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1박2일 일정으로 일본을 방문한 이재명 대통령이 23일 일본 도쿄 총리 관저에서 이시바 시게루 일본 총리와 한일 정상 소인수회담을 하며 악수하고 있다.
연합뉴스
한일 정상회담은 셔틀외교 복원으로, 마침내 '관계 정상화'의 숨통을 틔웠다. 과거 갈등은 최소화하고 '실용외교'의 깃발을 들며, 제2의 김대중-오부치 선언을 향한 첫걸음을 내디딘 것이다. 수소경제 및 재난안전 등 미래협력 아젠다가 새롭게 부상했고, 한미일 공조 강화와 정책협의체 출범 논의로 실질적 협력의 물꼬도 열렸다. 이번 회담은 단순한 외교 이벤트가 아니라 미래 산업과 안보의 지도를 다시 그리는 분기점이라 할 수 있다.
이재명 대통령이 미국보다 일본을 먼저 찾았다. 1965년 국교정상화 이후 처음 있는 일이라고 한다. 무엇보다도 미래지향·안정적 발전을 지향하는 '실용외교'로 평가할 수 있으며, 셔틀외교의 복원을 통한 전개가 기대되고 있다. 경제·안보·인적 교류의 새로운 길을 찾아나선 지금, 우리는 오래된 과거의 그림자보다는 새롭게 비춰올 미래의 빛에 주목할 필요가 있다.
또 다른 역사적 분수령
8월 23일 한일 정상회담은 또 다른 역사적 분수령이다. 특히 1998년 김대중–오부치 공동선언을 계승하고 업데이트한 새로운 틀, 가칭
'한일 미래선언'이 추진된다면 그 의미는 더욱 커질 것이다. 당시 공동선언은 일본의 식민지 지배 책임을 직시하면서 동시에 협력의 기틀을 마련한 역사적 이정표였다. 그러나 25년이 흐른 지금, 한일관계는 여전히 역사 갈등과 안보 불신의 벽을 넘지 못한 채 더딘 걸음을 걷고 있던 상황에서 맞이한 오늘이다.
그러기에
필요한 것은 '21세기 공동선언 2.0'이다. 이는 과거사를 단순히 반복하는 선언이 아니라, 미래 세대를 위한 실질적 비전이어야 한다. 수소경제, '디지털전환(DX)', 재난·안전 협력 같은 새로운 의제를 중심에 세움으로써, 한일은 미래산업과 인류 공동번영(共榮)의 길을 함께 설계할 수 있다. 이재명-이시바 '한일 미래선언'은 이제 선택이 아니라 시대적 요구이다. 과거를 직시하되, '미래'를 향해 나아가는 지속발전가능한 선언이야말로 동북아 평화와 번영을 열어젖히는 진정한 '실용외교'의 시작일 것이다.
한일 셔틀외교의 복원(리질리언스), '관계 정상화'의 길 열려
무엇보다 이재명 대통령이 취임 후 불과 2개월 만에 일본을 직접 찾았다는 사실은 동북아 협력의 지형을 바꾸겠다는 강력한 메시지이자,
미국의 '관세 게임(협상)' 등 고민을 같이하고 있는 한국이 '일본 우선(同志) 구상(行步)'을 통해 전략적 소통 확대 의지를 분명히 한 것이다. 한일관계가 새로운 전환을 요구받고 있는 지금, 이번 회담은 구조적 변화와 협력의 틀을 과감하게 열어젖힌 역사적 장면이었다.
이 과정에서 양국 정상은 인도·태평양 전략 환경과 변화하는 글로벌 경제질서에 대응하기 위해 안보우선(Security First) 차원의 소통 확대에 합의했다. 수소, AI 등 미래산업 협력 확대와 더불어 저출산·고령화, 지방소멸 등 공동과제 해결을 위한 협의체 출범에 의견을 모았다. 청년교류 및 워킹홀리데이 기회를 확대하는 인적교류도 강화함으로써, 미래세대가 누릴 수 있는 토대를 착실히 다지게 됐다. 한편 "한반도 평화와 북한 문제에서 양국은 완전한 비핵화와 항구적 평화 정착이라는 목표를 재확인하고, 한미일 공조 속에 북한 리스크에 대응하기로 했다. 동시에 대화와 외교의 필요성도 강조하며, 난제 '납치문제'까지 함께 풀어나가자는 의지를 표명했다."
