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지리산사람들 사무실에서 만난 정정환 씨
임현택
# 현재 구례의 쟁점, 양수발전소
2023년 말 구례군은 산업통상자원부의 '제10차 전력기본수급계획'에 따라 양수발전소 건설 우선사업지로 선정되었다. 그 이후로 무분별한 개발을 막기 위한 활동 단체의 SNS 계정에는 청년 정정환 씨가 자주 보였다. 주로 버킷햇을 쓰고 손에는 카메라와 피켓을 든 모습이었다. 현재 구례군의 양수댐발전소 상황을 공유하기 위해 정환 씨의 설명을 부탁했다.
"처음에 구례에 양수댐발전소가 들어온다고 했을 때 스쳐가는 생각이 '설치할 곳은 우리 동네(중산리)밖에 없는데' 했어요. 왜냐하면 조건을 봤을 때 높은 지형과 낮은 지형의 고도차가 있어야 하고, 어딘가를 막아서 물을 저장할 곳이 있어야 하는데 그런 곳은 구례에 백운산 말고는 없거든요. 그런데 백운산은 생태적으로 좋아서 개발행위를 하기 어려울 거고, 그래서 우리 동네를 선택할 것 같다는 느낌이 들었어요. 그런데 정말 중산리로 발표하더라고요."
정환 씨는 그 길로 '지리산사람들'에 연락해 함께 활동을 시작했다. 처음엔 동네가 물에 잠긴다는 소식에 마을 사람들은 '2007년 규석 광산 반대 운동'때처럼 들고 일어섰으나 마을마다 상황이 달랐다. 물에 잠기는 마을과 그렇지 않은 마을이 생겼고, 그로 인해 보상을 받거나 받지 못하는 마을로 갈라지기 시작했다.
"보상이 없다고 해서 피해가 없는 게 아니에요. 그런데 '길이 넓혀진다', '상하수도 들어온다' 이런 이야기가 도니까 분위기가 변했어요. 집성촌이다 보니까 합심도 잘 됐고요. 심지어 군수가 저희 동네 나이 가장 많은 어르신 아들에게 전화해서 아버지 설득하라고 이야기하고… 마을이 잠기는 것도 아닌데 이렇게 반대할 필요가 있냐는 분도 계셨어요. 결국 이장님이 찬성하니까 분위기가 찬성 쪽으로 휩쓸렸어요. 땅값이 오를 거라는 욕망을 보고 있자니 세상이 많이 변했구나 싶었어요. 예전에는 땅값보다 자기가 사는 터전에 피해가 된다는 문제의식으로 사람들이 들고 일어섰는데, 지금은 다들 나이가 들기도 했고, 시골의 옛날 정서가 아니라는 생각이 들었어요."
그 이후 양수댐에 관련 소식을 찾아보았으나 이후에 진행된 소식은 없었다. 지금 구례 양수발전소 사업은 어떤 과정에 있을까.
"2023년 9월부터 전력수급기본계획 상으로 양수댐 지역을 선정하는데, 사업 주체에서 선정한 내용은 후보군 6개 중에서 1~2곳을 선정하겠다는 내용이었어요. 이 정도면 우리가 막을 수 있겠다고 생각했는데, 12월에 6곳(전남 곡성·구례, 경북 봉화·영양·합천, 충남 금산)을 모두 선정한다고 했어요. 합천과 구례가 우선 사업지가 되고, 나머지 4곳은 예비 사업지가 됐는데 이게 말장난도 아니고 너무 황당한 거죠.
올해까지는 '예비타당성 조사'라고 이 사업을 했을 때 투자 대비 성과가 있는지 조사를 해요. 선정이 될 지 안 될지도 모르는 상황에서 지금 저희는 지켜볼 수밖에 없는 거죠. 그런데 이걸 할 때는 지질 조사부터 송전선로가 어떻게 들어오는지까지 모든 것들을 조사해서 산업통상자원부와 기획재정부에서 검토를 하고, 이렇게 검토한 내용을 12월에 발표한다고 하더라고요. 그런데 지질 조사 과정에서 상부댐에 구멍 뚫는 기계가 들어가야 하니 이미 가설도로를 만들고, 산도 깎아놨어요. 구례군에는 산지전용허가만 받아놓고요. 검토 과정에서 훼손되는 산림이나 자연들에 대한 평가가 아예 생략됐어요. 이걸 보니 빈틈이 참 많다고 생각했어요. 우리나라에 자연보존법이 있지만 아직 고쳐야할 게 너무 많아요."
