활주로가 아니라, 생명을 위한 걸음

새만금 새·사람 행진, 갯벌 위에 희망을 새기다

등록 2025.08.27 10:09수정 2025.08.27 10: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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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5년 8월, 찌는 듯한 태양 아래 한 무리의 사람들이 서울을 향해 발걸음을 옮기고 있다. 이들의 이름은 '새·사람 행진'. 수라갯벌과 금강, 세종보, 그리고 서울 대통령실로 이어지는 이 행진은 고행의 길이다. 공항이 아닌 생명을, 개발이 아닌 갯벌을, 자본이 아닌 평화를 선택하자는 간절한 외침을 전달하기 위한 길이다. 행진은 "활주로가 아니라, 생명을"이라는 분명한 메시지와 가치를 담고 이를 지키기 위한 소중한 걸음들이다.

2주일간의 행진은 지난 25일 세종보 구간으로 이어졌다. 앞으로 9월 11일까지 서울로 행진을 이어간다. 작지만 미약한 힘을 보태기 위해 세종보 구간을 함께 걸었다. 세종보에 마련된 점심은 행진 인원이 늘어나면서 준비된 양이 다소 부족했다. 하지만, 각자가 챙겨온 도시락과 음식을 나누며 부족함이 채워졌다. 오병이어가 아니라 생명이어의 기적이 일어났다. 작은 나눔이 커져 모두가 배부르게 먹는 순간, 함께 걷는 길의 의미는 더욱 선명해졌다.

 금암삼거리에서 세종시로 들어오는 모습
▲ 금암삼거리에서 세종시로 들어오는 모습 새민금신공행백지화공동행동

길 위에서 마주한 현실은 조금은 달랐다. 금암삼거리에서 세종보까지 이어진 도로 위에는 까치와 멧비둘기 두 마리가 '로드킬'로 죽어 있었다. 인간이 도로를 내고 차를 달린다는 이유만으로 매일 수많은 생명이 죽어간다. 우리는 아무렇지 않은 일상이지만, 이미 생명을 죽이고 있는 현실을 보여준다. 도로와 비교하면 새만금 신공항은 생태 학살이다. 활주로는 철새의 길목 위에 만들어진다. 도요·물떼새의 서식지 위에 놓이게 된다. 공항이 되는 순간 수많은 생명은 더 이상 돌아오지 못한다.

세종시에 들어서자, 파랑새 한 마리가 푸른 날개를 퍼덕이며 행진 대열 위를 스쳐 날았다. 파랑새는 늘 희망의 상징이다. 언젠가 새만금에도 희망이 깃들기를 기도하고 있는 듯한 연대비행처럼 느껴졌다.

 세종보 농성장 앞에서 걷는 모습
▲ 세종보 농성장 앞에서 걷는 모습 새만금신공항백지화공동행동

한국에는 이미 15개의 공항이 운영되고 있다. 인천·김포·김해·제주를 제외한 나머지 11개 공항은 모두 적자 상태다. 2023년 기준으로 총 1449억 원의 적자가 발생했다. 대구국제공항 40억 원, 청주국제공항 122억 원, 무안국제공항 253억 원, 양양국제공항 211억 원, 울산공항 195억 원, 여수공항 189억 원, 사천공항 76억 원, 포항경주공항 163억 원, 군산공항 58억 원, 원주공항 56억 원, 광주공항 86억 원에 이른다.

비행기는 뜨지 않고, 적자는 국민 세금으로 메워진다. 이미 운영 중인 공항조차 제대로 활용되지 않고 있는데도 정부는 또다시 새로운 신공항 건설을 밀어붙이고 있는 기형적인 모순이다. 현재 건설 중이거나 추진 중인 신공항만 해도 무려 10곳이다. 총합 약 24조4818억 원에 달하는 막대한 혈세가 투입될 예정이다. 이는 적자 운영 중인 기존 공항의 구조조정이나 교통망 확충이 아닌, 또 다른 혈세 낭비로 이어질 수밖에 없다.