이번 정상회담은 과거의 부담을 최소화하고, 협력과 미래 비전을 전면에 내세웠다는 점에서 '제2의 김대중–오부치 선언'을 연상케 한다. 실용외교와 미래지향적 관계로 나아가는 도약의 출발점에 선 것이다.
미래 리스크를 관리하기 위한 '예방 외교'가 절실한 시점에서, '역주행 금지(=과거사 문제 자제)'라는 외교적 원칙에 관한 관심이 지대하다. 다행히도 "이미 확립된 역사적 합의들을 존중하며 미래의 협력 기반으로 삼아야 한다"는 한국 측 입장은 이번 정상회담에서 간접적으로나마 환영받은 것으로 평가된다. 이는 양국이 미래 협력으로 가는 최소한의 신뢰 기반을 마련하는 의미가 있다. '고노담화(1993)', '무라야마담화(1995)', '김대중–오부치 공동선언(1998)'에서 천명한 '역사인식'을 존중하는 스탠스(+국내여론)가 이시바 시게루 총리에 의해 잘 지켜된다면 한일관계에도 희망찬 빛(처방전)이 될 수 있다.
이재명 대통령이 강조하듯, "한국과 일본은 앞마당을 같이 쓰는 이웃"이다. 가깝기에 잦은 갈등도 피하기 어렵지만, 역주행만은 차단해야 한다는 공감이야말로 긴요하다. 합의의 정신을 지키면서 협력의 틀을 키워간다면, 양국 관계의 새싹은 다시 움틀 것이며, 동북아의 평화와 번영을 이끄는 튼튼한 뿌리로 자라날 수 있다.
'안전한 이웃 국가'라는 방향성은 같아야
'안전한 이웃 국가'라는 방향성은 한일 양국이 공유하는 공통의 목표다. 다만, 대일본과 대한(對韓) 인식 및 접근방식의 차이만이 존재할 뿐이다. 이번 한일 정상회담은 '관계 정상화'라는 긴 여정의 첫걸음을 알리는 신호탄이다. 물론 현실은 그리 단순하지 않다. 국내 여론은 여전히 복잡하다. 양국 모두 '안전한 이웃'이 되자는 방향성에는 동의하지만, 대일 및 대한 정책에서의 차이를 차별하거나 무시하는 경향, 혹은 이를 제대로 지지하지 않는 '경로의존성'이 여러 차례 목격되어 왔다. 어떻게 이를 극복할 것인가.
과거사 문제와 국제 정세라는 복합적인 요인 속에서 균형 잡힌 '정책전환'으로 평가받기까지는 여전히 험난한 '정치 역학'의 벽을 넘어야 한다. 한일 양국의 국내 정치 상황과 여론 분위기가 '화해'를 쉽게 허용하지 않는 현실(저해요인)을 감안하며, 남겨진 숙제에 도전할 시점이다. 셔틀외교의 복원과 협력 의지를 확인한 것만으로도 한일관계의 '안정적 미래지향'을 위한 중요한 행보이다. 이번 정상회담의 성패는 '합의 사항'을 실질적 성과로 구체화하는 실행력과 국민적 공감대를 얼마나 형성하느냐에 달려 있다는 점을 명심하자. 협력이 국민의 지지를 받아 확장될 때, 비로소 한일관계는 지속가능한 '미래'를 설계할 수 있을 것이다.
