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참가자가 ‘매년 3조 마리의 바다동물들이 죽어간다’는 경고 문구가 적힌 피켓을 들고 있다. 피켓 속 사진에는 어획망에 걸린 물고기들이 담겨 있다
임정우
이번 27일 서울 광화문에서 한국비건채식협회와 기후위기비건행동, 한국비건연대, 비건세상을위한시민모임, 한국채식연합 등 단체들이 광화문 이순신 동상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꽃게를 비롯한 바다동물에 대한 학대를 중단하고 비건 채식을 실천할 것을 촉구했다. 현장에서는 성명서 낭독과 피켓팅, 퍼포먼스가 진행되며 시민들에게 "동물은 음식이 아니다"라는 메시지를 전했다.
특히, 이날 단체들은 물고기를 '고기'가 아닌 살아있는 존재로 인식하기 위해 '물살이'라는 표현을 사용하자고 강조했다.
꽃게와 '산채 요리'
단체들은 최근 꽃게 철을 맞아 시장과 마트에서 살아있는 꽃게가 대량으로 거래되는 과정에서 드러나는 문제를 지적했다. 꽃게를 톱밥에 묻어두거나 얼음 위에 묶어 장시간 보관하는 방식, 간장·양념장에 산 채로 담가 서서히 죽이는 조리법 등은 모두 극심한 고통을 수반한다는 것.
한국비건채식협회 이원복 회장은 이날 "소, 돼지, 닭 같은 육지 동물의 고통은 쉽게 인정하면서도 수생동물, 이른바 '물살이'가 고통을 느낀다는 사실은 사회적으로 잘 알려져 있지 않다"고 말했다. 그는 "꽃게, 가재, 새우 같은 갑각류와 오징어, 문어 등 연체류 역시 과학적으로 고통을 느끼는 존재라는 것이 정설"이라며 "산 채로 끓는 물에 넣거나 생선회의 이름으로 산 채로 살점을 도려내는 행위는 분명한 학대"라고 강조했다.

▲비건단체 회원들이 광화문 광장에서 ‘바다동물도 고통을 느낀다’는 문구가 적힌 피켓을 들고 가재, 문어, 꽃게 등 다양한 바다동물이 등장하는 피켓에는 ‘GO VEGAN’이라는 구호가 강조돼 있다.
임정우
"비건 채식, 육지 동물 넘어 바다동물까지"
단체들은 한국 사회에서 채식이 점차 확산되고 있는 점은 긍정적으로 평가하면서도, 여전히 '페스코 베지테리언(pesco-vegetarian)'처럼 바다동물을 섭취하는 채식 형태가 많다는 점을 지적했다.
채식에도 여러 단계가 있다. 페스코 베지테리언은 육지 동물의 고기는 먹지 않지만 생선이나 해산물은 섭취하는 형태를 말한다. 락토오보 베지테리언(lacto-ovo vegetarian)은 고기는 먹지 않되 달걀이나 우유 같은 동물성 부산물은 허용한다. 가장 엄격한 형태가 비건(vegan)으로, 고기·해산물뿐만 아니라 유제품, 달걀, 심지어 꿀까지도 동물성 식품은 전혀 먹지 않는 방식을 뜻한다. 이번 기자회견에서 강조된 '비건 채식'은 바로 이 마지막 경우로, 동물을 죽이거나 해치지 않는 식생활을 의미한다.
이 회장은 "비건 채식은 소, 돼지, 닭을 먹지 않는 데서 그치는 것이 아니라 바다동물까지 포함해야 일관성을 가진다"며 "생명 존중뿐만 아니라 건강을 위해서도 바다동물을 섭취하지 않는 것이 필요하다"고 설명했다. 그는 앞으로도 협회가 "홍보와 캠페인을 통해 비건 채식의 의미와 바다동물의 고통을 알리겠다"고 밝혔다.
비건 확산의 걸림돌로는 사회적 시선과 인프라 부족이 꼽혔다. 이 회장은 "채식을 한다고 하면 곱지 않은 시선을 받거나 불필요한 방해를 받는 경우가 많다. 또한 비빔밥조차 양념에 고기 가루나 국물에 멸치가 들어가는 등 철저한 비건 채식을 하기 어려운 것이 현실"이라고 말했다. 다만 최근 식당과 카페에서 비건 메뉴가 조금씩 늘어나고 있다는 점에서 "앞으로 점차 확대될 것"이라는 기대도 내비쳤다.

▲한국비건채식협회 이원복 회장이 꽃게 사진이 담긴 피켓을 들고 있다. 피켓에는 ‘가재와 문어도 고통을 느낀다, GO VEGAN’이라는 문구가 적혀 있다.
임정우
물고기 아닌 '물살이'
이날 기자회견에서는 '물고기' 대신 '물살이'라는 표현을 사용하자는 언어적 운동도 강조됐다. 이 회장은 "예전에는 무의식적으로 '물고기'라고 표현했지만, 이는 물에 사는 동물을 곧 고기라는 전제로 보는 말"이라고 지적했다. 그는 "나는 그들을 한 번도 고기나 음식으로 생각한 적 없는데 무심코 그런 표현을 썼다는 사실에 놀랐다"며 "습관처럼 쓰이는 동물 비하 표현을 바꿔나가야 한다"고 말했다.
기자회견을 주최한 단체들은 성명을 통해 "바다동물도 인간처럼 고통을 느낀다. 동물 학대를 멈추고 동물을 해치지 않는 비건 채식을 실천해야 한다"고 밝혔다. 이어 "동물억압과 착취 없는 사회로 가는 길은 결국 비건 채식뿐"이라고 거듭 촉구했다.

▲이순신 동상 앞에서 펼쳐진 기자회견 현장. 참가자들이 ‘바다 동물도 고통을 느낀다’는 대형 현수막을 펼치고, 꽃게와 문어 사진이 담긴 피켓을 들어 보이고 있다.
임정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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