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편의점 내부에 설치된 CCTV 모습 "어떤 이유로도 절도는 정당화될 수 없다" 법적 처벌은 마땅하다.
박승일
지난 27일 저녁 지구대 다른 팀에서 근무하는 후배 경찰관이 전화를 해왔다. 지난주 발생한 편의점 절도 사건 범인이 자수를 하러 지구대에 왔다는 것이다. 당시 상황을 정리해보면 이랬다.
"죄를 지어서 자수하려고 왔습니다."
"무슨 말씀이죠?"
"일주일 전에 A 편의점에서 물건을 훔쳐서 도망갔었습니다."
"송파구 초등학교 옆 편의점 말하는 건가요?"
"네, 맞습니다. 죄송합니다. 죽을죄를 지었습니다."
"왜 그러셨어요?"
"지금 일용직으로 일하면서 고시텔에서 지내고 있습니다. 일당 지급이 미뤄지고 돈도 떨어져서 나쁜 생각을 했습니다. 잘못했습니다."
"그렇다고 편의점에서 물건을 훔치는 건 잘못됐죠."
"며칠 동안 진짜 양심의 가책을 많이 느꼈습니다. 지나가는 순찰차만 봐도 나를 잡으러 오는 것 같고 무서웠습니다. 진짜 죄송합니다."
"자수 진술서 한 장 작성해 주세요."
"알겠습니다. 진짜 잘못했습니다."
"그래도 이렇게 오시길 잘하셨어요. 나중에 처벌 받는데 정상참작이 될 겁니다."
돈이 없어 먹을 것을 훔치는 현실, 범죄는 해답이 아니다
후배 경찰관은 그 남성을 보자마자 CCTV 영상 속 사람과 똑같아서 바로 알아봤다고 했다. 남성은 자신의 범행 사실 모두를 인정했다. 그리고 진술에도 거짓이 없는 듯 했다는 것이다. 결국 형사계에 해당 남성을 인계하고 사건은 모두 마무리됐다. 다행이었다.
첫 신고를 받고 CCTV를 확인했을 때부터 나는 상습범일 가능성을 떠올렸다. 하지만 자수를 선택한 그의 사정은 조금 달랐다. 배고픔과 생활고가 범행의 동기가 되었던 것이다. 사실 그 부분은 전혀 생각하지 않았다.
나는 처음부터 단순히 절도범을 검거해야 한다는 생각 뿐이었다. 그 이상 이하도 아니었다. 그런데 후배와 통화가 끝나고 문제가 해결됐다는 기쁨보다 먹먹한 기분이 들었다. '아직도 우리나라에서 돈이 없어서 먹거리를 훔치는 사람들이 있나?'라는 생각 때문이었다. 그리고 단순히 절도범을 잡겠다는 생각만 한 것은 아닌가 싶었다.
편의점 절도 사건은 경찰이 반드시 끝까지 추적해 검거해야 한다. 당연한 말이다. 범인은 반드시 잡히고, 법적 책임도 피할 수 없다. 그러나 그 이면에는 여전히 우리 사회의 사각지대가 숨어 있는지도 모른다. '돈이 없어 먹을 것을 훔치는 현실' 말이다.
다시 한번 말하지만, 범죄는 결코 정당화될 수 없다. 하지만 생활고나 일용직의 불안정한 삶 속에서 순간적으로 잘못된 선택을 하는 사람들이 여전히 있다는 사실이 씁쓸하다. 우리 사회에서 '왜 이런 일이 반복되는가'는 고민해 볼 필요가 있다.
범죄를 예방하는 가장 확실한 방법은 철저한 단속과 처벌이다. 동시에, 최소한 먹고사는 문제로 범죄에 내몰리지 않는 제도적 안전장치와 사회적 관심도 필요하다. 경찰의 순찰 활동이 범죄를 막는 것처럼, 사회적 제도가 더 큰 범죄를 예방하는 울타리가 될 수 있다는 점이다.
또한 이번 사례처럼 편의점 절도는 반드시 추적 되고, 결국 잡히게 되어 있다. 순간의 선택이 인생 전체를 흔들 수 있다. 어떤 어려움에 부닥쳐도 절대로 범죄 행위는 안 된다. 사회의 도움을 받을 수 있는 방법을 찾아야 한다. 결코 범죄는 해답이 아니라 더 큰 불행의 시작이라는 점을 명심해야 한다.
저작권자(c) 오마이뉴스(시민기자),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오탈자 신고
댓글4
서울지방경찰청에 근무하고 있으며, 우리 이웃의 훈훈한 이야기를 쓰고 싶은 현직 경찰관입니다.
기사를 스크랩했습니다.
스크랩 페이지로 이동 하시겠습니까?
연도별 콘텐츠 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