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청소년들의 정신 건강이 위기 수준에 이르렀다는 우려가 커지고 있다. 교육부 조사에 따르면 청소년 10명 중 4명이 우울감이나 불안을 호소하며, 자살은 여전히 청소년 사망 원인 1위로 꼽힌다. 특히 대치동과 같은 이른바 '학군지'에서는 과도한 경쟁으로 인해 정신건강의학과를 찾는 청소년이 늘어나고 있다. 초등학교 저학년부터 치르는 이른바 '7세 고시', 집중력을 위해 처방받는 ADHD 약물, 급변하는 고교학점제까지 교육 환경의 압박은 갈수록 커지고 있다. 이는 단순한 개인 문제가 아닌 사회적 구조에서 비롯된 위기이다.
청소년 정신 건강 문제는 어제오늘의 일이 아니다. 청소년복지지원법은 상담 실시 규정을 두고 있으나, 이는 '할 수 있다'에 그쳐 실효성이 떨어진다. 학교 내 Wee 클래스도 담당 교사가 1명뿐이라 수백 명 학생들의 정신적 어려움을 감당하기 어렵다. 자퇴 숙려제 또한 운영되고 있지만, '문제아들이 이용한다'는 부정적 인식이 퍼져 제대로 기능하지 못하고 있다. 결국 현행 제도는 청소년 정신 건강을 뒷받침하기에는 턱없이 부족하다.
이에 장곡고 사회탐구 동아리 '사이'는 청소년들이 건강한 학창생활을 누릴 수 있도록 다음과 같은 세 가지 정책을 제안한다.
첫째, 정신 건강 검진 의무화다. 현재 학생들은 신체 건강 검진만 정기적으로 받고 있으나, 정신 건강은 뒷전으로 밀려 있다. 정기 검진에 정신 건강 평가를 포함한다면 학생들의 어려움을 조기에 발견할 수 있으며, 전문 상담 및 치료로 연계할 수 있다. 이는 단순한 질병 진단이 아니라, 학생들이 스스로 자신의 상태를 인식하고 예방할 수 있는 출발점이 될 것이다.
둘째, 자퇴 숙려제의 개선이다. 현재 숙려제를 통해 자퇴를 번복하는 학생은 30%에도 못 미쳐 제도의 효과가 미약하다. 하지만 자퇴 고민은 대부분 순간적인 심리적 어려움에서 비롯된다. 이때 전문가의 상담과 제도적 지원이 병행된다면 회복 가능성은 충분하다. 따라서 상담을 의무화하고, 제도의 이름을 '숙려제'에서 '휴학제'로 바꿔 부정적 낙인을 줄여야 한다. 이는 청소년이 자퇴 대신 재정비와 회복의 기회를 택할 수 있도록 돕는 장치가 될 것이다.
셋째, 정신 건강 교과목 신설이다. 현재 일부 학교에서 캠페인이나 영상 교육이 이루어지고 있으나 학생들은 대체로 형식적인 활동으로 치부한다. 정신 건강도 신체 건강처럼 꾸준한 관리와 교육이 필요하다. 따라서 '마음과 건강'과 같은 정규 과목을 개설해 청소년이 일상에서 자신의 감정을 점검하고 대처 방법을 배우도록 해야 한다. 해외에서는 이미 학교 교육 과정 안에 정신 건강 수업을 포함한 사례가 적지 않다. 한국도 예방 중심의 체계적 교육이 시급하다.
청소년의 정신 건강은 한 개인의 문제가 아니라 사회 전체의 과제다. 학생들이 무너질 때까지 방치한 뒤 뒤늦게 대응하는 방식으로는 위기를 극복할 수 없다. 지금 필요한 것은 형식적인 제도가 아니라 실질적인 정책이다. 청소년들이 마음 놓고 웃으며 배우고 성장할 수 있는 학교, 바로 그 토대를 마련하는 것이 우리 사회의 책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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