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로운 정부가 출범한 지 두 달이 조금 넘어가고 있다. 주변의 이야기를 들어보면 체감상으로는 더 많은 시간이 지난 것 같다는 사람들이 많은데 아마도 그만큼 우리 사회에서 해결해야 할 일이 많았기 때문이지 않을까 싶다.
이재명 정부의 가장 중요한 과제의 하나인 검찰개혁도 추석 전 중요입법을 완료하겠다는 목표 아래 거듭 논의가 이루어지고 있다고 한다. 또 그 과정에서 개혁의 대상인 검찰을 비롯해 다양한 이해관계자들이 이견을 표출하면서 개혁의 내용을 확정하는 데 어려움이 있다는 이야기도 들린다.
검찰개혁은 우리 사회를 검찰공화국에서 정상적인 민주공화국으로 되돌려 놓는 가장 중요한 과제지만, 구체적인 내용으로 들어가 보면 저마다 다른 의견을 갖고 있어 합의점을 찾기가 쉽지 않다. 100명이 논의하면 100가지 안이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닐 만큼 서로의 생각과 관점, 경험이 다르기 때문이다.
그럼에도 이번 검찰개혁에 절대로 빠지거나 후퇴해서는 안 되는 핵심적인 내용은 바로 검찰의 직접수사 폐지와 수사지휘 금지라고 할 수 있다. 물론 이것도 필자의 주관적인 입장이지만, 적어도 과거 검찰의 폐해를 해결하겠다면 결코 빠질 수 없는 핵심적인 내용이고 검찰개혁의 성공을 바라는 많은 국민도 같은 생각일 것이라고 믿고 있다.
검찰이 직접수사권을 유지하거나 수사지휘권을 통해 사실상 수사에 관여하려는 첫 번째 시도는 미진한 수사에 대한 보완이 필요하다는 이른바 보완수사유지라는 형태로 이루어진다. 1차 수사기관인 경찰이나 (신설예정인) 중수청에서 수사를 끝냈는데 기소하려고 보니 부족한 부분이 있는 경우에 검찰이 이를 보완해야 할 필요가 있다는 게 주된 논리다. 현재는 보완수사를 직접 하지 않고 보완수사를 요구하는데, 보완수사를 요구하고 다시 수사하는 과정에서 오랜 시간이 걸려서 국민이 피해를 보기 때문에 검찰이 직접수사를 하거나 수사의 내용에 관여하는 지휘권을 행사해야 한다는 논리다.
그러나 수사 기간의 문제는 법이나 내부규정을 통해 수사 기간을 정하고 인력을 보강하면 해결되는 문제다. 기간이 아니라 보완수사 자체가 제대로 이루어지지 않는 경우에는 제3의 기관을 통해 의도적인 봐주기인지 아니면 정말 보완수사가 필요 없는 사안인지를 검토해 의도적인 봐주기 수사일 경우 담당자와 지휘책임자에게 책임을 물으면 된다. 즉 어떤 경우에도 검찰이 직접수사를 해야 하거나 수사지휘권을 행사해야 할 필연적인 이유는 없다. 따라서 국민의 불편을 이유로 검찰이 보완수사를 직접 할 수 있어야 한다는 논리는 사실상 검찰공화국을 그대로 유지하자는 주장과 다름없다.
검찰의 수사권을 유지하기 위한 두 번째 시도는 1차 수사기관의 부실수사를 통제하기 위해 검찰의 직접수사가 필요하다는 논리를 통해 이루어진다. 부실수사 통제는 앞선 보완수사와 비슷하나, 이 경우에는 의도적인 봐주기 수사나 전문성 부족에 따른 결과를 바로잡아야 한다는 뉘앙스가 강하다. 즉, 보완수사 주장이 수사기관의 의도나 전문성과는 무관하게 기소에 부족한 부분을 채워야 한다는 측면에 초점이 맞춰진 경우라면 부실수사 통제 주장은 '경찰을 믿을 수 없으니 검찰이 나서야 한다'라는 속내를 더욱 직접적으로 드러낸 주장이라고 할 수 있다.
