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왜가리가 사냥하는 모습
이경호
하지만 2017년 세종보 수문이 완전 개방된 후, 강물이 본래의 흐름을 되찾으면서 강바닥의 모래톱이 다시 드러났고, 얕은 여울도 되돌아왔다. 물길을 되찾은 강에는 다시 흰수마자와 미호종개가 돌아왔고, 쇠제비갈매기와 흰목물떼새도 예전처럼 모래밭에 둥지를 틀기 시작했다.
천막 농성장은 인간에게는 불편한 투쟁의 흔적일지 모르지만, 강의 자연성을 지켜낸 최후의 보루 같은 공간이다. 이 작은 보루가 왜가리가 살아갈 수 있는 공간을 보전했다. 아이러니하게도 '침입자' 같았던 농성장이 바로 왜가리의 삶을 지켜낸 셈이다.
왜가리의 모습은 우리에게 많은 이야기를 건넨다. 옛사람들이 논과 개울가에서 왜가리를 바라보며 인내와 기다림의 덕목을 배웠듯, 오늘의 우리는 불어난 물이 만들어낸 장면 속에서 공존의 의미를 다시 생각한다. 사람과 자연이 대립하는 것이 아니라, 함께 숨 쉬고 서로의 삶을 지켜주는 관계임을 깨닫는다.
깊은 밤 농성장 곁에서 목격한 어린 왜가리의 사냥은 단순한 풍경이 아니었다. 그것은 우리가 왜 강을 지켜야 하는지, 왜 농성을 이어가야 하는지를 다시금 보여주는 장면이다. 우리가 지켜내려는 것은 단지 물줄기가 아니라, 그 물줄기 속에서 자라나는 생명과 그 생명과 함께 살아가는 우리의 미래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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