양수댐발전소는 생산된 전력을 보존할 수 있는 초대형 배터리 역할을 한다. 친환경 에너지를 표방하고 있기도 하다. 그렇다면 지역활동가의 입장에서 구례에 양수댐발전소 사업을 재고해보아야 할 이유가 무엇인지 들어보았다.
"지금 양수댐 사업이 태동한 본질을 보면 원전 때문에 만들어진 거예요. 양수댐은 원전의 보조 시설이예요. 원자력발전소는 '경직선 전원'이라고 한 번 가동을 하면 1부터 100까지의 가동률을 다 써야만 해요. 발전량을 임의로 조절하기 어려워요. 80%만 쓰고 20%는 버리는 게 안 되는 거죠. 잘못하면 블랙아웃이 될 수도 있거든요. 그래서 남은 발전량을 소비할 시설이 필요하고 그게 양수발전소예요. 만들어진 에너지가 남는 시간이 주로 밤이거든요. 낮에는 사람들이 공장도 돌리고, 일도 하니까 전력이 많이 필요한데 밤에는 상대적으로 에너지가 남는 거죠. 그래서 저렴한 심야전기를 이용해서 물의 위치에너지의 차이를 사용하는 양수발전소의 방식이 딱 맞았던 거예요. 원전과 양수발전소는 바늘과 실 같은 존재인 거죠.
그런데 지금은 사람들이 밤에도 전력을 많이 쓰잖아요. 심야전기도 더 이상 개통을 못 한다고 할 정도로 야간 전력도 많이 필요한 상황이 됐어요. 그래서 적자 운영되는 양수발전소는 천덕꾸러기가 되었는데 2018년 재생에너지에 활용하겠다고 다시 들고나온 거예요. 재생에너지는 '변동성 발전원'이라고 바람이 안 불고, 날이 흐리면 전력수요에 문제가 발생하니까 전력 생산이 많을 때 양수댐에 저장해 두었다가 전력이 부족할 때 사용하겠다는 건데 이를 대체할 시설이 양수발전소 밖에 없는 건 아니예요. 배터리저장과 수소전환, 중력방식 등 다양한 방식이 있는데 발전사들은 기존 방식만 고집하고 있는 거죠. 거기에는 최근에 석탄화력을 줄여 나가는 정책과도 연관이 있다고 봐요.
그런데 최근엔 석탄을 사용하는 화력발전소를 없애는 추세잖아요. 한국중부발전이 석탄발전소 중에 가장 큰 업체인데, 이 발전사들은 가지고만 있어도 '용량요금'이라고 발전기 가동이 필요할 때 언제든지 전력을 공급할 수 있도록 한전에서 대기료 명목으로 금액을 받아요. 그러니 화력발전소 하나가 없어지면 돈줄이 하나 없어지는 거고, 원전에 쓰겠다고 하면 비난을 받으니까 양수발전소 같은 대체시설을 하나 만들어서 재생에너지를 활용하겠다는 거예요. 하지만 여기서 어느 정도의 양수발전소가 필요한 지에 대한 고민도 없이 무분별하게 추진되고 있다는 게 문제예요. 여기에는 지역집중 발전원에 대한 고민이 빠져있어요."
정환 씨는 양수발전소의 필요를 고민하기 이전에 전력사용체계에 대한 이야기를 덧붙였다. 지역에서 전력 생산 설비가 만들어지고, 전력 소비처는 대부분 서울과 수도권에 집중되어 있는데 이 생산과 소비의 분리에서 일어나는 문제들이었다.