더 심각한 문제는 안전이다. 새만금과 가덕도는 세계 철새 이동 경로의 핵심 지점이다. 공항 예정지와 철새 서식지가 겹치며 조류 충돌 위험은 폭발적으로 증가한다. 전문가 분석에 따르면 가덕도 신공항은 무안공항보다 약 246배, 새만금 신공항은 무려 약 600배 조류 충돌 위험이 높다. 활주로는 존재 자체만으로도 언제든 참사를 불러수 있다. 죽음의 덫인 셈이다. 그럼에도 정부는 지역 개발과 정치적 이해관계를 내세워 위험을 축소하거나 무시하고 있다. 그러나 국가의 존재 이유는 국민의 안전과 생명을 지키는 데 있다. 안전을 담보하지 못하는 공항 건설은 그 자치로 국가 책임의 방기다.


공항은 새만금만의 문제가 아니다. 부산에서는 가덕도 신공항 백지화를 요구하며 활동가가 대통령실 앞에서 약 60여일 동안 1인 시위를 이어가고 있다. "가덕도는 공항이 아니라 생명"이라는 손팻말은 서울 용산의 아스팔트 위에서 꿋꿋이 서 있다. 제주에서는 이미 10년째 이어진 제2공항 반대 투쟁이 있다. 7월 말부터 8월 초까지 진행된 2025 제주 생명평화 대행진이 이어졌다. 새만금신공항백화공동행동은 전북지방환경청 앞에서 1270일 넘게 농성이 이어지고 있다.

프랑스는 2023년부터 2시간 30분 이내 기차로 이동 가능한 국내선 항공편을 금지했다. 기후위기 대응을 위해 단거리 항공을 줄이고 철도로 대체한 것이다. 반면 한국은 서울에서 부산·대구·광주까지 KTX로 2시간 남짓이면 갈 수 있음에도 여전히 항공편을 유지하고, 심지어 더 많은 공항을 짓겠다고 한다. 필요한 것은 더 넓은 활주로가 아니다. 더 촘촘한 철도망과 탄소 감축을 위한 교통 정책이다. 적자 공항은 통합·구조조정을 통해 정리하고, 신공항 계획은 전면 재검토해야 한다. 그것이야말로 미래 세대에게 부끄럽지 않은 선택이다.


새·사람 행진단은 매일 길 위에서 땀을 흘린다. 부족함은 나눔으로 채워지고, 길 위의 죽음은 생명의 소중함을 새기게 하며, 파랑새의 날갯짓은 희망을 남긴다. 활주로가 아니라 생명을 더 남길 각오들이 모인 자리다. 갯벌을 지키기 위한 일이다. 갯벌은 수천만 마리의 새들이 쉬어 가는 집이고, 바다 생명의 젖줄이며, 인간에게도 기후위기를 막아내는 거대한 방파제다.

 출발전 준비운동과 이야기를 나누는 시간을 가지고 있다.
▲ 출발전 준비운동과 이야기를 나누는 시간을 가지고 있다. 새민금신공행백지화공동행동

활주로를 짓는 것은 미래를 포기하는 선언이다. 지역 개발의 구호 뒤에 숨어 있는 정치적 이해관계와 토건 이익만을 따르겠다는 선언이다. 새와 사람이 공존하는 생명의 길을 택해야 한다. 새만금 신공항 건설을 막아내려는 이 행진은 단지 한 지역의 싸움이 아니다. 그곳은 대한민국이 어떤 미래를 선택할 것인가를 묻는, 우리 모두의 싸움이다. 세종보 농성장을 찾은 새사람행진단과 교류하며 생명의 가치를 함께 지키는 연대를 느낀다.

 세종보 농성장에서 잠시 이야기를 하는 모습
▲ 세종보 농성장에서 잠시 이야기를 하는 모습 새민금신공행백지화공동행동
#새만금 #신공항 #백지화 #공동행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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