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방생을 진행하고 있는 모습
대전야생동물구조관리센터
해외 사례는 우리에게 또 다른 길을 보여준다. 1990년대 일본 본토 도시들 역시 대규모 백로 서식지로 인해 민원이 폭발했다. 일본 본토는 사살과 포획을 통한 개체군 조절을 시도했지만 실패했다. 반대로 홋카이도는 인공둥지 설치와 서식지 유도, 천적을 통한 개체 수 조정 등 소위 자연을 기반으로 해결하고, 장기 모니터링 등 공존의 방식을 택했다. 미국 일부 도시는 아예 인공 둥지를 만들어 번식지를 유도하며 주민 불편을 해소화하는 방법으로 성공했다. 해법은 단순했다. 없애는 대신 옮기고, 관리하고, 함께 사는 것이다.
대전 역시 전환의 실마리를 손에 쥐고 있다. 카이스트 학생들과 환경단체들이 함께 진행 중인 시민과학 모니터링은 번식 시기, 개체군 규모, 이동 패턴을 데이터로 남기고 있다. 이 데이터는 행정이 언제, 어디서, 어떻게 개입해야 하는지 과학적 근거를 제공할 수도 있다. 일본과 미국의 사례를 현장을 지키고 있는 시민들과 함께 시도해 보고 향후 모니터링을 진행할 수 있다. 큰 비용 없이도 효과는 충분히 크다.
중요한 것은 '시간'과 '절차'다. 백로 번식기(4월~9월)에 대규모 벌목이나 수목 정비를 피하는 것은 기본 상식에 가깝지만, 현실은 민원 압박과 예산 집행 논리에 밀려 무시되는 경우가 많았다.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주민과의 신뢰다. 주민 불편을 단순히 '참아 달라'고 요구하는 것은 공존의 해법이 아니다.
불편을 최소화하는 생활밀착형 조치인 이동형 세차 지원, 보행로 차양 설치, 쓰레기·분변 청소 주기 확대는 주민 체감 만족도를 높일 수 있다. 여기에 모니터링 데이터를 주민에게 투명하게 공개하고, 참여형 의견 수렴을 제도화하면 '함께 푸는 문제'라는 공감대가 형성된다. 공존은 설계이자 서비스의 문제라는 사실을 잊지 않아야 한다.
이번에 하천으로 돌아간 34마리의 백로는 단순히 한 번의 방생 행사를 넘어, 도시와 자연이 어떤 방식으로 공존해야 하는지를 묻고 있다. 구조와 치료, 방생은 '사후'의 최선이다. 더 나은 도시는 '사전의 상식'을 통해 자연과 만난다. 선화초 숲에서 시작된 아픔을 대동천 합류부의 희망으로만 기억할 수는 없다. 그 사이의 3개월은 단순히 새들의 회복 기간이 아니라, 우리 사회가 무엇을 배워야 하는지 점검하는 시간이어야 한다.
하늘을 날아간 백로들의 다리에는 작은 노란 가락지가 걸려 있다. 그것은 단순한 표식이 아니라, 이제부터 우리가 이들을 지켜주겠다는 약속이다. 내년, 그 다음 해에도 그 노란 가락지를 단 백로들이 대전천 하늘을 가로지른 모습을 볼 수 있기를 바란다. 대전환경운동연합과 대전충남녹색연합은 가락지를 단 백로에 대한 지속적인 모니터링을 이어갈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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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란 가락지 단 백로들, 다시 하천으로... 이런 사연이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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