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청와대 사람들> 책표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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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책은 대통령이 아닌, 그를 둘러싼 사람들의 이야기다. 기자, 비서관, 경호원, 조리사, 청소노동자까지. 뉴스에선 절대 비치지 않는 얼굴들. 그들의 손길이 모여 청와대라는 '거대한 집'을 지탱한다. 대통령의 식탁에 올라가는 밥 한 공기, 회의실 불을 켜고 끄는 손길, 기자단의 새벽 브리핑, 이런 장면들은 '권력의 그림자' 가 아니라 '사람의 체온'을 전해준다.
책 첫머리에서 저자는 이렇게 쓴다.
"청와대는 대통령의 집이지만, 대통령만 사는 집은 아니다. 그곳은 수많은 사람들의 발자국으로 채워진다."
이 문장을 읽는 순간, 나는 한 장면을 그려보았다. "만약 내가 청와대 본관 앞에 서 있다면?" 파란 기와가 햇빛을 받아 더 푸르고, 경내에는 늦여름 바람이 분다. 누군가는 정원에 물을 주고, 또 다른 누군가는 회의실 의자를 닦고 있을 것이다. 그 사이사이, 기자단이 노트북을 치는 소리, 주방에서 국물이 끓는 소리가 겹친다. 책이 전해준 '숨은 소리'가 내 머릿속에서 살아 움직이는 순간이다.
저자는 '권력의 얼굴'이 아닌 '권력 곁의 사람들'을 이야기한다. 이를테면, 대통령을 수행하는 경호원의 하루는 어떤지, 만찬 메뉴를 짜는 셰프는 어떤 고민을 하는지, 회의장 뒤편의 작은 소동은 어떻게 흘러가는지. 책을 읽는 내내 '뉴스가 놓친 뒷장면'을 엿보는 즐거움에 빠졌다.
우리는 권력을 말할 때 늘 대통령을 떠올린다. 하지만 이 책은 그 질문을 뒤집는다. 대통령 옆에서 '그림자처럼 움직이는 사람들'의 하루는 어떤 모습일까.
"대통령을 수행하는 경호원은 그림자여야 한다. 존재하지만 보이지 않아야 한다."
이 문장을 읽고 나는 다시 상상했다. 청와대의 긴 복도, 대통령의 발걸음이 들리면, 보이지 않는 움직임이 시작된다. 문을 여는 사람, 보고서를 들고 뛰는 사람, 그리고 그 모든 장면을 카메라로 포착하려는 기자들. '권력의 무대 뒤'를 훔쳐보는 기분. 마치 연극 막이 오르기 전, 배우들이 분주히 의상을 갈아입는 모습을 본 것처럼 흥미롭다.
청와대 근처를 지날 때면 생각날 책
책을 덮고 나니 마음 한구석에서 이런 생각이 일었다.
'청와대는 열려 있었다. 그런데 나는 왜 가 보지 않았을까?'
윤석열 정부 시절, 2022년 5월 10일 이후 청와대는 전면 개방되어 시민들이 걸어볼 수 있는 공간이 되었다. 대통령 선거 이후 달라졌다. 일반인 관람은 2025년 7월 31일을 마지막으로 전면 중단되었고, 8월 1일부터는 관람이 임시 중단되었다. 나는 아직 그 담장을 넘어보지 못했다. 이번 책을 읽고 나니, 상상만으로만 걷던 그 길이 더욱 아쉽게 다가온다.
언젠가 청와대 근처를 지날 때면 이 책을 떠올릴 것 같다. 정원 길을 매일 돌보는 사람들, 경내를 지키는 경호원의 시선, 기자단이 브리핑을 받던 그 넓은 마당. 그리고 또 이런 생각도 들 것이다. "청와대 여기 저기엔 이름 없는 사람들이 지금도 자신의 일을 묵묵히 하고 있겠지. 그들의 손길이 공간을 지탱했지."
청와대는 더 이상 TV 속 전경이 아니다. 이제는 역사와 기억의 공간이다. <청와대 사람들> 은 화려함을 걷어낸 권력의 뒷모습을, 그리고 그 안에 깃든 '사람 냄새'를 들려주는 책이다. 권력은 사람을 압도하지만, 결국 권력도 사람으로 완성된다. 책은 그 사실을 조용히 일깨운다.
청와대 사람들 - 보이지 않는 곳에서 청와대를 받치는 사람들의 이야기
강승지 (지은이),
페이지2(page2), 20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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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과 영화를 읽고, 글을 씁니다.나이 들어가는 삶의 감각과 가족. 부부의 시간, 일상에서 건져 올린 생각들을 기록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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