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월요일 수요일 토요일
북파머스
책을 읽기 전에 먼저 읽은 사람들의 후기를 살펴보곤 한다. 독서 취향은 매우 다양하기 때문에 후기만으로 판단하기는 어렵지만, "한 편의 눈부신 영화 같은 소설. 올해 한 권만 읽어야 한다면 바로 이 책이다!"라고 확언하는 문장에는 마음이 움직이지 않을 수 없다.
책 <월요일 수요일 토요일>(2025년 8월 출간)의 출간 서사를 살펴보니, 단 22페이지의 원고로 오스트리아 지역 문학상을 수상하고, 독일 13개 출판사가 판권을 따내기 위해 치열하게 경합을 벌인 화제작이라는 엄청난 타이틀을 가지고 있다는 것도 알게 되었다. 독일과 오스트리아 독자들이 뜨거운 찬사를 보낸 소설을 호기심 가득한 마음으로 읽어 내려갔다.
작가 페트라 펠리나는 간호사로 수년간 일하며 쌓은 경험을 바탕을 이 소설을 집필했다고 한다. 작가는 병원에서 일하면서, 사람들이 자신의 시간을 어떻게 보내는지, 또 어떤 능력으로 삶을 살아가는지, 그리고 무엇이 인간을 인간답게 만드는지를 자주 묻곤 했다고 한다.
약한 존재를 보호하고 싶다는 작가 내면의 욕망이 담겨 있으면서 삶에 대한 존중과 인간의 존엄에 대한 예의를 이야기하는 소설, 섬세하고 다정하지만 묵직한 담론을 품고 있는 이 소설을 읽는 동안 저절로 마음이 겸허해지고 숙연해지는 감각을 경험했다.
죽는 것이 소원인 15세 린다, 가까운 곳에 사는 린다의 친구 케빈, 호숫가 야외 수영장에서 42년 동안 안전요원으로 일했었고 현재 치매를 앓고 있는 86세 노인 후베르트, 폴란드 출신의 섬세한 간병인 에바, 후베르트의 딸 나방 등 서로의 곁을 내어주는 사람들과의 연결과 연대와 이해가 소설 안에 그윽하게 깔려 있다.
책을 읽는 동안 후베르트가 앓고 있는 치매라는 무서운 병의 원인이 무엇인지 살펴보게 되었다. 노인성 치매란 정상적으로 생활해오던 사람이 65세 이후 다양한 원인에 의해 뇌기능이 손상되면서 이전에 비해 인지 기능이 지속적이고 전반적으로 저하되어 일상생활에 상당한 지장이 나타나고 있는 상태를 가리킨다. 치매는 전 세계적으로 65세 이상 노인에서 5~10% 정도의 유병률을 보이고 있고, 우리나라의 경우 약 8.2~10.8% 정도로 보고되고 있다(출처 : N 의학정보).
가족 중에 치매를 앓고 있는 환자가 있다는 지인들의 얘기를 자주 듣곤 한다. 치매 환자를 곁에서 돌보는 혹은 지켜보는 마음이 얼마나 아프고 고통스러운지 짐작할 수 있었다. 건강했던 시절의 모습을 떠올리며 현실을 부정한다고 해서 치료될 수 있는 병이 아니라는 것을 알지만, 자꾸 바로잡으려고 하는 과정에서 마음이 무너져 내린다고 말한다. 겪어보지 않은 사람으로서 감히 돌봄의 무게를 가늠할 수는 없다. 그러나 이 소설 속에서 린다가 후베르트를 대하는 태도는 다르다는 것을 알 수 있었다.
후베르트의 24시간 간병인 에바가 잠시 숨을 고를 수 있도록 일주일에 세 번(월, 수, 토) 후베르트를 찾아가 돌봐주었던 린다는 "할아버지 말이 그냥 맞다고 하면 돼요"라고 말한다. 누군가를 가르치려 들거나 바꾸려 하지 않고 있는 그대로 받아들이려는 열다섯 살 소녀의 마음을 보며 놀라운 통찰을 배웠다.
치매 노인을 돌본다는 것은 인내심과 한계와 슬픔을 통과하는 일일지도 모르겠다. 그러나 열다섯 살의 린다가 후베르트를 대하는 태도는 '자연스러움'이었고 '받아들임'이었다. 에바 역시 진심을 다하는 간병인이었다. 린다와 에바는 치매 노인을 돌보는 과정에서 자칫 무너질 수 있는 일상을 지탱해 주는 관계였고, 서로에게 손 내밀어 보듬어주는 사람들이었다.
에바가 잠시 자리를 비운 사이 에바의 일을 대신했던 간병인 마니니와 비교해 보니, 누군가를 돌본다는 것은 기술이 중요한 것이 아니라 마음의 채도가 중요하다는 것을 확인할 수 있었다.
또한 평생을 수영장 안전요원으로 일했고, 40년 넘는 동안 익사한 어린이가 한 명도 없었다는 것을 자부심으로 느꼈던 후베르트를 위해 호수 옆 수영장에서 노는 아이들의 목소리와 바람 소리를 녹음해 와 들려주는 린다의 모습에서는 감동을 넘어서는 뭉클한 에너지를 느낄 수 있었다.
소설 전반에서 느낀 깨달음은 후베르트, 에바, 린다가 서로를 향해 보여준 마음이 쌓이고 겹쳐지고 섞이면서 비로소 각자의 삶을 이해할 수 있게 되었다는 것이었다. 후베르트가 마지막 숨을 내쉬는 순간, 후베르트에게 꽉 잡힌 손을 보면서 목구멍에 머리보다 더 큰 덩어리가 걸린 것 같다고 느낀 린다의 마음을 짐작하면서 가슴이 뜨거워졌다.
후베르트와 에바와 나, 이 관계를 어떻게 설명해야 할까? 우리가 제일 친한 친구라고 말할 수는 없다. 그러면 과장이 될 테지. 우리는 서로를 느낀다. 서로 파고들거나, 그게 아니라도 어쨌든 서로에게 다가가는 물결 또는 아이들이 손으로 하는 놀이와 비슷하다. 제일 위에 있는 손 위에 다른 손이 놓이고, 제일 아래에 있는 손이 빠져나와 다시 제일 위에 놓이고, 이런 식으로 계속된다. 감정과 분위기와 몸짓이 쌓인다. - 120쪽.
소설의 말미에 예상치 못한 사건은 매우 충격적이었지만, 기억은 지워져도 마음은 사라지지 않는다는 것을 확인할 수 있었다. 그리고 "같은 시간을 살아가는 우리는 서로에게 신비로운 의미를 지닌다는 것"(367쪽)을 확인하는 과정이었다.
책 <월요일 수요일 토요일>은 모든 사람의 가슴속에 존재할지도 모르는, 하나의 이름으로 명명할 수 없는 유일하게 존재하는 특별한 감정을 들여다보고 사유하게 하는, 다시 말해 '인간다움을 묻고 답하는 소설'이라고 말하고 싶다.
월요일 수요일 토요일
페트라 펠리니 (지은이), 전은경 (옮긴이),
북파머스, 20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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