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事必歸正 天網恢恢 혼돈은 길어도 바른 길은 반드시 돌아오고, 하늘의 그물은 헐거워도 불의는 결코 빠져나가지 못한다. 우리는 그 느린 정의를 믿으며, 스스로 바른 길을 준비한다.
이명수
이번 사태에서 가장 충격적인 것은 계엄령 자체가 아니었다. 더 뼈아픈 상처는 고위층 엘리트들의 태도였다. 명문 학력을 자랑하던 이들이 보여 준 행태는 실망을 넘어 환멸을 안겼다. 거짓과 위증으로 진실을 가리고, 자기 보신을 위해 동료를 희생시키는 모습은 국민의 기대를 짓밟으며 깊은 절망을 남겼다.
나는 오랫동안 이름난 대학 출신들에게 공익과 인류 봉사의 소명을 기대해 왔다. 하버드 대학교 정문에는 이런 문구가 새겨져 있다.
"들어갈 때는 지혜를 쌓기 위해, 나갈 때는 조국과 인류를 위해 봉사하기 위해."
그러나 현실은 정반대였다. 권력을 쥔 이들이 보여 준 것은 봉사가 아니라 카르텔의 이익 보호였고, 고위 법관들마저 국민의 눈높이와 동떨어진 판결로 불의에 눈감았다. 지성과 권력이 품어야 할 사명을 스스로 배반한 것이다.
특검 조사에서 드러난 고위 인사들의 태도는 그 배반의 실상을 적나라하게 보여 주었다. 앞뒤가 맞지 않는 진술, 노골적인 거짓, 책임 회피. 국민의 눈앞에서 벌어진 이 장면들은 단순한 개인의 추락이 아니라 제도와 윤리가 동시에 무너진 현실을 드러냈다.
묵묵히 제자리를 지키며 살아가는 평범한 국민의 눈에는 그것이 곧 절망으로, 분노로 각인되었다.
정의가 살아 있다는 증명

▲사필귀정 진실은 침몰하지 않고 반드시 빛을 본다.
이명수
내란을 주도하고 동조한 이들의 잘못은 반드시 밝혀져야 한다. 이번 특검은 단순한 수사가 아니라, 우리 사회에 정의가 살아 있음을 증명하는 시험대다. 불행한 시련이지만, 다시는 이런 일이 반복되지 않도록 법과 제도를 촘촘히 다듬는 계기가 되어야 한다.
예컨대 특검의 독립성을 강화하고, 고위 공직자의 이해충돌을 원천적으로 차단하며, 거짓 진술에 대해선 엄정한 형사 책임을 묻는 장치가 필요하다. 이는 국민의 신뢰를 회복하는 최소한의 조건이다. 국민이 바라는 행복은 화려한 권력이나 부가 아니다. 안전한 삶, 믿을 수 있는 관계, 양심 앞에 떳떳한 마음. 공동체가 이 가치를 지킬 때, 사람은 비로소 진정한 만족을 느낀다. 그 이름이 곧 '정의'다.
나는 오래도록 마음에 새겨온 구절을 떠올린다.
"천망회회 소이불루(天網恢恢 疏而不漏) 하늘의 그물은 넓고 성기지만 악을 빠뜨리지는 않는다."
세상은 더딘 듯 보이지만 반드시 선악을 가른다. 역사가 증명하듯 불의는 두텁게 쌓여도 끝내 무너진다. 우리가 겪는 이 격변과 진통은 결국 '정의의 시간'으로 귀결될 것이다. 그러나 그 시간은 누군가의 시혜가 아니다. 분노에만 갇혀 저주를 퍼붓는 대신, 제도와 윤리, 공동체 토대를 함께 다질 때 비로소 다가온다.
쑥부쟁이의 힘

▲쑥부쟁이꽃 쑥부쟁이의 그리움처럼, 정의는 늦어도 반드시 돌아온다.
이명수
나는 인문학적 사유를 글로 길어 올리겠다는 마음으로 이 연재를 이어가고 있다. 그러던 어느 날, 산책길에서 만난 쑥부쟁이가 발걸음을 멈추게 했다. 지루하게 이어지는 여름 끝자락, 들판에서 가장 먼저 가을을 알리는 소박한 보랏빛 꽃. 화려하지 않지만 바람에 흔들리는 그 꽃잎은 국민의 기다림과 그리움을 닮아 있었다.
쑥부쟁이의 꽃말은 '그리움'과 '기다림'. 전설에 따르면, 정의의 여신 아스트라이아의 눈물이 피워 낸 이 들꽃은 혼탁한 세상 속에서도 정의가 돌아오리라는 믿음을 전한다. 엘리트층의 화려한 겉모습과 달리, 쑥부쟁이는 소박하지만 진실한 국민의 마음을 담고 있다.
꽃을 볼 때마다 떠오르는 말이 있다.
"관화미심(觀花美心) 꽃을 보면 마음을 아름답게 하라."
가을 문턱의 작은 꽃은 분노를 가라앉히고 희망을 단정히 세우는 힘을 준다. 나는 글을 쓰며 내 안의 분노를 삼킨다. 그리고 조금이라도 바른 방향을 바라보려 애쓴다. 사필귀정의 시간은 반드시 온다. 쑥부쟁이처럼 소박하지만 강인한 국민의 저력은 이미 그 시간을 준비하고 있다. 그 믿음을 붙드는 것이 오늘을 견디는 힘이며, 내일을 밝히는 등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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월간 『문학 21』 3,000만 원 고료 장편소설 공모에 『어둠 속으로 흐르는 강』이 당선되어 문단에 나왔고, 한국희곡작가협회 신춘문예를 통해 희곡작가로도 데뷔하였다.
40년이 넘도록 출판사, 신문사, 잡지사의 편집자로 일하고 있다.
『철학하는 바보』『깨달음을 얻은 바보』『동방우화』『불교우화』『한국인과 에로스』『중국인과 에로스』 등의 저서가 있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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