새로운 협력 아젠다, '수소경제' 및 '재난·안전'을 주목하자
이번 정상회담에서 제시된 '수소경제'와 '재난·안전' 분야의 새로운 협력 아젠다는 신선하며 현실적인 협력 가능성을 높일 수 있는 시도이다. 지난 윤석열 정부가 시작한 한일 '수소협력 대화' 채널의 승계는 정책 일관성 측면에서도 뜻깊다. 향후 '글로벌 수소공급망' 개발, 수소 표준 및 규격 마련 등 다방면 협력이 기대된다. 이뿐만 아니라, '재난대(多發)국' 일본의 풍부한 관리 경험(거버넌스)을 살리고, 4차산업혁명 기술의 결합으로 안전한 대한민국을 구현하는 데 있어서 상호협력플랫폼의 개발 등은 흥미로운 의제이다. 이는 '인간 안보'를 넘어 '지구공동체 안보'를 위한 제3의 '안전보장 협력' 모델이 될 수 있다.
APEC 의장국 한국, 글로벌 협력의 주역으로 나서야
또한 오는 10월 경주에서 열리는 한국 APEC(아시아태평양경제협력체) 정상회의와 일본에서 개최 예정인 한일중 정상회의를 위해 양국 정상은 상호 협력을 다짐했다. 국제사회가 직면한 다양한 과제들 앞에서 한일 양국은 중요한 협력 파트너임을 재확인했다. 미래지향적이고 상호호혜적인 공동이익 실현을 통해 안정적인 동북아 정세 구축에 기여할 것으로 기대된다. 아래는 필자가 지난 글에서 강조한 내용이다.
한국은 올해 APEC 의장국으로서 다자무역 체제(규범)의 신뢰회복을 중점 과제로 삼아야 한다. 특히 미국 트럼프 행정부 시절 나타난 시스템의 불확실성과 보호무역주의 부활에 대응하기 위해 국제제도를 적극 활용해야 한다는 점이다. 우선 아시아·태평양 지역 21개 회원국으로 구성된 '지역경제 레짐'인 APEC에서 리더십을 발휘할 좋은 기회이다. 2025년 경주 APEC 정상회의(10.30~11.1)의 주요 아젠다는 '지속가능한 내일'로, 연결, 혁신, 번영의 3대 핵심 의제에 AI 협력과 인구구조 변화 대응이 포함되어 있다. 미래 지향적 의제를 주도함과 동시에 한국은 APEC에서 '트럼프의 국제레짐으로 복귀'를 위한 제도적 발판을 마련할 필요가 있다. 다자무역 체제 강화를 통한 안정된 제도화 구축에 주도적 역할을 해야 한다. 우선 회원국(시장)들이 APEC를 통한 협력망을 넓히고, 나아가 리스크 관리에 힘써야 한다. 이는 결과적으로 새로운 세계무역제도 설립도 기대해 볼 수 있다. 한국, 국제무역 규범의 '게임 체인저' 될 수 있을까?
이제는 이재명-이시바 '실용외교' 협력의 길을 닦자
한미일공조 강화와 미래산업 협력, 정책협의체 출범 등 한일회담에서 논의된 실질적 협력방안은 '관계 정상화'의 구체적 진전을 의미한다. 그러나 여전히 강제징용, 위안부 등 과거사 문제는 불씨로 남아 있고, 신뢰 없이는 협력의 지속 가능성에 한계가 있다. 미·중 전략 경쟁 속에서 '안보'와 '경제'의 균형 유지도 필수적이다. 합의사항이 정책과 '경협 사업'으로 실질화되고, 공급망(서플라이체인)과 인적교류가 확대되기 위해 중요한 것은 '액션플랜'과 '실행력'이다. 또한 국내외 정치·경제 환경도 협력의 중요한 변수가 될 것이다. '셔틀외교'와 '실용외교', 경제안보, 인적교류 강화, 글로벌 공조라는 핵심 키워드를 현실로 만드는 일이 우리 앞에 놓여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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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재 고려대학교 글로벌일본연구원 교수로 있으며, 사회재난안전연구센터 소장을 맡고 있다. 주된 관심분야는 글로벌 위기관리 및 재난·안전학, 일본의 정치경제, 동아시아 국제관계, 국제기구론, 국경학 등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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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일 정상회담, 실용외교로 나아가는 도약의 출발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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