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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비가 안 보인다

도시화와 농약 사용으로 사라져가는 제비, 인간과 자연의 거리를 보여주는 상징

등록 2025.08.26 09:34수정 2025.08.26 09:3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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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5일 오전 제주 서귀포시 대포동의 한 전깃줄 위에서 흰 제비 새끼가 어미로부터 먹이를 받아먹고 있다. 흰 제비는 색소 부족이나 결핍으로 생기는 알비노 현상의 돌연변이로 추정되고 있다. 2025.8.5
5일 오전 제주 서귀포시 대포동의 한 전깃줄 위에서 흰 제비 새끼가 어미로부터 먹이를 받아먹고 있다. 흰 제비는 색소 부족이나 결핍으로 생기는 알비노 현상의 돌연변이로 추정되고 있다. 2025.8.5 연합뉴스

세종시 용수천에서 다리 밑 콘크리트에 매달린 귀제비 둥지를 만났다. 그리고 그 속에서 여전히 바쁘게 번식 중인 귀제비들이 있었다. 높은 하늘을 이리저리 빠르게 비행하며 먹이를 잡아 새끼들을 먹이고 있었다. 둥지의 수는 10여 개에 달했다. 하늘을 가르며 쏜살같이 날아드는 장면은 오래된 농경 사회의 기억을 떠올리게 했지만, 동시에 지금 우리의 현실을 직시하게 했다.

우리에게 제비는 친근한 새였다. 농가 처마 밑에 둥지를 틀고 해충을 잡아주며 사람 곁에서 함께 살아왔다. 제비 둥지는 길조로 여겨졌고, 흥부에게 박씨를 물어다 주는 동화 속 존재이기도 했다. 그러나 최근 들어 제비는 점점 희귀해졌다.

제비가 희귀해진 이유

그 이유는 명확하다. 첫째, 농약 사용의 확대다. 제비는 공중을 날아다니는 곤충을 주로 잡아먹는다. 하지만 농경지에 농약 사용이 늘면서 먹잇감 곤충이 급격히 줄어들었고, 이는 제비 개체 수 감소로 이어졌다. 1990년대 이후 우리나라에서 제비의 번식 밀도는 꾸준히 낮아지고 있으며, 이는 농업 방식의 변화와 밀접히 연관되어 있다.

둘째, 주거 환경의 변화다. 과거 농가와 한옥에서 흔히 볼 수 있던 처마 구조가 현대식 아파트와 주택으로 바뀌면서 제비가 둥지를 틀 공간이 사라졌다. 제비는 흙과 풀에 타액을 섞어 만든 둥지를 벽이나 처마 밑에 고정하는 습성이 있는데, 매끈한 외벽과 짧은 차양 구조물은 이들의 전통적인 번식지를 앗아갔다. 결국 제비는 새로운 둥지터를 찾아 도시의 다리 밑, 건물의 틈새 같은 불안정한 공간에 둥지를 틀 수밖에 없다.

세종시의 전신인 옛 연기군의 상징새가 바로 제비였다. 사람과 가장 가까운 야생 조류로 '행운의 상징'이자 '풍요의 전령'처럼 여겨졌다. 마을 사람들은 제비가 집에 둥지를 트면 그 해 농사가 잘될 것이라고 믿었고, 아이들은 제비의 날렵한 비행을 보며 계절의 변화를 배웠다. 제비는 사람이 살지 않는 곳에는 번식하지 않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그런데 귀제비는 좀 다른 모양이다. 세종시에서 제비는 다리 밑 같은 불안한 공간에서 번식을 하고 있었다. 차가 오갈 때마다 발생하는 진동과 소음이 어린 새끼들에게 해가 되지 않을까 걱정이 되었다. 제비가 여전히 우리 곁에서 번식을 이어가고 있지만, 그 모습이 예전처럼 여유롭고 친근하기보다 점점 더 절박하고 아슬아슬해 보인다.


 교각아래의 귀제비둥지의 모습
교각아래의 귀제비둥지의 모습 이경호

길조에서 '불청객'으로

제비에 대한 우리의 인식도 달라지고 있다. 예전에는 제비 둥지를 반갑게 맞이했지만, 현대 도시에서는 상황이 다르다. 건물 외벽이나 상가의 차양 밑에 둥지를 틀면 분변으로 인한 불편 때문에 사람들은 둥지를 제거하거나 접근을 막는다. 길조에서 '불청객'으로 인식이 바뀌는 현실은 제비와 인간의 관계가 얼마나 멀어졌는지를 보여준다.


단순한 불편의 문제를 떠나 우리가 제비를 밀어내고 외면한다는 것은 곧 우리 곁의 생태적 다양성을 잃어버리는 일이기도 하다. 제비는 단순히 한 종의 새라기보다 우리가 자연과 함께 살아왔던 역사와 문화를 상징하는 새이기에 더 안타깝다.

 귀제비가 번식한 연기군의 교각
귀제비가 번식한 연기군의 교각 이경호

세종시 용수천 다리 밑에서 만난 귀제비의 둥지는 여전히 생명이 약동하는 공간이었다. 풍부한 곤충이 있어 어미는 쉼 없이 먹이를 물어 나르고, 새끼들은 먹이를 받아 먹으며 생존을 이어간다. 농약 사용으로 인한 곤충 감소, 도시화로 인한 서식지 상실 그리고 인간의 무관심까지, 제비는 여러 겹의 위협에 놓여 있다. 국제적으로도 제비와 비슷한 종들이 기후변화와 농업 방식 변화로 개체 수가 급격히 줄어들고 있다는 보고가 이어지고 있다.

한때 가장 가까이에서 함께 살았던 새, 농경 사회의 친구였던 제비가 정말로 우리 곁에서 사라져가는 것은 아닌지 근심하지 않을 수 없다. 제비의 둥지를 다리 밑에서 발견했다는 사실은 우리의 삶과 자연이 얼마나 멀어졌는지를 상징적으로 보여주고 있다. 우리는 제비를 다시 우리의 이웃으로 맞이할 수 있을까, 아니면 기억 속의 전설로만 남겨두게 될까.

기후 위기로 위협받는 생명들을 소중히 여겨야 할 때다. 그 첫 번째 이웃이 제비가 되기를 다리 밑에서 번식하는 귀제비를 보며 생각해 본다.

 높게 비행하고 있는 귀제비의 모습
높게 비행하고 있는 귀제비의 모습 이경호


#제비 #귀제비 #멸종 #다리 #연기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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