그리고 이 경우에도 어김없이 따라오는 명분은 국민의 권리보호다. 경찰의 부실수사로 피해를 보는 건 선량한 일반 국민인데 정치적 사건 몇 개 때문에 검찰의 직접수사나 수사지휘를 완전히 없애면 경찰의 부패나 전문성 부족으로 인한 국민의 피해를 막지 못한다는 것이 일반적이 내용이다. 얼핏 들으면 상당히 설득력이 있고, 적지 않은 법조인들도 이 주장에 동조하고 있다. 사실 검찰개혁의 가장 큰 걸림돌은 바로 이 부분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그러나 잘 들여다보면 사실상 국민을 속이는 것에 가까운 주장이다. 검찰의 수사권이 변화된 건 문재인 정부 시절이다. 즉, 검찰의 수사권이 조금이나마 변화한 건 10년도 채 되지 않았다. 그러나 우리나라 사람이라면 한 번쯤 들어봤을 '유전무죄'라는 말은 검찰이 수사권이나 수사지휘권을 행사하던 과거부터 늘 있던 말이다. 검찰에 대한 불신도 10년 전부터 갑자기 생기지 않았다. 다시 말해 검찰의 수사권이 약해지거나 사라졌기 때문에 과거에 없던 부실수사가 생긴 게 아니라는 말이다.
검찰은 자신들이 수사권을 가지고 있을 때도 관심 있는 대형사건이나 정치적 사건에 대해서만 적극적으로 수사권을 행사했지, 일반 국민의 평범한 수사 사건에 대해서는 대부분 경찰의 결론을 그대로 받아들이고 관심 있게 들여다보지 않았다는 비판을 받아왔다. 그랬던 검찰이 지금 수사권을 뺏길 위기에 처하니 갑자기 국민을 위한 기관인 것처럼 국민의 보호를 위해 수사권이나 수사지휘권을 유지해야 한다고 주장하는 것은 사실상 국민을 속이는 행위에 가깝다는 생각이다.
검찰이 정말 국민을 위해 경찰의 부실수사에 대해 적극적으로 관심 가지고 통제했다면, 검찰개혁의 목소리가 이렇게 커질 수 없었을 것이다. 따라서 자신들의 과거 행태에는 눈을 감고, 말뿐인 국민보호를 핑계로 수사권이나 수사지휘권을 유지하려는 검찰의 시도는 결코 용납되어서는 안 된다. 간혹 일부 법조인의 경우에는 검찰의 이익을 위해서가 아니라 순수하게 국민을 위해서 이러한 주장을 하기도 하나, 그 의도와 무관하게 해당 주장의 결론이 결국 검찰 권력의 유지로 이어질 수밖에 없다는 점은 간과하고 있다.
그렇다면 부실수사 통제는 어떻게 해야 할까? 가장 좋은 방안은 2차 수사만을 전담하는 별도의 수사기구를 두는 방법이다. 앞서 부실수사란 의도적인 봐주기 수사나 전문성 부족으로 인한 미흡한 수사라고 했던 만큼 동일한 수사부서에 다시 수사를 맡긴다고 새로운 결론이 나기를 기대하기는 어렵기 때문이다. 새로운 기관의 신설이 가장 좋은 방안이지만 가까운 기간 내에 현실화하기 어렵다면 차선책은 1차 수사기관 내에 2차 수사를 담당하는 별도의 부서를 운용하는 방안이 있다.
이 경우 제대로 된 수사가 이루어지기 위해서는 인력과 예산이 충분히 부여되어야 한다. 그렇지 않으면 형식적으로는 별도 부서가 담당하나 실질적으론 인력 부족 등을 이유로 최초 수사부서에 다시 사건을 넘기는 편법이 생길 수도 있기 때문이다.
앞선 방법들 말고도 검찰이 직접 나서지 않고 부실수사를 통제해서 국민의 권리를 보호할 방법은 얼마든지 있다. 그럼에도 다른 모든 방안은 뒤로 하고 검찰에게 수사와 관련한 권한을 남기려는 주장은 결국 검찰공화국으로 회귀하는 결과를 낳는다는 점에서 결코 받아들여져서는 안 된다.
모든 정책에는 찬성과 반대가 있다. 특히 국가기관의 권한을 변경하는 개혁은 많은 반대에 직면한다. 그러나 검찰총장 출신의 대통령이 민주주의를 부정하고 내란범죄를 저지르는 초유의 상황은 결코 그냥 발생하지 않았다. 바로 검찰공화국이라 불릴 만큼 무소불위의 권력을 휘두르던 검찰이라는 조직적 권력이 존재했기에 상상할 수 있었고, 현실적인 시도까지 이루어질 수 있었던 게다. 따라서 검찰권력의 해체 없이 정상적인 대한민국을 기대할 순 없다. 직접수사 폐지와 수사지휘 금지는 이러한 검찰개혁의 물러설 수 없는 지점이자 최소한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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