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이재명 대통령이 25일(현지시간) 미국 워싱턴 DC 백악관 오벌오피스에서 열린 한미정상회담에서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 악수하고 있다.
연합뉴스
일본 가서 다 정리했다?
더 큰 문제는 설사 그게 '전략'이라고 믿어주더라도, 대통령이나 고위관계자들의 말이나 행동에서 과거사 피해자들을 진지하게 바라보는 자세가 잘 보이지 않는다는 점이다.
이 대통령은 취임 이후 대형 참사 유가족들을 만나 위로하고 의견을 듣는 자리를 마련해 그들을 감동시켰다. 정치계, 학계, 종교계 인사는 물론 극우라고 불리우던 원로 언론인들까지 집무실로 불러 경청하고 소통하는 모습을 보여줬다. 지난주 전성환 경청통합수석은 이에 그치지 않고 앞으로 6주간 아리셀 참사에서 씨랜드 참사까지 10개의 사회적 참사 유가족들을 더 만나 의견을 듣겠다고 말했다. 정부가 참담하고 억울한 일을 당한 국민들을 만나는 것은 그 자체로 그들에게 큰 위안이 될 것이다.
그런데, 위성락 국가안보실장은 미국 순방을 떠나기 전 출입 기자들과의 간담회에서 '이 대통령이 (대형참사 피해자들처럼) 위안부나 강제동원 피해자들을 모셔 위로하고 의견을 들을 생각은 없냐'는 <오마이뉴스>의 질문에 "각계와의 많은 소통은 우리 정부가 중시하고 추진하는 일이기 때문에, 그런 맥락에서 살펴보겠다"고 말했다.
위안부나 강제동원 문제가 중요하고 긴급해서 만나는 게 아니라, '그냥 그들도 소통 대상이긴 하니까', '그런 맥락에서', '검토는 한번 해보겠다'는 걸로 들렸던 건 기자뿐이었을까. 해방 이후 80년 동안 일본측의 진심어린 사과 한마디만 듣고자 싸워왔던 과거사 피해자들이 겨우 그런 존재밖에 안되는가 되묻고 싶었다.
당선되기 불과 20일 전 세상을 떠난 이옥선 할머니를 추모하며 "역사적 사실 규명과 명예회복, 그리고 피해자 지원을 위해 노력하겠다"던 글을 올렸던 이 대통령은 이번 정상회담에서 '위안부 문제 때문에 한일관계가 어렵다더라'는 트럼프 대통령에게 "그래서 미리 일본에 가서 다 정리하고 왔다"고 말했다. 트럼프에게 점수는 땄을지 몰라도, 이 모습을 TV로 지켜본 할머니들은 어떤 마음일까.
이용수(97), 박필근(97), 강일출(97), 김경애(95)... 신원을 공개하지 않는 2명을 포함해 생존 위안부 피해 할머니들은 이제 겨우 6명 남았다. 곧 있으면 모두 100살이 넘어간다. 그런 가운데 강제동원 피해자인 '107세' 김한수 할아버지는 지난 6월 미쓰비시 중공업을 상대로 제기한 손해배상 청구 소송에서 이겨 1억 원의 배상금을 받게 됐다. 어떻게든 책임을 회피하려는 일본측의 고집 이상으로 반드시 응징하겠다는 피해자들의 집념은 끈질기다.
과거사에서도 성과를 내고 싶다는 말이 진심이라면, 피해자들을 먼저 만나는 데서부터 시작해야 하지 않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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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통 강조하는 이 대통령, 과거사 피해자들은 왜 안 만나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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