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채무불이행 자영업자 35% 늘어 채무불이행 자영업자가 급증한 것으로 나타난 지난 2월 16일 서울의 한 식당가에 대출 광고가 붙어 있다. 나이스(NICE)평가정보의 '개인사업자 채무불이행자 현황' 자료에 따르면 지난해 말 개인사업자 금융기관 대출금액은 1천122조7천919억원으로 전년보다 7천719억원(0.1%) 늘어났다. 대출액을 3개월 이상 연체한 이들은 15만5천60명으로 1년 전보다 4만204명(35%) 급증했다.
연합뉴스
정부가 최대 324만 명에 달하는 서민과 소상공인을 위한 '신용사면' 카드를 꺼내 들었다. 코로나19와 고금리의 복합 위기 속에서 연체의 늪에 빠졌으나, 끝내 성실히 빚을 갚아낸 이들에게 '연체기록 삭제'라는 재기의 기회를 주겠다는 것이 골자다. 예상대로 "성실 채무자의 박탈감을 키운다", "버티면 구제해 준다"는 도덕적 해이 비판이 제기된다.
일리 있는 우려지만, 이는 나무만 보고 숲을 보지 못하는 단견일 수 있다. 이번 조치를 단순한 시혜적 복지로 치부한다면, 한국 경제가 반등할 중요한 동력을 잃게 될 것이다. 신용사면은 약자에 대한 온정을 넘어, 막힌 경제의 모세혈관을 뚫어 회복탄력성을 높이는 가장 생산적인 투자이기 때문이다.
먼저 우리는 채무의 본질을 직시해야 한다. 연체자 대다수는 개인의 방탕이나 부도덕이 아닌, 실직, 질병, 불황 같은 예기치 못한 외부 충격에 떠밀려 빚의 굴레에 갇힌 '성실한 실패자'들이다. 엘리자베스 워런 미 상원의원의 지적처럼, 이는 개인의 문제가 아닌 사회 구조적 함정에 가깝다. 한번 실패하면 재기가 사실상 불가능한 현행 금융 시스템은 채무 '회수'에만 매몰되어, 연체자를 회생 불능 상태로 내몰며 더 큰 사회적 비용을 유발한다.
그러나 관점을 전환해 이들을 사전적으로 구제하면, 경제는 선순환의 기회를 잡을 수 있다. 실제 지난해 유사 조치 후 신용회복 대상자의 신용점수는 평균 31점(개인사업자 101점) 상승했고, 2만 6천 명이 카드를 재발급받았으며, 11만 3천 명이 제1금융권에서 신규 대출을 받는 등 긍정적 효과가 통계로 입증되었다. 연체자의 고립은 개인의 비극을 넘어 경제의 동맥경화를 심화시킨다. 이들에게 재기의 사다리를 놓아주는 것은 우리 경제를 살리기 위한 필연적 선택이다.
특히 이번 조치의 핵심이 원금 '탕감'이 아닌, 채무를 '전액 상환한' 이에게 남는 '기록 삭제'에 있다는 점을 명확히 해야 한다. 이는 도덕적 해이를 조장하기는커녕, 오히려 성실한 상환을 유도하는 가장 강력한 조건부 인센티브로 작동한다. '연체'라는 주홍글씨 탓에 제1금융권 문턱을 넘지 못하고 고금리 불법 사금융으로 내몰리는 악순환의 고리를 끊어주는 것이다. 이 족쇄를 푸는 것만으로도 그들은 다시 생산과 납세의 주체로 경제에 복귀하고, 이는 곧 경제 선순환으로 이어진다.
물론 제도의 정교함이 전제되어야 한다. 그런 면에서 이번 조치가 지원 대상을 '원리금 전액 상환 완료자'로 명확히 한 것은 성실의 가치를 훼손하지 않으면서 제도의 명분을 살린 현명한 첫걸음이다. 이 조건은 단순한 시혜를 넘어, "스스로의 노력으로 다시 일어선다"는 건강한 성공 경험을 제공하고, 묵묵히 빚을 갚아온 이들의 박탈감도 최소화할 수 있다.
맹자는 '항산(恒産)이 있어야 항심(恒心)이 있다'고 했다. 안정된 생업이 보장될 때 올바른 마음도 생긴다는 뜻이다. 실패에 낙인을 찍는 사회에 미래는 없다. 이제 신용사면을 둘러싼 낡은 '도덕적 해이' 프레임에서 벗어나, 실패를 딛고 일어설 수 있는 견고한 사회적 안전망을 논의할 때다. 한계에 부딪힌 이들을 다시 경제 주체로 일으켜 세우는 '회복의 금융'이야말로, 우리 경제에 새로운 혈류를 공급하고 다 함께 성장하는 상생의 길을 여는 가장 지혜로운 해법이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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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용사면, 도덕적 해이 넘어 '경제 혈맥' 뚫는 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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