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어 교실에서 한국어를 배우는 아이들 이중언어(러시아어) 강사에게 러시아 계 아이들이 한국어 기초를 배우고 있다.
이정미
필자가 일하는 초등학교도 공단 지역과 가까운데, 우즈베키스탄, 카자흐스탄에서 온 아이들이 다문화 학생의 절반 가까이 된다. 아이들과 이야기 나누고 싶어도 말이 통하지 않으니 답답하다. 나는 아이들을 만날 때마다 일부러 다가가 말을 건다. 처음에는 '안녕하세요', '사랑합니다' 같은 인사말만 했는데 1년이 지난 지금은 제법 일상 대화를 나눌 수 있는 수준이 됐다.
요즘 들어 저학년 몇몇은 말하는 재미를 붙여서 수업을 마치면 참새가 방앗간 들리듯 내 방으로 찾아온다. 2학년은 아침 맞이 때마다 멀리서 뛰어와 "사랑합니다" 하고 안기기도 해서 친밀함이 남다르기도 하다.
1년 전에는 아이들에게 궁금한 점이 있어도 말이 통하지 않아 고작 인사 정도 나누었다. 점심시간 도서관에서 만나는 날이면 그림책을 읽어주곤 했다. 그럴 때마다 "그림책 열심히 읽으면 한국어 공부에 도움이 된단다. 많이 읽어. 그리고 20권 읽으면 선생님께 가져 와. 선생님이 선물 줄게" 하며 은근히 한국어 공부를 강요하곤 했다. 이 말을 기억하고 그림책을 열심히 읽어서 선물을 받아 간 아이들이 바로 2·3학년 아이들이었다.
나는 아이들을 만나면 매번 똑같은 질문을 한다. 아이들도 기다렸다는 듯이 그날 재미있었던 공부를 알려 준다.
"오늘은 무슨 공부가 제일 재미있었어?"
"노래. 노래 불렀어요. '다섯 글자 예쁜 말' 배웠어요."
"선생님한테 불러줄 수 있어?"
"네, 네, 네."
셋이 손짓하며 노래했다. 눈도 웃고 입도 웃고 있었다. 아이들 발음이 정확하지 않아 정확하게 알아들을 수 없었지만, 다섯 글자 - 사랑합니다, 고맙습니다, 감사합니다, 안녕하세요, 아름다워요, 노력할게요 - 말은 귀에 쏙쏙 들어왔다.
아이들은 노래 부르며 한국어를 보다 쉽게 배우고 친숙해지는 것 같았다. 한국어에 제법 자신감이 생겨서 그런지 그날 따라 할 말이 많았다.
"학교생활이 재미있니?"
"네. 재미있어요."
"우즈베키스탄이나 카자흐스탄보다 재미있어?"
"네. 만들기도 하고 그림도 그리고 수영도 하고, 재미있어요. 우즈베키스탄은 공부 많이 해요. 일곱 개 해요."
"학교 깨끗해요. 좋아요."
아이들이 학교를 좋아하고 학교생활도 즐겁다고 하니 새삼 아이들의 적응력과 밝은 태도가 고맙게 느껴졌다.
한편으로 한국어가 서툰 아이들이 교과 수업은 힘들지 않은지 걱정돼 물었다. 아직은 교과 공부도 재미있다고 했다. 학년이 올라갈수록 교과 내용도 복잡해지니 한국어 공부 열심히 하라고 당부했다. 아이들은 고개를 끄덕이며 "한국어 공부 열심히 해요" 했다.
낯선 환경, 낯선 언어, 낯선 문화 속에서도 좋은 점을 찾아 긍정하며 밝게 생활하는 아이들을 보며 어른으로서 미안한 마음이 들었다. 보다 실질적이고 세심한 다문화 교육 정책이 절실하다.
아이들은 모두 교육 받을 권리가 있다
다문화 교육이 일찍이 자리 잡은 호주의 초등학교를 방문한 적이 있다. 주로 아시아에서 이민 온 아이들이 ESL 과정에 참여하고 있었다. 선생님은 인근 몇 학교를 순회하며 정해진 요일에 해당 학교에 근무하며 다문화 아이들을 위한 맞춤 영어 수업을 별도로 진행하고 있었다. 아이들이 빠르게 일반 아이들과 함께 교과 수업에 참여할 수 있도록 돕는 것이다.
내가 호주의 초등학교를 방문한 것이 벌써 6년 전의 일이다. 아직도 우리 교육 현실엔 다문화 교육 사각지대가 많다. 예산 등 현실적인 문제도 있지만 아직 다문화 교육에 대한 인식이 부족한 것도 한몫 하는 것 같다. 종종 '우리 아이들 돌보기도 모자라는데 남의 나라 아이들까지 챙길 것까지 있나' 또는 '밑 빠진 독에 물 붓기' 와 같은 말을 듣는다. 하지만 내 나라 네 나라 할 것 없이 아이들은 모두 교육 받을 권리가 있다.
공부(한국어)가 안되면 학교 생활에 적응하기도, 재미를 느끼기도 힘든 것이 현실이다. 상급 학교로 진학할수록 여러 가지 차별과 더 복잡한 어려움을 겪게 될지도 모른다. 실질적으로 학교 현장에는 많은 다문화 학생들이 기초 학력 부족, 따돌림, 학업 중단, 돌봄 결여, 스마트폰 과다 노출 등 어려움을 겪고 있다.
부모를 따라 한국에 온 것이 그들의 선택은 아니었다. 익숙한 곳을 떠나 모든 것이 낯선 곳에서 적응하며 살아간다는 것은 큰 모험이며 도전이다. 다양한 이주 배경을 가진 다문화 아이들은 차별 없이 교육 받을 수 있어야 한다. 이 아이들이 오롯한 한 사람의 성인으로 성장할 수 있도록 교육청, 지방자치단체, 국가 차원의 실질적인 정책이 절실하다.
학생의 이주 배경에 관계 없이 아이들은 현재 우리 나라에서 살고, 배우며, 성장하고 있다. 긴 안목으로 미래를 보며 교육에 투자할 수 있어야 한다. 이 아이들을 한국어와 러시아어에 모두 능통해 한국과 러시아, 카자흐스탄, 우즈베키스탄을 위해 긍정적인 가교 역할을 할 소중한 인재로 키우는 것은 우리에게 달려있지 않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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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제학교'라는 동료 교사의 너스레... '한국어' 대책 시급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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