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재개발이라는 이름으로 도시의 기억과 서민의 삶이 지워져 가는 현실을 묵묵히 보고만 있어야 하는 시대적 현실이 안타깝다.
정남준
부산 남구 용호동. 주변 고층 아파트 옥상에서 내려다본 마을은 파란 지붕들이 바다처럼 이어져 있다. 규칙적으로 펼쳐진 풍경은 한 장의 거대한 직물 같지만, 그 안에는 수십 년을 살아온 이웃들의 이야기가 고스란히 담겨 있었다. 그러나 이곳은 일부 블럭을 제외하고는 이제 더 이상 존재하지 않는 마을 풍경이다. 재개발의 이름으로 허물어지고, 그 자리에 고층 아파트가 들어서면서 삶의 흔적은 흔적조차 남기지 못했다. 지붕 위에 덮인 방수포는 낡은 주거 환경의 무게를 증명했고, 빼곡히 들어찬 집과 골목은 서민들의 일상을 증언했다.
사진 속 풍경은 아름다우면서도 쓸쓸하다. 정돈된 질서 뒤에는 철거를 기다리던 삶의 불안과 도시 개발이 가져온 불평등의 그림자가 겹쳐져 있기 때문이다. 골목에서 어디론가 떠나기 위해 대기중인 흰색 자동차들은 이 동네를 떠나야 했던 이들과 새로 들어설 삶의 간극을 상징적으로 보여준다. 용호동의 푸른 지붕 마을은 사라졌지만, 사진은 말없이 묻는다. "도시는 누구의 삶을 지워가며 성장하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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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 사실을 기록하는 다큐멘터리 사진가로서, 드러나지 않은 삶과 소외된 이들의 희망을 세상에 전하고자 합니다. 사실 속에서 진실을 찾아가는 그 긴 여정에 함께하고자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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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 푸른 지붕 아래 사라진 삶, 용호동 재개발의 초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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