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봉댐 “닭목령과 삽답령에서 합류하는 물줄기를 내려다보는 산허리 풍경, 계곡의 물길과 산세가 한눈에 들어온다.”(2025/8/29)
진재중
가뭄은 하늘이 준 재난, 물 부족은 사람이 만든 재난
강릉이 기록적인 가뭄 속에서 제한급수를 시행하는 동안, 불과 60㎞ 떨어진 속초는 안정적인 급수를 유지하고 있다.
속초는 과거 여름철마다 물 부족을 겪으며 1990년대 이후 8차례나 제한급수를 경험했다. '물 부족 도시'라는 오명을 안고 있던 속초는, 반복된 위기 속에서 근본적인 해결책을 선택했다.
설악산 쌍천 계곡에 지하댐을 건설해, 모래층 속에 숨어 있던 물을 저장하는 방식이다. 1998년 첫 지하댐이 건설된 데 이어 2021년 제2지하댐까지 세워지면서, 속초는 극심한 가뭄에도 최소 3개월 이상 버틸 수 있는 비상 식수원을 확보하게 되었다.
속초시는 지하댐 건설 외에도 지하수 개발, 관로 확충, 노후 수도관 교체 등 종합적인 수자원 관리를 병행했다. 세심한 관리를 통해 하루 2000톤에 달하는 누수를 줄이고 유수율을 크게 높였다. 덕분에 올여름 가뭄 속에서도 제한급수는 단 한 차례도 없었으며, 오히려 '물 축제'를 개최해 관광객을 유치하는 여유까지 보였다.
속초 사례가 주는 교훈은 명확하다. 물 문제는 단순히 강수량에만 좌우되지 않는다. 같은 동해안, 비슷한 기후 조건에서도 어떤 도시는 갈증에 시달리고, 다른 도시는 여유를 보이는지는 결국 준비와 투자에 달려 있다. 즉, "가뭄은 하늘이 주는 재난이지만, 물 부족은 사람이 만드는 재난"이라는 말처럼, 속초는 재난을 막는 힘이 사람의 선택과 의지에 달려 있음을 보여준다.
전문가들은 물 문제가 단순한 자연재해가 아니라 충분히 예측 가능한 위기라는 점에서 강릉 상황이 더욱 심각하다고 지적한다. 윤중경 전 한국국민안전산업협회 회장은 29일 기자와의 통화에서 "동해안 도시는 30여 년 전부터 물 부족 문제를 반복적으로 겪어왔지만, 대응은 늘 임시방편에 그쳤다. 해마다 위기를 겪고도 시간이 지나면 잊혀지는 문제로 치부해 왔다"며 "이제는 종합적이고 지속 가능한 대책 마련이 절실하다"고 강조했다.
그는 이어 "물 부족은 동해안 도시들이 공통적으로 안고 있는 구조적 문제이며, 기후 변화로 상황은 더욱 심각해질 수밖에 없다. 속초는 과거 위기를 계기로 대응 시스템을 구축했지만, 강릉은 여전히 논의만 반복하는 수준에 머물러 있다"고 비판했다.
유종현 서울대 환경대학원 교수도 "강릉뿐 아니라 동해안 지자체들은 이미 오래전부터 물 정책을 준비했어야 했다"며 지형적 특수성을 지적했다. 그는 "백두대간을 축으로 동해로 흐르는 물은 급경사를 이루어 저장 기능이 떨어진다. 따라서 지하댐이나 저수지를 조기에 확보했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강릉지역은 해안까지 짧은 유로와 급한 경사로 인해 기존 댐과 하천만으로는 추가 수자원 확보가 어렵다. 전문가들은 오봉저수지와 같은 특정 시설에 집중된 의존 구조를 벗어나야 하며, 안정적인 물 공급을 위해 기존 저수지 확대와 함께 새로운 수자원 확보 방안, 특히 지하댐 도입이 유망한 대안이 될 수 있다고 제시한다.

▲속초시 “설악산과 청초호가 어우러진 속초 전경, 도시와 자연이 조화를 이루는 풍경이다.”
진재중

▲설악산 속초는 설악산 자락에서 내려오는 쌍천에 지하댐을 건설 물부족을 해결하고 있다
진재중
"강릉, 반복된 물 부족 위기… 지하수댐·정수장 현대화로 대비"
시는 하루 1만8000t의 생활용수를 공급할 수 있는 연곡 지하수저류댐 설치를 추진하고 있다. 이번 공사는 총사업비 250억 원을 들여 오는 2027년까지 준공할 예정이다. 시는 또 사업비 497억 원을 들여 노후된 연곡정수장 현대화 사업도 추진한다.
지난해 9월 확정된 연곡정수장 현대화 사업은 올 하반기 실시설계용역에 착수해 오는 2029년 준공을 목표로 하고 있다. 현대화 사업이 이뤄지면 하루 1만4800t의 생활용수가 안정적으로 공급될 전망이다. 문제는 현재, 강릉시 생활용수의 90% 가까이가 오봉저수지에 의존하고 있다는 사실이다. 기후위기로 가뭄이 반복되고 저수율이 급격히 떨어지면, 언제든 공급이 끊길 수 있다. 관광객과 주민 모두가 동시에 고통을 겪는 최악의 상황, '물 재난'이 현실로 닥칠 수 있는 것이다.

▲강릉 연곡천 강릉시는 물부족 대체방안으로 연곡천에 연곡 지하수저류댐 설치를 추진하고 있다.
진재중

▲연곡천 오대산과 소금강에서 흐르는 수량이 풍부해 강릉시에서 지하댐을 건설을 추진 중에 있다
진재중
"강릉 물 부족, 행정과 시민이 함께 나서야 하는 생존의 문제"
강릉의 물 부족 사태가 장기화되면서, 행정의 책임뿐 아니라 시민의 역할을 강조하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단순히 시정을 비판하는 수준을 넘어, 지속 가능한 수자원 정책과 인프라 확충에 시민이 적극적으로 참여해야 한다는 것이다. 또 국민과 정부가 함께 절약 정신을 실천하고 친환경적인 대체 수자원 개발을 서둘러야 한다.
윤중경 회장은 "물은 공급과 수요가 균형을 이루어야 하지만, 공급에는 한계가 있고 시민들의 물 사용 의식은 여전히 미약하다"며, 시민들이 물을 '우리의 소중한 자산'으로 인식하고 인식 전환에 나서야 할 시점이라고 강조했다.
임승달 박사는 물 부족을 단순한 자연재해가 아니라 준비하지 않은 사람이 만든 재난이라고 규정하며, 강릉시는 더 이상 과거의 실수를 반복해서는 안 된다고 지적했다. 그는 "행정은 책임을 인정하고 근본적인 변화에 나서야 하며, 그렇지 않다면 '물 부족 도시'라는 오명을 벗기 어렵다"고 덧붙였다.
관광도시 강릉에게 있어 물 관리는 단순한 행정 과제가 아닌 생존 문제다. 도시의 미래와 시민의 일상을 지키기 위해서는, 행정과 시민이 함께 참여하는 지속 가능한 수자원 관리와 인식 전환이 필수적이다.

▲강릉시와 경포호수 “호수와 바다, 산과 문화가 어우러진 강릉, 풍부한 자연과 관광 매력으로 찾는 이들을 사로잡는 동해안 명소다.”
진재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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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역대 최악의 위기' 강릉 물 부족, 30년 전부터 예견된 일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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