"원전에서 만들어진 전력을 서울이나 수도권 공장 부지로 끌고 가려면 중간에 송전 선로가 설치가 돼요. 그러면 가운데에 있는 사람이 피해를 보거든요. 밀양 송전탑처럼요. 이게 전력의 생산과 소비가 분리되어 있어서 그런 거거든요. 생산처와 소비처의 간극을 줄이기 위해서는 어느 한 지역에 대규모로 발전시설이 만들어지면 안 되고, 분산형으로 저장하고 사용할 수 있게끔 해야 해요. 그렇다면 저장에 제일 좋은 시스템은 배터리(ESS, Energy Storage System)거든요. 그런데 배터리는 다른 생산 시설처럼 용량요금을 받지 못해요. 그러니 발전시설에서는 배터리를 안 하죠. 에너지 전환을 고민할 때 계속 빠지거나 검토되고 있지 않은 분야가 바로 생산과 소비의 분리 문제예요.
양수발전소도 진짜 대규모 저장 시스템이에요. 그런데 이건 발전원(물의 낙차)은 재생에너지를 표방하지만 발전 방식은 기존 원전의 방식을 쓰는 거예요. 양수발전소가 만들어지면 생산된 전력을 끌고가기 위한 송전 선로가 또 필요해지는 거죠. 지금도 광양시-장수군 송전선로가 만들어지면서 곡성군을 지나는 선로가 계획되고 있는데 이게 다 양수발전소랑 연결돼 있어요. 풍력이나 태양광, 양수발전소처럼 재생에너지로 전환하더라도 이 운송 시스템과 생산과 소비 문제를 생각하지 않으면 바뀌는 건 없어요."
마지막으로 정환 씨는 발전소 시공 과정에서 벌어지는 산림 파괴와 체계적인 시스템의 부재를 이야기했다. 새를 좋아하다가 자연을 지키는 활동가가 된 그에게 이런 거대한 개발 과정을 지켜보는 일은 도무지 이해하기 어려운 광경이었다.
"양수발전소처럼 대규모로 에너지를 저장하는 시스템은 필연적으로 산림 파괴를 동반할 수 밖에 없어요. 왜냐하면 해발고도차가 있어야 하니 상부댐이 산 높은 곳에 만들어지는데, 이런 곳은 사람들 출입이 없다보니 잘 보존된 숲이 많아요. 여기에 사는 다양한 생명들이 파괴되는 거죠. 자연도 파괴되고, 지역 주민의 삶도 파괴되는 거예요.
그리고 이 계획에서 어떤 시설들이 들어올 거고, 송전선로도 어떻게 들어와서 나갈건지 이야기해야 하는데, 건설사는 좋은 부분만 가져와서 이야기를 하는 거죠. 구례가 이러고 있어요. 기존 선로를 쓰겠다고 하는데, 이걸 쓸 수 있을지 없을지는 부하량 검토를 해야 하는데 그런 현실적인 이야기가 아직 없어요. 사업비가 1조 5천 억이라고 하는데 이게 구례에 떨어지는 게 아니예요. 대형 양수발전용 터빈은 아직 국내기술이 부족해서 수입을 하고 있는데, 비용이 6~7천 억이 돼요. 기계에 1조 가까이 들고, 그러면 나머지 3~4천 억으로 공사해야 하는 거예요. 말이 안 되는 거죠."
마지막 질문으로 정환 씨가 생각하는 '지리산'을 물었더니 "늘 그 자리를 지키고 있는 그냥 산"이라는 대답이 돌아왔다. 겨울이면 첫눈 오는 소식을 알려주고 여름이면 절정의 초록 잎을 보여주는 산. 그러면서 산은 개발하거나 정복해야 할 곳이 아니라 모든 생명이 함께 살아가고 있다는 말도 덧붙였다. 그렇게 생각하면 산을 구성하는 요소, 나무들, 새들, 벌레들, 동물들이 없다면 산은 산이 아니게 되는 셈이다. 산이, 강이, 하늘이 그 의미 그대로 존재할 때 우리의 평화도 함께 지켜지지 않을까. 정환 씨의 말처럼 '한 사람의 연대라도 힘이 된다는 사실을 알 때' 이는 어렵지 않다. 내가 사는 지역 주변의 이슈들을 정확히 알고 자신만의 방식으로 함께하는 연대만으로도 지리산은 산으로 살아갈 수 있을 것이다.
진행 넉넉, 글 승현
글쓴이: 승현
지리산 귀촌인 인터뷰집 <어디에나 우리가> 저자. 세상의 본질에 대한 호기심을 동력으로 살아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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