 허용하는 한미원자력협정 개정을 반대한다.
덧붙이는 글 이 기사는 광명시민의신문에도 실립니다.
#한미원자력협정 #한미원자력협정개정 #핵재처리 #우라늄농축 #핵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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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1대 국회의원, 전 에너지전환포럼 사무처장, 전 환경운동연합 에너지국 처장. '바람과 해를 담은 정치'의 기치로 민주주의 수호와 에너지전환, 원전안전을 위해 관련 내용을 분석하고 공유하기 위해 다시 기자활동을 시작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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