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스마트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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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소년들의 스마트 기기 사용을 제한해야 한다는 사회적 합의는 조금씩 넓어지고 있다. 특히 휴대폰 중독이 청소년의 건강을 해친다는 '건강권' 측면에서의 접근이 많은 공감을 얻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영국, 프랑스, 미국, 유럽 등 청소년들이 일찍이 스마트폰을 접하는 많은 나라에서 점차적으로 학교에서 휴대폰을 금지하는 법안이 마련되고 있다. 호주는 16세 미만 아동·청소년이 SNS 플랫폼 계정을 만들지 못하도록 했다.
<불안 세대>를 쓴 조너선 하이트는 청소년들의 급증하는 우울증 유병률과 SNS 사용과의 상관관계를 밝히며, 온라인 공간에서의 청소년 방임을 강도 높게 비판해 많은 공감을 얻었다. 이와 같은 흐름 속에 교내 휴대폰 사용을 금지하는 내용을 담은 '초중등교육법 개정안'이 발의됐다.
'학교 내 휴대폰 사용 금지법'에 대해 청소년·인권단체 공동 기자회견이 열렸다. 공동체의 숙의 영역으로 남겨둘 수 있음에도 법안을 통해 금지를 명시하는 것이 과잉 입법이라는 우려는 충분히 공감할 만하다. 학교의 많은 금지들이 과도한 통제와 청소년의 권리 침해로 이어졌던 과거를 모두 경험했기 때문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 법안을 환영하는 이유는 다음과 같다.
첫 번째로 전국적으로 교내 휴대폰 사용을 금지한다는 일관된 법안이 적용되는 것은 충분히 실질적이고 상징적인 의미가 있다. 법안이 발효되더라도 적용에 있어서 지금과 크게 다르지 않을 것이라는 주장이 있다. 이미 많은 학교들이 교칙으로 휴대폰 사용을 금지하고 있기에 지금 상황에서도 교육권 보호라는 법안의 목적을 달성할 수 있다는 것이다.
경기도 학생인권사례집(2023)에 따르면 초·중·고 전체 학교급에서 32.2%가 휴대폰을 자율적으로 관리하고 있다. 중학교의 79.9%, 고등학교의 45.9%, 초등학교의 2.5%가 가장 제한적인 방식인 등교 후 일괄 제출을 채택하고 있다. 즉 모든 학교에서 휴대폰 소지를 금하고 있지는 않다. 때문에 휴대폰 사용을 주제로 교칙 개정 논의가 일어나곤 한다. 학생자치회의 단골 공약도 휴대폰 사용 허용이다.
이러한 논의가 건강하다는 점에는 이견이 없다. 그러나 교칙이 민주적 소통 방식을 통한 건강한 논의의 장을 만들어낼 것이라는 기대와는 달리, 때로는 민원의 대상이 되기도 한다. 극단적으로는 제재가 학생과의 갈등으로 번질 수도 있다.
2023년 강원도의 한 교사는 수업 중 휴대폰이 울린 학생에게 주의를 주었다가 아동학대로 신고를 받았다. 올해 양천구의 한 고등학교에서는 수업 중 휴대폰 게임을 하던 학생에게 주의를 주었다가 주먹으로 폭행당한 사건이 벌어졌다. 근무 중인 학교는 휴대폰을 등교 시 일괄 수거한다. 학생과 학부모 모두 이 교칙의 필요성을 공감하고 있는 모양인지 지금까지는 큰 갈등이 없었다. 그러나 만약 한 학부모가 이에 대해 민원을 제기한다면, 혹은 이 교칙을 수행한 교사에 대해 문제를 제기한다면 교육공동체는 이 문제를 두고 많은 시간과 마음을 쓰게 될 것이다.
두 번째로 청소년을 유해 시설로부터 보호하듯 최소한 교육기관인 학교에서만큼은 휴대폰으로부터 자유로울 필요가 있다. 휴대폰을 유해 시설과 비교하는 것이 과도하다고 생각할지 모르겠다. 하지만 멀리 갈 것도 없다. 실제로 수업 중 학생이 교사의 얼굴을 찍어 개인 SNS에 올려 모욕하는 사건을 지켜보았고, 인근 중학교에서는 학생이 동급생과 여교사의 얼굴로 딥페이크 영상을 만든 사실이 제보로 밝혀지기도 했다.
또한 휴대폰이라는 기계 너머에는 딥페이크를 비롯한 사이버 성폭력, 도박, 학교폭력, 각종 유해 콘텐츠가 존재한다. 청소년들은 '학교환경법'에서와 달리 물리적으로 이런 위험으로부터 보호받지 못한다. 과거에는 영상물 등급제가 있어 잔인한 영상물에 접근하기가 심리적으로도, 물리적으로도 쉽지 않았다. 그러나 지금은 초등학생도 청소년 관람불가 애니메이션이나 영화를 손쉽게 접한다.
한국도박문제예방치유원 조사(2024)에 따르면 청소년의 4.3%가 복권, 카지노, 스포츠 경기 베팅 등의 도박을 경험했고, 이중 19.1%가 최근 6개월간 지속적으로 도박을 경험했다고 한다. 범위를 도박과 유사한 메커니즘을 가진 '가챠 게임(확률형 아이템 게임)'으로 넓히면 경험자의 범위는 훨씬 클 것이다.
항상 학교에서 잠을 자고 평소에 대화도 없이 휴대폰을 들여다보던 한 학생에게 무슨 게임을 하느냐고 묻자, 귀엽고 앙증맞은 그래픽이 가득한 화면을 자랑스럽게 보여주었다. 그러나 그 게임은 서너 시간마다 접속해야만 상태를 유지할 수 있는 구조였다. 핸드폰을 사용하는 수업 중 교실을 순회하다 보면 몰래 불법 웹툰 다운로드 사이트에 접속하는 학생들도 눈에 띈다. 저작권 침해도 문제지만, 이런 사이트는 포르노 사이트나 도박 사이트 광고로 범벅이다.
잘 쓰도록 돕는 것의 출발점

▲ 스마트폰을 사용하고 있는 사람들.
픽사베이
청소년이 휴대폰을 전혀 사용하지 말아야 한다고 주장하는 것이 아니다. 지금 같은 시대에 인터넷을 금지하는 것은 현대판 러다이트 운동이나 다를 바 없을 것이다. 물론 가장 중요한 것은 휴대폰을 올바로 사용하는 절제력과 미디어 리터러시 교육이다. 사용을 못 하게 하는 것이 아니라, 잘 쓰도록 돕는 것이 필요하다.
그럼에도 휴대폰 사용이 청소년들의 건강과 학업, 전인적 성장에 많은 악영향을 미치고 있다는 점에서, 교육 공간에서의 사용 금지는 그 출발선이 될 수 있다. 현재 거의 모든 학교에 태블릿 PC가 보급되어 있다. 교육용 애플리케이션도 계정 접속에 휴대폰을 요구하는 경우가 많다. AI, 디지털 교과서, 에듀테크 교육 등 학교도 빠른 변화에 적극적으로 적응하고 있으며 교내 휴대폰 사용은 사실상 불가피하다. 이런 상황에서 교육적 목적 외의 사용을 원칙적으로 금지한다는 법안은 과잉 입법이라는 우려에도 불구하고 더 많은 부작용을 예방하는 효과를 낼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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게임만 하는 학생이 자랑스럽게 보여준 화면... '스마트폰 금지법' 필요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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