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세종보를 찾은 김성환 환경부 장관과 관료들
이경호
법무와 환경, 서로 다른 부처의 다른 현안이지만 구조는 닮았다. 장관이 개혁을 이끌어야 할 순간, 오히려 관료조직과 기득권 네트워크의 언어를 대변하는 듯 보이는 지점에서 개혁 동력이 꺾인다. 검찰이든 4대강이든, 신중론을 뒷받침하는 다양한 논리들이 마련되며, 이를 임명직 공직자들에게 학습시킨다. 결국 임명직 공직자는 정합성과 당위, 가치 개혁의 검토가 아니라 기득권 관료들의 관성의 다른 이름이 된다.
이 같은 구조를 떠받치는 핵심 축은 인사다. 정치에서 "인사가 만사"라는 말이 반복되는 이유도 여기 있다. 현 김성환 장관 체제에서 금한승 차관은 국립환경과학원장 등을 거친 30년 경력의 관료다. 안정감 있는 '정책통'이라는 평을 받지만, 4대강의 녹조가 문제 없다는 결과를 만들어낸 사람이다. 결국 4대강 관료로 개혁의 탄력을 떨어뜨릴 수 있는 인사다. 손옥주 물관리정책실장은 물관리정책의 핵심인사지만, 이명박 정권에서 4대강 사업에 부역한 기술관료이며, 4대강 사업을 옹호하고 찬성했던 인사다.
이 라인업은 곧바로 정책 속도와 맞물린다. 김성환 장관이 "강은 흘러야 한다. 세종보 재가동의 이유가 없다"를 천명했음에도, 실제 실행 단계에서는 공론화가 필요하다는 주장으로 개방 수준과 시기를 더 검토해야 한다는 결론으로 이끌어가고 있는 것이다. 단계적으로 확대하자는 접근을 제안 한다.
당장에 세종보 재가동 중단을 선언하고 문재인 정부에서 결정한 내용으로 복귀하여 실행하면 되는 일을 여러 핑계들을 들이대며 시간을 벌고 있는 꼴이다. 이재명 정부의 물관리 정책은 윤석열 정부의 4년차가 되어서는 안된다. 문재인 정부의 6년차로 시작해야하지만, 위에서 언급된 인사들은 윤석열 정부의 4년차로 만들고 있는 중인 것이다.
녹조 대응에서도 환경부는 2025년까지 '사전 예방·사후 대응·관리체계 강화'라는 종합 방안을 내놨지만, 근본적 수문개방과 유속을 확보하는 근본적 전환 없는 관리의 관리, 과거 정책의 재탕으로 마무리 되고 있다. 결국 아무것도 바뀌지 못한 녹조정책으로 여전히 4대강에는 녹조가 창궐하여 녹조라떼, 녹조죽이 강을 뒤덥고 있다. 청산가리에 6600배의 독을 만드는 녹조에 시민들의 노출시키는 위험한 정부로 남을 가능성이 높아지고 있다. 안전을 최우선하겠다는 이재명 정부의 방침에 정면으로 반기를 들고 있는 꼴이지만, 이를 개혁할 인사는 어디에도 없다.
인사, 조직문화, 정책선택은 한 몸처럼 움직인다. 특정 경험과 배경을 가진 인사가 정책 라인을 장악하면, 그 조직의 언어와 논리가 곧 정책의 속도와 범위를 규정한다. 이때 장관의 '신중론'은 실은 관료 집단의 관성을 번역한 말이 된다. 관료집단을 통제하기 위해서는 임명직 장관들이 용기가 필요하다. 잘못된 인사를 극복할 수도 있다. 그러기 위해는 전재가 필요하다.
극복할 만큼의 학습이 필요하고, 이를 실현할 정책을 스스로 만들어야 한다. 관료가 아닌 스스로 판단하고 집행할 수 있어야 한다. 또한, 현장의 목소리를 불편하더라도 들을 용기가 있어야 하며, 더 자주 들어야 한다. 그렇지 않으면 다시 관료집단의 말만 되풀이 하게 될 것이다.

▲ 세종보 농성장에서 환경부장관에게 설명하는 활동가
환경부
정치사에서 확인된 교훈은 단순하다. 잘못된 인사는 개혁 좌초와 권력 배신으로 이어진다. 정성호 장관이 하루 만에 발언 기조를 조정한 사건은 그 첫 번째 경고음이었다. 환경부 라인에서도 4대강 재자연화는 '원칙 합의 속도 지연 범위 축소'라는 전형적인 궤도를 밟을 위험이 크다. 실제로 일부 언론은 "보 해체 대신 상시 개방이 유력하다"는 전망을 내놓으며 기대치를 낮추고 있다.
결국 인사는 구호가 아니라 메커니즘이다. 장관이 어떤 인사를 곁에 두느냐에 따라, 개혁은 관료 조직을 뚫고 나아갈 수도, 그 안에서 질식할 수도 있다. 강을 죽이고, 국민도 죽이는 결과를 가져오는 것이다. 문제는 속도다. 녹조와 보 개방 실험, 모니터링 데이터는 매년 여름 단위로 누적된다. 금강과 낙동강이 또 한 해를 잃는다면, 그 대가는 어류·저서생태계에 그치지 않는다. 농업용수, 상수원, 지역경제 전체가 함께 치른다.
검찰개혁이 민주주의의 절차적 생명을 지키는 일이라면, 4대강 재자연화는 이 나라의 생태적 생명을 되살리는 일이다. 정성호 장관이 결국 당의 주도권에 물러선 것처럼, 김성환 장관의 신중론도 결국 관료 조직의 언어가 아니라 현장과 과학, 시민의 시간표로 번역돼야 한다.
이재명 정부 대통령실이 검찰개혁에는 발 빠르게 대응했다면, 4대강 재자연화에서도 같은 결단력을 보여야 한다. 생태환경 개혁은 단순한 정책 선택이 아니라 국민의 생존과 직결된 문제다. 대통령실이 속도감과 효능감을 분명히 보여주어야, 개혁이 '구호'가 아니라 '성과'가 된다. 강이 죽으면 국민도 죽는다. 강의 재자연화는 생존의 문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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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재명 정부 물관리 정책, 윤석열 정부 4년차가 되어서는 안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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